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 - 나에게 질문하는 순간 관계가 풀리는 ‘자아 리셋’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8
김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교양 지식을 한데 모았다!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인생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의 삶에 유용한 지식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내일을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도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연·유튜브·팟캐스트를 통해 최고의 지식 콘텐츠를 일상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지식교양 브랜드이다.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는 나에 대해 질문하는 생경한 순간을 통해 관계의 문제를 풀어가는 심리 처방을 담고 있다. 프로이트, 라캉, 들뢰즈,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자아’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렸으며, 자아를 이루는 정체성과 무의식은 어떤 식으로 우리의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나의 내면 속 불안과 욕망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삶의 태도를 지양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유한 나를 찾고 타자와 올바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나만의 고유한 행복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아 리셋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간 우리는 자아에 대해 어떤 오해를 하고 그것이 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자아와 연관된 욕망과 불안, 나아가 자아 리셋 과정에서 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의 주제를 연이어 다루게 되었다. 이 모든 주제는 하나의 일관된 문제의식, 즉 잘 살면서 나의 고유한 행복을 실현하는 것과 연관된다. 자아 리셋은 특별한 행위이기보다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목적이며, 끊임없는 변화 과정을 뜻한다. p8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자아를 거울의 이미지로 설명한다. 거울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 혹은 나의 기분을 담는다. 객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거울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모습이 비치지만 그것은 이미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미지를 실제 자기라고 믿고 온갖 애착과 정서를 거기에 투영하면서 자아상을 중심으로 내 주변의 것을 배치하고 바라본다. 자아 자체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심리적 동일시와 주관적 애정과 평가의 산물인데 이를 정체성의 핵심이자 출발점처럼 믿는 것이다. 거울 이미지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보아야 한다. 자아는 처음부터 자명하게 있는 그런 의식이 아니라 거울이 만드는 상이다. 거울이 보여주는 것은 한갓 이미지에 불과하며 실제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지는 얼마든지 상상과 변형이 가능하고, 심리적인 측면을 반영하지만 실제 나는 그런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자아를 리셋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아의 이런 본질과 구조를 알아야 한다. p47

사실 나의 존재를 발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절대 고정된 모습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내향형의 사람이다, 나는 굉장히 다정다감하다, 나는 섬세하다, 나는 쿨한 성격이다 등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그런데 그런 심리의 근거를 파헤쳐보면 자기가 배운 것, 경험한 것에서 나오는 고정된 관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상화된 자아가 아니라 고유한 나를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상화된 자아가 진짜 나의 모습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p74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 불안 시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불안의 성격을 조금 더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불안은 크게 현실 불안(reality anxiety)과 신경증적 불안(neurotic anxiety)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 불안은 외부에서 오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며, 불안의 정도는 실제 위험의 정도에 비례한다. 현실 불안은 말 그대로 불안의 원인이나 대상이 명확한 경우다. 과거에는 현실 불안처럼 그 대상이 명확했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처럼 자연환경이 주는 공포감이 그런 경우다. 위험의 대상이 명확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으면 현실 불안은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다. 팬데믹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도 일종의 현실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 과학적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p150

삶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 때로는 타인 때문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어느 순간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며, 프로이트가 말하려는 것도 이와 같다. 인간은 그 본성상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문명은 인간의 존재 기반이 된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고립감이며, 공동체로부터 배척되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공동체를 떠나서는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하며, 자아에도 이런 사회적인 것이 당연히 반영된다. p192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는 이것을 진정한 관계맺기라고 말 할 수 있다. 나와 나의 관계를 건강하게 맺고, 이것을 바탕으로 타자를 수용해 나와 타자의 관계를 제대로 맺으면 비로소 '우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공동체적 관계다. 공동체를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 상호 호혜성과 공존의 노력이 모색될 수 있는 틀인 새로운 공동체적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하며, 그 관계가 추구하는 하나의 목표가 바로 공동선이다.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p242

'무의식을 모르는 자는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니다'

철학과에 재직 중이시고 정신분석학계 권위자이신 김석교수님의

'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를 읽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듣고

또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너 자신을 알라'

아이들이 떠나가고 혼자 남은 내가

내가 모르는 나를 알고 불안에서 벗어나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기에 읽게 된 책이라

더 집중해서 읽게 된 듯 하다.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초반부에 얼마전 시청한 영화 '돈 룩 업'을 예로 들어 주셔서

어찌나 반갑던지?!...

