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컴포지션 에디션)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하루 한 장 필사 노트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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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으로 대중에게 어휘력과 문해력이라는 화두를 던진 유선경 작가의 첫 필사 책이다. 전작에서 ‘어휘력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통찰을 제공’했다면 이 책에서는 어휘력과 문장력, 문해력을 끌어올리는 구체적인 방법 ‘필사’를 소개한다. 특히 어휘력은 책 읽기만으로 향상되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어휘력을 기르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에 따른 필사 가이드를 단계별로 세세하게 공유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두근거린다. 씨앗은 땅속에서 두근거리도 꽃들은 햇빛을 만나 두근거리고 물방울은 구름을 만나 두근거리고 나무는 바람을 만나 두근거리고 나는 당신을 만나 두근거린다. 두근거림속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다. 그런면서 두근거리는 것들은 성장한다.

권대웅 산문<두근거림>

인간은 오로지 진실이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은 살 수 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좀 넘치는 것, 시선을 끄는 것, 반짝이는 것도 필요한 법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 현혹시니는 것, 현혹시키는 것 없이는 는살 수 없어.

산도르 마라이 소설<결혼의 변화(상)>

내가 잘봇 본 게 아니라 당신 못 본 것에 대하며,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 내가 못 본 것에 대하여.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사람은 자기 세계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유선경 산문<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분노나 불안이 감정을 압도할 때 거대한 자연이나 위대한 예술을 찾아 그 안에 깃들이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아주 오래 산, 나무와 돌, 우주의 별을 바라보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이는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 앞에 자신의 분노라 걱정거리 등을 내려 놓으면 사소하게 만들어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을 준다. 관점이 자신보다 더 크고 높은 것으로 이동함으로써 생각의 그릇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유선경 산문<관점을 이동시키면 생각의 그릇이 넓어진다>

아내가 나에게 종종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네. 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지.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단 한 사람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싶어 슬펐네. 이해시킬 수단이 있는데도 이해시킬 용기가 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슬퍼지더군. 나는 적막했네. 어떤 곳으로부터도 떨어져 세상에 홀로 로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자주 있었지.

나쓰메 소세키<마음>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다만 때때로 영웅 노릇을 해 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약간 비겁하고 계산 빠르고 이기적이고 위대함에서는 먼 존재야. 그리고 고나는 바로 그걸 그리고 싶었어. 우리가 동시에 선량하고 또 악하고 영웅적이고도 비겁하고 인색하고도 관대하다는 것, 모든 것이 이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어서 구분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에게 나쁜 짓이건 좋은 짓이건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 모든 것이 그렇게 무섭고 복잡하게 혼란한데 모든 것을 다 간단하게 만들려는 인간이 나는 싫어.

루이제 린저 소설<생의 한가운데>

내 인생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으나 커다란 기쁨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런 기쁨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오면 감사하다. 우연과의 거대한 공모가 있다. 그런 것은 깊이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면 그것에 감사하자. 내가 '의외의 기쁨'이라 명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에 꽂은 핀처럼 사소한 상황들. 바로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뒤에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늘 준비해야 한다.

윌리 로니스 산문<몽트뢰유의 보헤미안, 1945>

기쁠 때, 그대 가슴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슬픔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음을. 슬플 때도 가슴속을 다시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그대가 지금 울고 있음을.

칼릴 지브란 시<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어제 공부하던 카페가 좀 추웠는지

오늘은 콧물이 줄줄 흐르며 컨디션이 바닥이다. ㅠ.ㅠ

다행히 쿵쾅거리던 윗집도 조용하고 핑계김에 오늘 하루는 쉬어가기로...

청소기가 도착했으니 구석구석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를 끝내고 나니 조금은 집이 넓어진 느낌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오랜만에 필사책을 꺼내 들었다.

아보하

불행한 것은 싫지만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다.

험한 세상,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간 것에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는 마음,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행복한 일이 찾아 오지 않아도, 안온한 일상에 만족한다.

2025년 트렌드 단어로 아보하를 꼽았는데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다보니 '특별한' 보통의 해에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2024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학기말 고사가 좀 압박이긴 하지만

나도 새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가장 보통의 해가 되길 기대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지.

