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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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벅찬 하루였대도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2018년 2월부터 ‘동아일보 <2030세상>’에 연재해온 칼럼 중 일부를 선별하고 몇 편의 새 원고를 더해 단행본에 맞도록 수정하여 엮은 책이다.

콘텐츠 마케터이자 작가인 저자는 정제된 매체에 정해진 형식으로 꽤 긴 시간 글을 써오다 보니, 1,500자 5~6개 문단으로 사고가 재단되고 글이 패턴화되는 동시에 각각의 글이 독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 칼럼의 특성상,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 즉 세포 어딘가에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것이 새겨져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칼럼 쓰기를 통해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면 대체로 충분하는 것’을 아로새겼다고 말하며, 이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마음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각 장은 ‘행복해지려는 관성’의 체득을 위한 단계적 접근으로, ‘Part 1 발견하기’에서는 별것 아닌 일상일지라도 그 안에서 ‘그래도’를 발견하는 긍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Part 2 정의하기’에서는 타인이나 세상의 기준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를 통해 ‘내 식대로의 행복’을 정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Part 3 유지하기’에서는 끊임없는 단련을 통해 ‘바로 지금 여기서’ 단단한 행복을 유지함으로써 마침내 새겨지는 ‘행복해지려는 관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이 자신만의 행복을 발견하고 유지하는 관성을 구축해 나가기 위한 연습장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중간중간 질문과 함께 충분한 여백을 마련해 두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책을 덮는 끝에 독자 스스로가 제아무리 벅찬 하루였대도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기를, 딱 그만큼의 긍정과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럴땐 아쉬운 대로 일상 여행법을 추천한다. 살고 있는 동네의 새벽길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매번 지나치기만 했던 식당의 문턱을 넘어본 일은? 구태여 밖으로 나설 필요도 없다. 배달음식 시켜 먹기, 집에서 영화 보기와 같은 별것 아닌 일상일지라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나름의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여행이 좋았던 까닭은 대부분 ‘그때 그 장소’가 아닌 여행 중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기인했다.
사소하지만 귀한 순간들을 알고 놓치지 않고 기뻐하는 것. 하루하루를 최대한으로 곱씹으며 아쉬운 마음으로 놓아주는 것.
요컨대, 설레는 연습. 아무래도 당분간은 스렇게 수련하는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p45~46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글귀,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주로 교실 급훈으로 자주 등장하고 나 역시 몇 번이고 책상머리에 붙여 놓았다. 당시에는 명언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다시 보니 조금 이상하다. 그냥 내일 뛰면 안되는 걸까. 내일 뛰더라도 오늘은 멈춰 쉬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쉬지 않고 걷는 삶과 가끔 뛰더라도 종종 멈추어 쉬는 삶.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일 뿐. 그러니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오늘 당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p143


내일 당장 내가 죽는다면, 나는 어떤 말들로 정의될까. 나아가 나는 어떤 말들로 기억되고 싶은가. 삶의 엔딩에서 나를 정의 내릴 말들을 미리 고민하고, 오늘 나의 정의와의 간극을 메우는 일. 보다 만족스러운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이를테면,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은 분명하므로 일단 오늘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p100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은 ‘여행자’라는 말이 있다.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러한 모습도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어떠한 속박이나 가식 없이, 교감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만남에 대한 갈증 말이다. 앞으로의 숱한 만남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여행자이고 싶다.
p216


코로나 블루...

직장도 쉬고 있고

사소하지만 좋아했던 많은 것들에

제약을 받고 멈춰야했던 지난 시간들...

그럼에도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지려 얘쓴 한 해였다.


'행복은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

이라고 이야기하는 책

'행복해지려는 관성'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안괜찮은데 괜찮은척 했던

완벽하지 않은 행복...


저자가 전해준 일상 여행법은 나도 시도하고 있는

행복해지는 연습중에 하나이다.

저녁 산책길을 늘 다니던 코스가 아닌 다른 길로 걸어 보기도하고

카페에서 구석자리에서 책읽는 걸 좋아하던 난

배달앱을 이용해 커피를 주문해 식탁을 카페삼아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고

영화관에 예전만큼 자주 못가는 대신

구입한 LG시네마빔으로 영화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죽을만큼 힘들어도 갓지은 밥과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내던 나였지만

이젠 일주일에 한 번쯤은 반찬전문점을 이용하기도하고

그로인해 생긴 여유로운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등

내 식대로의 행복을 키워가는 중이다.