에베레스트 산만한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태를 바라보는 자아의 속성과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세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대통령과 정치인들...

저자는 이 영화가 고도의 미디어와 정치 풍자 영화지만,

자아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라고 이야기 한다.

망원경에 비유할 수 있는 자아...

자아는 클로즈업된 것만 보고 믿으며,

지극히 단편적이며,

자신의 기호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그렇다보니 자아가 판단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학에는 자존감을 강화하라는 이야기가 상식처럼 강조되는데

자존감이 높으면 리더십도 강해지고, 야망도 키우는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으며

정확한 나의 성격과 장점을 앎으로써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발현되는 것이 자존감의 본질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얼마전 만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날은 유독 어린시절이 회자되곤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전학을 왔다는 이유로

동병상련(?)의 더 끈끈한 우정을 나눈 한 친구는

그 시절의 내가 자존감도 높고 리더십도 있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뭐라 이야기 하진 않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모습은 드러나 있고

또 어떤 모습은 감춰져 있는

MBTI만으로는 구분해 낼 수 없는 내 고유한 내 모습은 어떠한지...

인정욕구가 강한 난

모든 친구들이 날 좋아해주고

선생님들에게 칭찬 받는 아이고 싶었던 것 같다.

리더십을 발휘해 전학 온 다음학기 반장선거에 앞도적인 표차로 당선되기도 했지만

개학 첫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게 두려워 꾀병(?)처럼 아팠던 것도 내 모습이다.

불안은 미래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지불하는 승차권 같은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기차에 올라타고, 그 미래를 어떻게 펼쳐질지는 나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아직은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딱 잘라 이야기하기 어렵다.

단번에 불안과 우울, 낮은 자존감, 쉽지 않은 인간관계를 모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무조건 불안을 부정하고, 치료의 대상처럼 생각하기보다는

그것과 함께 살면서 내 삶의 무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했다.

"자아, 리셋,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하루 행복 기록 -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
정선욱(달구라) 지음 / 성안당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에서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모아 기억하고 싶은 순간 꺼내볼 수 있도록 담아낸 달구라 작가의 취미 기록장. 하루에 하나씩, 소소한 제주 생활을 기록한 글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더해 만든 1년간의 행복기록 프로젝트의 결과이다.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을 열두 달로 구성해 사계절을 담았고, 달구라 작가가 애정하는 취미 생활 드로잉, 필사, 수집, 책, 영화, 여행, 캠핑, 커피, 음식, 맛집 나들이까지 제주라서 더 특별한 취미로운 일상을 소개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제주도에 살아도 주변 섬에 가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
꼭 한 번은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가파도이다.
청보리밭이 물결치는 풍경을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일정이 여유가 있다면 하루 반나절동안
드넓은 청보리밭 구경만 해도 좋을 것 같다. p102

 

서울에 화려한 야경이 있다면
제주에는 한치 배의 불빛이
바다와 아름답데 어우러지는 밤 풍경이 있다.

밤이 유독 어두운 제주이지만
한치 철이 되면 바다의 수평선을 수놓은
엄청난 수의 한치 배들로
도시 야경 못지않은 화려한 풍경이 펼쳐진다. p187


 
제주에서는 차를 타고 가는 길목마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많이도 피어 있다.

억새가 군락을 이룬 곳들을 보면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다.
쉴 새 없이 부는 바람에 억새의 황금 물결이 황홀하게 출렁인다.