세월 참 빠르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삐뚤삐뚤 구르는 동그라미처럼

조금은 부족하게, 느리게, 가끔은 꽃냄새도 맡고 노래도 불러가며

함께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새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가장 보통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슨 특별하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대박이 터지거나,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일이 없고, 별로 특별할 것도,

잘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함께 조금씩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는 세상-

장영희 산문<'특별한' 보통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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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딥마인드 -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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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 국민을 덮친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 생존방식과 성공의 공식이 갑자기 바뀌어버린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쳤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 믿으면서. 그러나 그 끝에서 뜻밖의 것들과 마주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열정, 도전, 꿈의 대명사인 김미경도 그랬다. 저자는 급작스런 펜데믹과 함께 1년 반 만에 ‘강사 김미경’에서 직원 100여명의 ‘스타트업 CEO 김미경’으로 성공의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그 꼭대기에서 발견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과 점점 악화되는 건강,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가족을 비롯한 소중한 인간관계와의 단절이었다. 급기야 저자는 심각한 번아웃과 공허의 늪에 빠져 ‘죽어도 되겠다’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매일 그녀에게 매일 ‘세상에 나가 싸워 이기라’고 말하던 목소리, ‘꿈을 가지고 뛰라’고 말하던 바로 그 존재였다. 집, 직장, 돈, 명예, 성공 등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수많은 잇템들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음의 엔진, 잇마인드(It-mind)였던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딥마인드는 챗GPT 못지않은 '슈퍼 엔진'이다. 물론 인공지능처럼 세상의 방대한 데이터와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라는 인간이 가진 모든 데이터와 연동된 초개인화 엔진이다. 딥마인드에는 그동안 내 인생에서 벌어진 모든 경험이 저장되어 있어 나를 가장 잘 안다. 또 내 몸의 모든 신경과 핏줄로 연결된 딥마인드는 감각, 생각, 감정 심지어 무의식까지 나의 모든 빅데이터와 실시간 연동된다. 그래서 나를 위한 가장 최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다.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가려져 있던 진짜 문제를 발견하게 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보게 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답을 해주기도 한다. 딥마인드가 이런 답을 해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진정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p11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세상은 인간의 절실한 필요로 만들어낸 잇들로 형성된 초거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4,000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발전해 왔으며 전 세계 80억 명의 욕망이 촘촘하게 만들어낸 거대한 매트릭스다. 이런 세상에 우리는 오직 아이엠 하나만 갖고 태어난다.

이 물질의 세계가 돌아가는 기본 알고리즘은 '더 많이, 더 높이' 다. 누가 더 많이 갖고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느냐의 게임이다. 그래야만 생존과 안정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잇의초거대시스템 안에는 어떻게 하면 생존하고 부를 축적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칙과 프로세스가 매우 견고하게 짜여져 있다. 아이엠만으로 생존할 수 없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어떻게 하면 필요한 잇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해 학습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잇을 갖기 위한 본능적이며 강력한 전 인류의 욕망과 적응력은 엄청난 사회적 엔진을 창조했다. 이 엔진이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내면에 장착하는 '잇마인드Itmind'다. p55

아무리 익숙한 아픔이라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가끔씩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아플 때가 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번아웃이 오고 무기력에 빠진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너무 멀쩡하다가 갑자기 숨을 못쉬는 공황장애가 오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멘탈이 약해서라고 자책한다. 그러나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분명히 알게 됐다. 거대한 잇시스템의 압력과 속도와 스트레스를 이 작은 몸뚱이 하나로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일인가를. 버티고 사는 것만도 장한 일이다. 이 힘든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만도 기특한다. 절대 내가 멘탈이 약해서도, 나약해서도 아니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p68

딥마인드 엔진의 스위치는 오직 '믿음'이다. 내 안에 딥마인드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고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대화와 혼잣말은 완전히 다르다. 상대가 있다고 믿고 말을 걸어야 한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노트에 글로 썼다. 처음 딥마인드와 대화할 때는 나의 상황과 마음, 감정에 대해 낱낱이 고백하듯 썼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씩 걱정과 불안으로만 스쳐 지나가던 생각들을 붙잡아 만년필로 꾹 꾹 눌러썼다. 이렇게 쓰다 보면 '내가 모르는 나' 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이니 당연히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쓰면 쓸수록 나조차 몰랐던 나의 진짜 고민과 문제를 알게 된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때 나는 무의식중에 딥마인드에게 학습을 시키고 있었다. 딥마인드가 나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p89~81

