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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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대표지성 이어령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스승은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

지난 2019년 가을,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사람들은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다”라고 밝힌 이어령 선생님의 메시지에 환호했다. 7천여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화제를 모은 이 인터뷰는 그의 더 깊은 마지막 이야기를 담기 위한 인터뷰로 이어지며 이 책을 탄생시켰다.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에서 스승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승 이어령은 삶과 죽음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인생 스승으로서 세상에 남을 제자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낸다. “유언의 레토릭”으로 가득 담긴 이 책은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스승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이며, 남아 있는 세대에게 전하는 삶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답이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도 다르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풀full로 보는 게 아니라 불현듯 뛰어들어가 후반부 영화만 보는 것 같지.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는 생각했네. 나라면 저기에 꽃봉오리를 놓을 텐데.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 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라스트 인터뷰가 끝이 아니고, 다시 지금의 라스트 인터뷰로 이어지듯이. 인생이 그래." p.49

"한밤의 까마귀는 안 보이더라도 한밤에 까마귀가 어딘가에는 있어. 그렇지? 어둠이 너무 짙어서, 자네 눈에 안 보이는 것뿐이야. 그리고 한밤의 까마귀는 울기도 하겠지. 그런데 우리는 그 울음소리도 듣지 못해. 이게 선에서 하는 얘기라네. 한밤에 까마귀는 있고, 한밤의 까마귀는 울지만, 우리는 까마귀를 볼 수도 없고 그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분명히 한밤의 까마귀는 존재한다네. 그게 운명이야. 탄생, 만남, 이별, 죽음…… 이런 것들, 만약 우리가 귀 기울여서 한밤의 까마귀 소리를 듣는다면, 그 순간 우리의 운명을 느끼는 거라네." p88

“죽기 직전, 눈앞에는 인생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닐세.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 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나중에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

인생이 파노라마가 아니라 한 커트, 한 커트의 연결이라는 말이 새로웠다. 3D 영화가 아니라 마치 흑백 무성영화처럼,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기억의 극장에 저장되고 있겠지. 그리고 어느 날, 가장 환한 대낮에, 가장 눈부신 순간에 편집되어 펼쳐질 테지. p157~158

정작 나는 선생님과 나의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도 우리의 대화가 어떻게 정리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생각하는 자로서 그는 항상 용기백배했고, 듣고 정리하는 자로서 나는 가끔 허둥거렸다. 어떤 피드백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매주 화요일 그가 가장 귀한 것을 줄 거라 믿었고, 그는 내가 가장 ‘촉촉한’ 이어령을 써낼 것이라 믿었다. p243

지난 월요일,

김씨가 무사히 어깨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했다.

수술은 김씨가 했는데 내 어깨와 팔은 왜 이리 아픈 건지?!.... ㅠ.ㅠ

오늘도 한의원에 가며 후배님이 힘내라고 보내준 선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가방에 넣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부적이는 한의원의 긴 대기시간을

너끈히 견디게 해준 책이었는데

발매 당시부터 북카트에 넣어 두었지만 그동안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솔직히 책을 읽기가 두려웠었다.

더 아프고, 슬퍼질까 봐...

이 책은 죽음 외에도 삶, 사랑과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살이 찌는 걸 걱정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요즈음엔 살이 빠지는 게 두렵다는 노학자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죽음이 마냥 두렵고 슬프게 다가오지만은 않았다.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이 두려워지는 어느밤,

날 다시 한여름 태양아래로 데려와

빛으로 일광욕 시켜주기를...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를 보게.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아무리 거세도 바다에는 수평이라는 게 있어.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한 번도 그 수평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네. 하지만 파도는 돌아가야 할 수면이 분명 존재해. 나의 죽음도 같은 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본 적은 없으나 내 안에 분명히 있어. 내가 돌아갈 곳이니까.

촛불도 마찬가지야. 촛불이 수직으로 타는 걸 본 적이 있나? 없어. 항상 좌우로 흔들려. 파도가 늘 움직이듯 촛불도 흔들린다네. 왜 흔들리겠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도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네. 바람이 없는 날에도 수직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 파동을 만들지.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p29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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