평지에서 보는 억새와 오름에 올라서 보는 억새 느낌이 다른데,
오르는 길목에서 억새도 보고
오름에 올라 제주 풍경도 볼 수 있어 일거양득! p225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동생의 퇴직에 맞춰

동생과 제주도 한달 살기를 계획했었는데

하필 그 무렵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제주도여행이 불발로 끝나 아쉬움이 많이 남던 차에 만난 책

제주살이 그림쟁이의 드로잉 에세이

'하루하루 행복 기록'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소소한 제주 생활을 기록한 글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더해 만든 1년간의 행복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하는데

예쁜 그림들과 함께 제주의 사계를 느껴 볼 수 있었고

제주도 나들이 코스와 맛집들도 엿 볼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또 취미부자 저자의 애정하는 취미들을 엿보는 일도 즐거웠는데

술은 잘 못마셔도 맥주는 좋아하고

커피가 너무 좋아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을 구입하고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야기에 암요암요~

나도 갖고 싶은 품목중에 하나거든요. ^^;

수채화

펜드로잉

모바일드로잉

책쇼핑

책읽기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보기 등

취미중에 몇가지는 나도 좋아하는 취미라 하루하루 행복기록에 더 공감했던 것 같다.

 

 

 

 

벌써 일년...

그림을 놓은지 너무 오래 되었네...ㅠ.ㅠ

책을 덮으며 아름다운 계절 5월엔

나도 하루하루 일상을 그림으로 남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작이 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언제나 빛날 거야
강진석 지음 / 히읏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어쩌면 저렇게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걸을까? 나도 다시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구나 그런 생각들만 가득한 나날을, 세상에서 가장 춥고 어두운 나날을 한 번쯤은 겪는다. 작가는 책을 통해 그런 사람들에게, 이제는 좀 괜찮아지고 싶은 사람들, 다시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빛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조금 무너지고 부서져도 좋다고. 당연한 과정이라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꽃 피는 봄이 오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나날이 다시 또 찾아올 거라고. 당신과 당신의 사랑, 우리는, 결국 다시 빛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한 계절의 소임을 다한 꽃은 더는 꽃을 피워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 계절이 돌아오면 무엇보다도 힘있게 새 꽃을 피워내죠. 지금 당신의 삶이 지치고 힘든 것도 그래서일 거예요. 삶에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따뜻한 햇볕이 온몸을 감싸 안을 때. 그때가 오면 우리는 다시 피어날 겁니다. 다가오는 포근한 햇살과 불어오는 다정한 바람을 만끽하면서요. 지난 계절보다 예쁜 꽃을 피워냅시다. 그 어느 순간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p191

우리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두자. 과거의 일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노력해보자. 행복했던 순간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짓지 말고, 앞으로의 새 행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보자. 지나간 것들을 지금에 끼워서 맞추지 말고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지. 다가오는 행복을 과거에 일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나가자. p205

언젠간 한 번은 좋은 소식을 들고 와서 늘 나쁜 소식만 가져가 주는 바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도 이제는 행복하다고. 날이 추우니까 너도 따뜻한 소식을 가져가라고. 늘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안아줘서 고마웠다고.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안아줘도 괜찮다고. 내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고, 나도 이제 너처럼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너처럼 바다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p222

우리가 부서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

우리의 행복을 응원해

'우린 언제나 빛날거야'

지난해,

솔직히 오글오글 하기도 했으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강진석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어디 사랑이 젊은 날의 불타듯 강렬한 사랑만 잊으랴...

지금이야 '사랑이 뭔데~' 싶지만

나역시 한때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꾹꾹 눌러 쓰며 세상이 온통 아름답던 밤도 분명 있었고

훗날 어색해지는게 싫어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친구를 고집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그래.

조금 더 단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들과는 다르게 무너지고 부서지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많아지더라.

내가 바라던 일은 이게 아닌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꿈이라는 건 이미 잊은지 오래고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연락처 중 연락할 곳은 몇 없다는 사실과

힘들고 지치는 날에 기댈 곳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어. p144

이 구절은 딱 요즈음의 내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힘든 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휴대폰을 들었는데

수많은 연락처가 있어도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이름만 확인 할 뿐

쉽사리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어른이고 엄마이기에

아이들에겐 힘든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황망하기만한 이야기를

평온한 일상에 꺼내놓기가 망서려졌던 것 같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두고 새 행복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 보자.

내일은 그리운 바다를 보고 와야겠다.