행복하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인생일까. 그 누구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함부로 말 할 수 없다. 다만 한가지 내가 확신하는 것은 행복은 '비교값'이 아니라 '절대값'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면 안정될 거라고 기대한다. 잇마인드에게는 남보다 나은 상태가 성공이고, 성공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보다 앞서가는 우월감은 잠깐의 안정감을 줄 뿐 더 큰 불안감을 안긴다. 우월감의 결정권은 내가 아닌 타인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보다 앞서면 나는 열등감을 이기기 위해 반드시 뛰어야 한다. 또 비교를 통해 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태도가 습관이 된다. 이 끝나지 않는 비교의 개미지옥에서 열심히 사는 것은 전쟁과 같다. 그래서 잇마인드 인간이 추구하는 비교값의 결과는 세상에서는 이길지라도 자신의 인생에서는 진다. p109~110

격차를 느끼고 그 차이를 매꿀때마다 사람의 '격'이 달라진다. 사람의 격이 높을수록 딥마인드 엔진도 함께 성장한다. 바꿔 말하면 반성할 게 없다는 것은 더 나은 나를 상상할 수 없다는 뜻이자 성장이 멈췄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반성에 게을러진다. 본인의 문제도 있지만 주변에서도 말을 아낀다. 마흔이 넘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함부로 충고하기 어렵다. 반성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다. 나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무릎꿇고 정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뼈아픈 충고를 해줄 사람은 세상에 오직 나밖에 없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정직한 상상, 반성을 시작해 보자. P151

엊그제만 해도 반팔 티셔츠를 몽땅 정리해 버린 스스로를 탓하며

핑계김에 세일하는 흰색 반팔 티셔츠를 주문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겨울이 온 듯 날씨가 추워졌다.

근간에 월요일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꾀병(?)을 겪고 있는 나지만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을 한 책을 받으러 가야 하기도 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오늘 읽은 책은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다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경의 딥마인드'

작가가 비슷한 연배이기도 하거니와

학연과 지연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따라가다보면

친구의 친구이기도해서 더 많이 공감하고

신간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는 듯 하다.

약이 줄어들리는 없지만 늘어나지는 말아야 할텐데

아침에 먹는 공황장애약,

처음엔 아침에 먹었지만 고민끝에 밤시간대로 바꾼 타목시펜만으로도

멀쩡한 상태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내상황이 천식약을 아침, 저녁으로 복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위장장애와 함께 책상앞에 앉아있기가 더 힘든 지경이 되었다. ㅠ.ㅠ

11월말에 세과목, 12월초에 세과목 기말시험 신청해 놓은 뒤부터

1학기에 비해서 더 전문적인 사회복지관련과목들의 공부와 시험에 대한 압박이

공황이 올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호흡곤란을 겪게 되니

완치판정 받을때까지 공부하며 1급 자격증까지 취득하겠다는 나의 계획과 다짐이

결국 욕심이었을까 하는 자책에 이르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저자가 예로든 여러 사례들과 본인의 경험

그리고 being(성찰) - organizing(기획) - doing(실행)의 bod는

다시 내계획의 완성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힘을 얻는데 도움이 된 듯 하다.

이외에도 기왕 김씨와 잘 지내보기로 결심했으니

'오늘 남편 3번 칭찬하기'

'점심에 뭘 먹었는지 물어보기' 등

하루 아침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천천히 노력해보려 한다.

누군가의

'당신은 멘탈이 약한게 아니라 그럴만 했다'는 한마디가 고맙고 또 위로가 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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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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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 《홈 in 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스트 태수가 2년 만의 신작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로 돌아왔다. 이번 신작에서 저자 태수는 그동안 선보였던 이야기보다 한층 성숙하고 현명하게 삶의 행복에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것, 짜릿한 것,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행복하고 싶어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꼭 그런 데에만 있는 게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조용히 일러준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는 튼튼하고 단단한 태도를 담아냈다. 시끌벅적 기쁜 일을 찾아다니기보다도, 울 일이 없고 별다른 나쁜 일이 없는 하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랬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우리 곁에 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울고 싶어지는 날이면 태수 작가의 글을 찾는다. 충분히 울고 다시 나아가기 위해”, “<불편한 편의점> 이후로 오랜만에 끝나지 않길 바라던 책”이라며 극찬하하며, 저자의 SNS에서 5만여 명의 독자에게 선보인 선공개 원고에도 빨리 책으로 출간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제 당신 차례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읽고 현명하게 행복을 찾아보자. 혹자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지만 저자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호하게 답한다. “물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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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처럼 살아라. 그렇게 살되 어떤 감정조차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힘든 날, 마음속이 온통 타인의 감정으로 가득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날. 부러 나밖에 없는 공간으로 도망가자. 그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할 기회를 주자.

