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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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철학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를 찾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절대 불변의 진리란 진정 가능한 것일까? 의사가 100년 전 방식으로 치료하고, 정치인이 100년 전 경제이론으로 정책을 세운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결국 지식이란 세상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며 현실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철학도 예외가 아니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이 만든 낡은 고정관념을 부수고 현실에 맞는 가장 최신의 철학적 생각법을 제시하는 철학 에세이다. 낮에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로, 밤에는 열정적인 철학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고전으로 칭송받아온 12가지 철학 사상을 현실에 맞게 비틀어 바라본다. 지금, 여기 우리 시대에 맞는 철학 통찰을 담은 이 책으로 사유의 혁명을 경험해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만약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계를 개발하려고 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삐삐’의 작동 원리를 다시 살펴볼 게 아니라 삐삐-피처폰-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통해 기술이 어떻게 보완되고 혁신되어 왔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처럼 철학자들이 앞선 철학자들의 사상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완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철학 고전의 지혜를 우리 시대로 끌어오는 일도 가능하다. 철학적 탐구의 핵심은 철학 그 자체가 아니라 ‘철학 사상의 업데이트’에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  p24



삶의 목적을 묻는 철학적 인간은 정신적으로 고양된 인간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온전하게 주어진 자유를 겁내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삶의 궁극적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은 위태롭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동시에 용감하고 유쾌하다. (…) 삶이 혼란스럽고 위태롭게 느껴질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신 정의해 줄 것을 찾아다니게 된다. 종교적 교리와 정치적 담론 그리고 철학적 자아와 같은 관념적 가치에 의지하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오랜 역사에서 쟁취해 낸,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를 포기하는 일이다.  p48


중세 시대까지 인간의 이성이 신을 향했다면 근대부터는 ‘나’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나는 신을 믿지 않고 나 자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믿지 않으면서, 신을 믿지 않으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진정한 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신’과 ‘진리’, ‘이데아’와 공존해야만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있다. 신과 불변의 진리를 믿지 않는다면, 당신이 허구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데아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진정한 나’는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p56~57


지금 한국은 틀림없이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가 나를 착취하는 ‘성과사회’이다. 과거의 노동자가 감시와 통제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일했다면 오늘날 성과사회의 노동자들은 성공, 진급, 커리어, 인센티브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한다. 감시와 통제가 노동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면, 희망찬 동기부여는 노동자를 능동적으로 만든다. 강요된 노동은 사람을 밑바닥까지 태우지 못한다. 억지로 해야 하는 노동의 끝은 노동자가 기계를 부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열중하는 노동의 끝은 노동자가 자기 자신을 부수는 결말에 이른다. ‘번아웃 증후군’은 컨베이어벨트 앞의 노동자에게 서는 찾아볼 수 없던 병이다. p179


논리적이지 못헌 주장이나 생각은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논리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은 꽤나 지독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켜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논리적 검증이 끝난 과학적 지식과 통계적으로 검증된 팩트가 아니면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주장의 타장성을 결정하는 것은 논리상이며 심지어 논리력은 개인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한다. 사적인 감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에 의해서든 논리의 검열을 받는다. 그런데 이토록 논리적인 우리사회에 다수가 공유하는 비논리적인 통념이 있다. 바로 서구의 선진국을 우상화하는데서 비롯한 왜곡된 인식이다. p200-201



"비관론자는 바람을 불평하고

낙관론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길 기대하지만,

현실주의자는 바람에 맞게 돛을 조정한다!"



난 위의 세분류중 어떤 사람일까?

지금의 난 바람을 불평하는 비관론자 같다.

하루에 열두번씩 요동치는 마음을 다독이며

불확실한 시대에 삶의 중심을 지키는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지식의 문제는 과학에

경제적 문제는 경제학에

사회적 문제는 사회학에

인간의 내적 문제는 심리학에 자리를 내어준 철학...

철학이 일상에서 멀어진데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하며

희망찬 메시만 퍼트리는 천국을 말하는 철학과

근엄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지옥을 말하는 철학에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당신의 꿈을 이뤄라!'

'인간은 누구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무한히 믿고 싶은 이 문장들 때문인지

라떼엔 한번쯤 철학과를 꿈꿔볼 정도로

나름 매력있던 학과였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난 2014년 강신주님의 책들과 강의를 접하면서

조금씩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진정한 나를 찾기 이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을 로맨틱하게 그리기도 하고

바쁜 현실에 살다가 진정한 나를 찾아 고독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멋진 인간으로 묘사하는

철학에 나도 빠져 있었던 것 같은데... ㅠ.ㅠ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나아가야 하는 강인함과

내가 제친 사람들의 슬픈 마음까지 보살펴야 하는 배려심까지

두 가지 태도를 모두 갖추기를 강요받는 현재 사회를 살면서

가장 관심있게 다가온 섹션은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이었다.


내삶에 정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솔직히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저자는

마지막 닫는글에 아직 자신만의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세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번째 : 어떤 철학책을 읽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을 일상의 언어로 말해보는 시도를 해 볼 것

두번째 : 이해한 철학의 일상적 사례를 찾아보는 것

세번째 : 자신에게 가장 영감을 준 철학에 대립하는 철학을 찾아 보는 것...


언젠가는 나도

율법주의자로 혹은 꼰대(?)로 꽉 막혀있던 낡은 생각들을

업데이트하고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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