바다에게 또 나쁜 소식만 전하게 되겠지만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 싶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튼 시리즈 48
김겨울 지음 / 제철소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의 정체성 일부분은 피아노와 피아노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저자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보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글이 어려운 만큼 글을 사랑하게 된다. 춤이 힘든 만큼 춤을 사랑하게 된다. 피아노가 두려운 만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두려운 것이다. p13

나의 세계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다섯 살 이래로 음정은 언어의 자리에 슬며시 밀고 들어와 등나무처럼 결합했다. 나는 평생 소리와 함께 살았고, 지금도 무수한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음이 되고 음이름이 되어 뇌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다. 그것은 색이 되어 잠시 뇌를 물들이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피아노의 유산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p45

나는 클래식 음악이 내가 가진 마지막 벽이라고 느낀다. 내가 가진 유일한 마음의 집이 활활 타올라 서까래마저 불타 없어져도 홀로 불타지 않는 벽. 노래에도, 말소리에도, 대화에도, 그 어떤 것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지친 몸을 끌고 가서 털썩 주저앉으면 기댈 수 있는, 푹신한 소파는 못 되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는 든든한 벽. 거칠고 두꺼운 벽에 머리를 기대면 나보다 먼저 기쁘고 슬펐던 이들이 온갖 소리로 나를 지탱해준다. 이 벽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p103

하도 많이 펼쳐서 다 헐어버린, 황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도 너덜거리는 하농 악보를 한 장씩 넘겨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쓰던 하농이다. 이걸 능숙하게 치던 때의 내가 있었고, 그 시절로부터 나는 꽤 먼 길을 떠나왔다. 아르페지오며 화음 연습곡까지 다 쳐놓고 아직 어려서 옥타브 연습곡만 못 치던 때로부터 레슨에서 옥타브 연타를 연습하고 있는 지금까지. 아르페지오 연습곡 페이지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레가토’라고 쓰여 있던 때로부터 아르페지오 레가토를 연습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끙끙대야 하는 지금까지. 그 손과 이 손은 다른 손이다. 그 어린이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같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p128

음악과 언어의 유사성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어서 언급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단어, 짧은 구절, 문구, 문장, 문단, 글은 각각 음표, 이음줄로 연결된 음들, 동기(motif), 프레이즈, 주제, 곡에 대응한다. 글이 쓰인 책은 악보가 기록된 악보집에 대응한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듯 악보도 순차적으로 읽으며, 책을 그렇게 읽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악보를 읽을 때도 순차성을 거부할 수 있다. 음악은 언어 없는 언어, 잘게 쪼개진 의미를 실어 나르는 대신 감정을 열어놓는 언어다. p149

이제 나는 말을 멈추기란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을, 억지로 누군가가 말을 멈추게 해야 겨우 뭔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서도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말하는 일이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내 전달하는 일이고, 그 이전에 침묵의 시간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으며, 듣는 시간만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듣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고, 듣기 위해 침묵해야 하며, 침묵의 힘으로 말해야 한다. 더 자세히, 더 세심히, 더 온전히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의 소리도, 다른 누군가의 소리도. 고립이 끝난 후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p165

지난해,

재미있게 읽었던 책 '책의 말들'의 작가 김겨울님의 신간이 나왔다.

그 신간의 제목이 무려 좋아하는 시리즈 중에 하나인 '아무튼, 피아노'

홈쇼핑 품절사태에 더 구매욕구가 생기듯

예약구매 일시품절사태에 맘 졸이다 수령한 책이라

더 애착을 갖고 아껴가며 읽게 되는 것 같다.

생각만해도 좋은 한가지 피아노...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처음 피아노를 배우던 어린 꼬마가 떠올랐다.

내 첫 피아노는 마호가니 색상의 영창피아노였는데

유치원 다닐 무렵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를

국민학교 입학하면서는 방과후 수업으로 대신했고

중학교 입학하며 잠시 쉬다가

사춘기가 시작되며 다시 치기 시작했지만

더디 나가는 진도였는지, 선생님과의 소통이 문제였는지

중3이후론 피아노에서 점점 멀어진 듯 하다.

피아노를 전공하기엔 손도 작고

무엇보다 터치가 약해서 베토벤곡을 연주할때마다

좌절을 경험했던 기억...

반면에 가장 좋아했던 곡을 꼽으라면

고민없이 쇼팽의 녹턴 2번 E플랫 장조이다.

팔이 아파서일까?!...

게으름 피우며 그 시절 가장 치기 싫었던 하농을

리드미컬하게 연주해 보고 싶어지는 건....