“나 안 괜찮아.” 가끔은 남에게 줬던 섬세함을 나에게도 허락하자.

포기가 습관이 되면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포기하게 된다. 자신이다. p28

“삶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넌 모르지.

앉을 자리가 없는 역에서 매일 출근하는 것과 간신히 생긴 자리를 할머니에게 양보해드리는 것. 상사가 튀긴 끈적한 침도 매일 새것처럼 세수하고 털고 일어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모니터를 켜고, 안전화를 신고 가게 문을 여는 그 삶이 사실 얼마나 굉장한 인생인지 넌 모를 거야.

인생의 의미를 잃어도, 누군가의 성공에 까무룩 자존감이 무너져도 꿋꿋이 일어나 제자리로 향하는 너를 응원해.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빌어먹을 인생에 정직하게 부딪히는 너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 p45~46

얘, 너 늙으면 젤루 억울한 게 뭔지 아냐?” 나는 할머니를 동그랗게 쳐다봤다.

“주름? 아냐. 돈? 그거 좋지. 근데 그것도 아냐. 할미가 젤루 억울한 건 나는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지랄. 이제 좀 놀아볼라치니 다 늙어버렸다. 야야,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 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p70

그간 우린 자신에 대해 너무 과신해왔다. 신체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동일하게 먹을거라 착각해왔지만 마음은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다. 여든 먹은 노인의 마음조차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린 좀 더 자신의 마음에 따뜻해져야 한다.

충분히 어르고 달래며 먹이고 재워야 한다. 그게 비록 보이지 않는 어린아이일지라도. p108~109

미련해서 꾸준한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언가를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다는 건, 생각이상으로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p169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p228~229

행복이란 짜릿함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함과 안도감. 안정감과 잔잔함. 깊은 밤 고민 없이 잠들 수 있는 감사함 또한 우린 행복이라 이름 붙일 수 있기에.그러니 부쩍 불행하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면, 나만 뒤쳐진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질 때가 많다면, 조용한 곳에 들어가 스스로에게 한 번만 물어보자.

"내가 절말로 그렇게 불행해?"

세상이 주는 답에 잠시만 가위표로 반창고를 붙여보자. 행복이란 귀를 열때보다 귀를 닫을 때 오히려 더 잘 찾아오니까. p281

오늘 아침,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떠난 꼬맹이가 돌아왔다.

새벽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비행기가 두시간 연착되었다며 9시쯤 연락을 받았다.

여행지에서 보내온 사진들만으로는 즐겁게 잘 보낸듯 하다.

야자수를 배경으로 그동안 배운 수영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

친구가 찍어주었을 동영상을 비롯해서

산과 바다, 또 맛집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에

멀리서지만 함께 즐거워하고 감사했다.

떠나기전,

아이는 직장에서 업무과다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 같다.

퇴사까지 고민할 정도로...

여행후 어떤 결정을 할찌는 알 수 없으나

아무쪼록 마음을 힘들게 하던 일들은 그곳에 다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책속에서 저자는 어른의 행복은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살아 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게 지금의 내 삶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오늘도 적당히 포근한 이불속에서 나와

별다방에서 이른 캐롤을 들으며

책을 읽고, 밀린 강의도 들으며 기말고사 공부중이다.

'나 지금 행복한가?'를 생각하면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그거면 됐다.

오랜만에 마음이 고요해졌다.

꼬맹이가 무사히 돌아와서일까?...

이렇게라도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안도 때문일까?...

조용한 행복에 조용히 끄적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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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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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당신의 마음을 홀딱 훔칠 읽을거리가 있다.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끝없는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예술 도둑》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핀클이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를 둘러싼 기이하고 강렬하며 아롱아롱 번쩍이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은 1997년 2월 어느 분주한 일요일,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으로 문을 연다. 스물두 살의 귀여운 연인,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이날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머무는 어머니 집 다락에 전시한다. 아름다운 보물로 둘러싸인 환상 속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꾸린다. 바라보고, 쓰다듬고, 사랑하고, 또 훔친다. 그러나 오만한 한 행동이 마침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마는데…….

