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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평점 :
여기, 당신의 마음을 홀딱 훔칠 읽을거리가 있다.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끝없는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예술 도둑》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핀클이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를 둘러싼 기이하고 강렬하며 아롱아롱 번쩍이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은 1997년 2월 어느 분주한 일요일,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으로 문을 연다. 스물두 살의 귀여운 연인,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이날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머무는 어머니 집 다락에 전시한다. 아름다운 보물로 둘러싸인 환상 속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꾸린다. 바라보고, 쓰다듬고, 사랑하고, 또 훔친다. 그러나 오만한 한 행동이 마침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마는데…….
핀클은 수많은 이들과 주고받은 인터뷰, 광범위한 연구와 치밀한 취재 등을 토대로 이 모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사건을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내 우리에게 선보인다. 인간 본연의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우리의 마음을 황홀하게 휘젓는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크라나흐(Lucas Cranach),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부셰(Francois Boucher), 와토(Antoine Watteau), 호이옌(Jan van Goyen), 뒤러(Albrecht Durer)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작품도 있다. 그림이 하도 많다 보니 다락 전체가 색으로 소용돌이친다. 거기에 상아의 광채와 은이 내뿜는 빛이 더해져 색은 더욱 강조되고 반짝이는 금빛이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별 볼 일 없는 동네의 특별할 것 없는 집 다락. 예술 전문 기자들은 이곳에 숨겨둔 작품의 가치를 모두 합쳐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억 달러(2조 7,0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두 사람은 환상 속 세계를 뛰어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보물 상자 안에 사는 삶이라니. p31
파란색 상자도 브라이트비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저택 지하실에서 비좁은 아파트의 이케아 책장으로 옮겨졌다. 뮐루즈 역사 박물관에서 가져온 버클도 다른 보물들과 함께 상자 안에 고이 모셔두었다. 브라이트비저에게 완벽이란 이런 것이었다. 상자 속 보물은 그를 화나게 하지도, 괴롭히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사람과는 다른다. 평생 이 파란색 상자나 채우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을까. 브라이트비저는 생각했다. 방안에 홀로 있어도 충분히 완전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필요치 않았다. p48~49
심리 치료사 미셸 슈미트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특별한 점이라면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커다란 눈만은 남들과 다르다. 날카로운 눈빛과 푸른 사파이어색 눈동자를 가졌고 두꺼운 눈썹 때문에 이 부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영리한 방법으로 여러 은둔술을 발휘하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눈은 마음의 창이자문이며, 그의 많은 것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기쁘거나 슬플 때는 금방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눈물이 많은 편이다. p79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작품은 그에게는 그저 물건이 아니라 또 다른 도둑질의 이유가 된다. 그리고 어차피 예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도둑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하는 것을 내가 갖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미술상에게 돈을 내고 작품을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한다. 적어도 그는 예술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악의 소굴에서도 만만치 않은 악당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이게 브라이트비저의 꿈이겠지만, 예술의 역사에 영웅으로 기록 될 것이다. p104
결국 어떤 예술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지는 그 사람 자체의 본질과 연결된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정말 그럴까?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신경과학 교수 세미르 제키(Semir Zeki)는 MRI 촬영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이 화면에 비친 예술 작품을 보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뇌에서 미적 반응이 일어나는 정확한 지점을 알아냈다. 눈 뒤에 위치한 콩알만 한 크기의 엽(葉)이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그다지 시적이진 않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는 사람의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al-frontal cortex)에 달려 있다. p150
삶에서 브라이트비저가 만난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리만큼 그의 도둑질에 관대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메쉴르, 그리고 앤 캐서린도 모두 그랬다. 관대한 정도가 아니라 브라이트비저만큼 예술을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예술 전문 기자 노스는 “이 무리에는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한다. “‘도둑질을 멈춰라’, ‘작품을 돌려놓아라’, ‘어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이 브라이트비저의 문제였다.” p280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예술도둑'
무료하게 넷플릭스 영화를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영화 한편이 있었다.
'미술품 도난 사건'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는데
그림과 친해지던 시기라 영화 속 스치듯 지나가는 유명화가들의 작품이
눈에 들어오며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했던 기억...
이번에 책으로 만난 '예술도둑'은 실화로 저자가 10년 넘게
스테반 브라이크비저의 이야기를 모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소설같고 영화같다.
브라이트비저의 심리상태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
그리고 천장에서 줄을 매달고 내려온다거나
적외선 센서를 요리조리 피하며 예술품에 다가간다거나 하는 장면 하나 없지만
평범한 관람객 모드로
스위스 아미 칼 하나를 사용해 완벽하게 예술품을 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수없이 마주하다보니
이건 현실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예술품을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고
히틀러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직접 박물관을 지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모두 모아놓고자 했다고 한다.
누가 더 도둑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기도 했는데
가족들이나 주변 인물들이 그에게 관대한 대신
“‘도둑질을 멈춰라’, ‘작품을 돌려놓아라’, ‘어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해주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질수도 있지 않았을까?...
책에서 묘사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아담과 이브'를 비롯해서
얀 반 케셀의 구리 화판에 그렸다는 정물화
또 프랑수아 부셰의 '잠자는 목동'은 나도 탐이 난다. ^^;
책속에 작품들은 차차 찾아보는걸로...
시험공부해야하는데 자꾸 딴짓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