덕분에 올해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아무튼, 피아노!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의 대표지성 이어령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스승은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

지난 2019년 가을,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사람들은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다”라고 밝힌 이어령 선생님의 메시지에 환호했다. 7천여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화제를 모은 이 인터뷰는 그의 더 깊은 마지막 이야기를 담기 위한 인터뷰로 이어지며 이 책을 탄생시켰다.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에서 스승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승 이어령은 삶과 죽음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인생 스승으로서 세상에 남을 제자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낸다. “유언의 레토릭”으로 가득 담긴 이 책은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스승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이며, 남아 있는 세대에게 전하는 삶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답이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도 다르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풀full로 보는 게 아니라 불현듯 뛰어들어가 후반부 영화만 보는 것 같지.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는 생각했네. 나라면 저기에 꽃봉오리를 놓을 텐데.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 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라스트 인터뷰가 끝이 아니고, 다시 지금의 라스트 인터뷰로 이어지듯이. 인생이 그래." p.49

"한밤의 까마귀는 안 보이더라도 한밤에 까마귀가 어딘가에는 있어. 그렇지? 어둠이 너무 짙어서, 자네 눈에 안 보이는 것뿐이야. 그리고 한밤의 까마귀는 울기도 하겠지. 그런데 우리는 그 울음소리도 듣지 못해. 이게 선에서 하는 얘기라네. 한밤에 까마귀는 있고, 한밤의 까마귀는 울지만, 우리는 까마귀를 볼 수도 없고 그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분명히 한밤의 까마귀는 존재한다네. 그게 운명이야. 탄생, 만남, 이별, 죽음…… 이런 것들, 만약 우리가 귀 기울여서 한밤의 까마귀 소리를 듣는다면, 그 순간 우리의 운명을 느끼는 거라네." p88

“죽기 직전, 눈앞에는 인생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닐세.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 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나중에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

인생이 파노라마가 아니라 한 커트, 한 커트의 연결이라는 말이 새로웠다. 3D 영화가 아니라 마치 흑백 무성영화처럼,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기억의 극장에 저장되고 있겠지. 그리고 어느 날, 가장 환한 대낮에, 가장 눈부신 순간에 편집되어 펼쳐질 테지. p157~158

정작 나는 선생님과 나의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도 우리의 대화가 어떻게 정리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생각하는 자로서 그는 항상 용기백배했고, 듣고 정리하는 자로서 나는 가끔 허둥거렸다. 어떤 피드백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매주 화요일 그가 가장 귀한 것을 줄 거라 믿었고, 그는 내가 가장 ‘촉촉한’ 이어령을 써낼 것이라 믿었다. p243

지난 월요일,

김씨가 무사히 어깨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했다.

수술은 김씨가 했는데 내 어깨와 팔은 왜 이리 아픈 건지?!.... ㅠ.ㅠ

오늘도 한의원에 가며 후배님이 힘내라고 보내준 선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가방에 넣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부적이는 한의원의 긴 대기시간을

너끈히 견디게 해준 책이었는데

발매 당시부터 북카트에 넣어 두었지만 그동안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솔직히 책을 읽기가 두려웠었다.

더 아프고, 슬퍼질까 봐...

이 책은 죽음 외에도 삶, 사랑과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살이 찌는 걸 걱정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요즈음엔 살이 빠지는 게 두렵다는 노학자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죽음이 마냥 두렵고 슬프게 다가오지만은 않았다.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이 두려워지는 어느밤,

날 다시 한여름 태양아래로 데려와

빛으로 일광욕 시켜주기를...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를 보게.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아무리 거세도 바다에는 수평이라는 게 있어.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한 번도 그 수평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네. 하지만 파도는 돌아가야 할 수면이 분명 존재해. 나의 죽음도 같은 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본 적은 없으나 내 안에 분명히 있어. 내가 돌아갈 곳이니까.

촛불도 마찬가지야. 촛불이 수직으로 타는 걸 본 적이 있나? 없어. 항상 좌우로 흔들려. 파도가 늘 움직이듯 촛불도 흔들린다네. 왜 흔들리겠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도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네. 바람이 없는 날에도 수직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 파동을 만들지.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p293~2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