핀클은 수많은 이들과 주고받은 인터뷰, 광범위한 연구와 치밀한 취재 등을 토대로 이 모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사건을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내 우리에게 선보인다. 인간 본연의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우리의 마음을 황홀하게 휘젓는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크라나흐(Lucas Cranach),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부셰(Francois Boucher), 와토(Antoine Watteau), 호이옌(Jan van Goyen), 뒤러(Albrecht Durer)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작품도 있다. 그림이 하도 많다 보니 다락 전체가 색으로 소용돌이친다. 거기에 상아의 광채와 은이 내뿜는 빛이 더해져 색은 더욱 강조되고 반짝이는 금빛이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별 볼 일 없는 동네의 특별할 것 없는 집 다락. 예술 전문 기자들은 이곳에 숨겨둔 작품의 가치를 모두 합쳐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억 달러(2조 7,0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두 사람은 환상 속 세계를 뛰어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보물 상자 안에 사는 삶이라니. p31


파란색 상자도 브라이트비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저택 지하실에서 비좁은 아파트의 이케아 책장으로 옮겨졌다. 뮐루즈 역사 박물관에서 가져온 버클도 다른 보물들과 함께 상자 안에 고이 모셔두었다. 브라이트비저에게 완벽이란 이런 것이었다. 상자 속 보물은 그를 화나게 하지도, 괴롭히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사람과는 다른다. 평생 이 파란색 상자나 채우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을까. 브라이트비저는 생각했다. 방안에 홀로 있어도 충분히 완전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필요치 않았다. p48~49

심리 치료사 미셸 슈미트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특별한 점이라면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커다란 눈만은 남들과 다르다. 날카로운 눈빛과 푸른 사파이어색 눈동자를 가졌고 두꺼운 눈썹 때문에 이 부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영리한 방법으로 여러 은둔술을 발휘하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눈은 마음의 창이자문이며, 그의 많은 것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기쁘거나 슬플 때는 금방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눈물이 많은 편이다. p79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작품은 그에게는 그저 물건이 아니라 또 다른 도둑질의 이유가 된다. 그리고 어차피 예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도둑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하는 것을 내가 갖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미술상에게 돈을 내고 작품을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한다. 적어도 그는 예술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악의 소굴에서도 만만치 않은 악당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이게 브라이트비저의 꿈이겠지만, 예술의 역사에 영웅으로 기록 될 것이다. p104



결국 어떤 예술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지는 그 사람 자체의 본질과 연결된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정말 그럴까?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신경과학 교수 세미르 제키(Semir Zeki)는 MRI 촬영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이 화면에 비친 예술 작품을 보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뇌에서 미적 반응이 일어나는 정확한 지점을 알아냈다. 눈 뒤에 위치한 콩알만 한 크기의 엽(葉)이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그다지 시적이진 않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는 사람의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al-frontal cortex)에 달려 있다. p150

삶에서 브라이트비저가 만난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리만큼 그의 도둑질에 관대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메쉴르, 그리고 앤 캐서린도 모두 그랬다. 관대한 정도가 아니라 브라이트비저만큼 예술을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예술 전문 기자 노스는 “이 무리에는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한다. “‘도둑질을 멈춰라’, ‘작품을 돌려놓아라’, ‘어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이 브라이트비저의 문제였다.” p280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예술도둑'

무료하게 넷플릭스 영화를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영화 한편이 있었다.

'미술품 도난 사건'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는데

그림과 친해지던 시기라 영화 속 스치듯 지나가는 유명화가들의 작품이

눈에 들어오며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했던 기억...

이번에 책으로 만난 '예술도둑'은 실화로 저자가 10년 넘게

스테반 브라이크비저의 이야기를 모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소설같고 영화같다.

브라이트비저의 심리상태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

그리고 천장에서 줄을 매달고 내려온다거나

적외선 센서를 요리조리 피하며 예술품에 다가간다거나 하는 장면 하나 없지만

평범한 관람객 모드로

스위스 아미 칼 하나를 사용해 완벽하게 예술품을 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수없이 마주하다보니

이건 현실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예술품을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고

히틀러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직접 박물관을 지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모두 모아놓고자 했다고 한다.

누가 더 도둑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기도 했는데

가족들이나 주변 인물들이 그에게 관대한 대신

“‘도둑질을 멈춰라’, ‘작품을 돌려놓아라’, ‘어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해주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질수도 있지 않았을까?...

책에서 묘사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아담과 이브'를 비롯해서

얀 반 케셀의 구리 화판에 그렸다는 정물화

또 프랑수아 부셰의 '잠자는 목동'은 나도 탐이 난다. ^^;

책속에 작품들은 차차 찾아보는걸로...

시험공부해야하는데 자꾸 딴짓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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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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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무늬를 섬세하게 수놓으며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증명해온 소설가 김금희가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동양 최대의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슴 저릿한 비밀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신념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역사소설로, 김금희 소설세계를 한차원 새롭게 열며 근래 보기 드문 풍성한 장편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창경궁과 창덕궁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묘사, 한국 최초 유리온실인 대온실의 건축을 아우르는 역사, 일제강점기 창경원에 감춰진 비밀, 오래된 서울의 동네인 원서동이 풍기는 정취,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소설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써내려가는 ‘수리 보고서’는 건축물을 수리하는 과정을 담은 글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아픈 역사와 상처받은 인생의 한 순간을 수리하고 재건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 어떤 마음의 상처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필수요소, 마치 문고리나 창틀이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인 것처럼 삶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두려운 나머지 잊고 묻어두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된 주인공이 보고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때 이 방대한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는 이 작품을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마음의 성장을 실감하는 동시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어야겠다 싶은 장소들은 아예 발길을 끊어서 최대한 망각할 수 있게 노력해왔지만 이 일을 맡으면 그곳에 대해 생각하고 더 알게 될 것이었다. 거기에는 일년 남짓의 내 임시 일자리가 있었고 600년 전에 건축된 고궁이 있었고 잊지 않으면 살 수가 없겠구나 싶어 망각을 결심한 낙원하숙이 있었다. P17


나는 추웠고 그건 몸을 덥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안정적으로 눌러줄 얼마간의 무게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 같은 건 누군가 놓친 유원지 풍선처럼 날아가버려도 그만일테니까. 대문 밖만 나가면 아는 얼굴들이 나타나는 섬과, 사람 물살을 헤치고 다닐 때마다 생소한 얼굴들이 차고 슬프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이곳의 봄은 완전히 다른 계절이었다. P87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물론 동대문 시장까지 밤의 자전거를 타고 오가던 계절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P156~157

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었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었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내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양육자들이 이기지 못해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P179

장과장 말처럼 그냥 지나가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면이 유리로 된 온실의 아름다움이지 그 아래 무엇이 있었는가가 아닐 테니까. 땅 밑은 수리와 복원의 대상도 아니니까. 하지만 질서에는 어긋날 것이다.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 P209~210


한때는 근대의 가장 화려한 건축물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대중적 야앵의 배경지로, 역사 청산의 대상으로 여러번 의의를 달리한 끝에 잔존한 창경궁 대온실은 어쩌면 '생존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건축물과 함께 그 시절 존재들이 모두 정당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에게도 이해되기를. P410

동양 최대의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둘러싼 장엄한 서사

가슴 저릿한 비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증명하는 생의 찬란함

'대온실 수리 보고서'

책제목에 이끌려 구입한지는 좀 되었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작가가 원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준비했을지

방대한 서사와 치밀함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 책으로

그와 별개로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 들기도 했다.

누렇게 변색된 내 어린시절의 앨범속엔

창경궁으로 소풍을 갔던 유치원 흑백사진과 함께

두동생과 엄마, 아빠와 함께한 어느 벚꽃피던 봄날의 사진이 있다.


겨울에 스케이트를 탄 기억은 없지만

어린시절 꽤 자주 창경궁 나들이를 했고

지금은 사라진 동물원과

식물원을 들어섰을때 코끝을 지나던 냄새, 습기와 온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철들고 부터는

계동에 살았던 베르테 덕분에

혜화동과 삼청동 일대를 자주 걸었었다.

가을에 유난히 예쁜 동네이기도 한데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은 건

작년 이맘때 친구들과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삼아 창경궁과 대온실 구경에 나섰던 기억...

그 때문이지 소설 좋아라하지 않지만

이번엔 좀 달랐던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부서진 삶을 수리하고

생존하고자 애쓰는 주인공들을 대변하는 섬세한 문장이 만나

순간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단풍이 다 지기전에 창경궁에 다시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온실에 들려

바나나 나무를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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