매일 쉬지 않고 걷는 삶과 가끔 뛰더라도 종종 멈추어 쉬는 삶.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일 뿐.

그러니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오늘 당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이 문장에 느닷없이 코끝이 찡해지는 건

아직도 쉬는 것이 어색한

늘 뭔가 해야한다고

스스로 들볶은 강박때문이리라...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한마디가

진심으로 위로가 되던 날...


내친김에

행복해지려는 관성 도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행복 밸런스게임을 해보았다.


 

 


검사결과 난,

소확행 콜렉터!


일주일에 한 번

특히 월요일엔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고

매콤 달달한 떡볶이를 먹다보면 이내

지난 주말은 고단함을 잊고 바로 행복해지는 나

그게 바로 난데... ㅋ


취향이 확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래의 큰행복을 위해 현재의 작은행복을 포기하긴 싫고

에세이나 소설을 좋아하는 건 맞으니

대체로 결과에 만족한다.

다른 많은 섹션들도 좋았지만

마음 방학은 꼭 실천해보고 싶은 도전중에 하나다.

제아무리 벅찬 하루였대도

나또한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기를...



마음 방학은 생의 주인공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기대와 의무를 의식적으로 거두어 내고

작은 판단부터 온전히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내려 봄으로써,

활의 부침에 이리저리 틀어진 행복의 기준점을 다시 나로 맞추는 일이다.

이 간헐적이고 사소한 이기적 선택들이 모여 삶의 행로를 조금 더

‘나의 행복’을 위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갈 것을 믿는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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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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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사를 풀어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 안내자 양정무가 미술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고정관념을 환기하며 미술작품을 통한 사유와 감성의 확대를 모색한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미술의 장구한 역사를 인류 문명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미술사학자이자 ‘인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사를 대중화하는 데 노력해온 양정무가 오랫동안 미술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고민해오던 문제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집요하면서도 자상하게 풀어낸다.

‘미술은 왜 끊임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속성을 보여주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고전미술의 신화화 과정을 파헤치고, 미술관에 들어설 때마다 느끼던 무게감을 초상화의 무표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밖에도 박물관과 시민사회의 함수관계, 화려한 미술 속에 담긴 질병의 그림자 등을 통해 인간이 미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축했는가를 살핌으로써 독자들을 미술에 대한 다각적인 성찰로 이끈다.

과거와 현재, 서구와 한국을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설명은 직관적이고도 유려해서 저자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풍성한 화보를 곁들인 양정무의 입체적 안내를 통해 독자들은 안온하고 고상한 세계로 여겼던 미의 세계가 격동하는 뜨거운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먼저 미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바라보기 위해 과감하게 다음과 같은 큰 질문을 던지려고 합니다. '고전미술이란 무엇이가?' '미술은 문명의 표정이 될 수 있는가?' '미술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처럼 자칫하면 피상적으로 흐를 수 있지만. 최대한 현실에 근거한 실천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보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술이 신비주의의 베일에 가려져 고상한 취미나 교양으로 포장되는 현실을 넘어서 영욕의 인류사는 담은 생생한 실체라는 인식에 다가가디 위해 크고 묵직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p6


누가 고전을 중심으로 세기의 명작을 차지하는가는 곧 누가 유럽의 정신적 뿌리를 차지하는가의 문제, 즉 유럽 전역에서 권위를 발휘할 정통성 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폴레옹이 벌인 이 같은 약탈극은 고전의 지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유라는 혁명의 이념이 약탈의 정당한 근거로 둔갑한 걸 보면 조금 무시무시한 반전이라는 느낌도 들죠. P155

그러나 유럽 각지에 박물관과 미술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과정에서 나폴레옹의 역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참담한 정복 전쟁 속에서 벌어진 부당한 미술품 갈취가 결과적으로 박물관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에서 우리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p164


뭉크는 의외로 장수했습니다. 스페인독감을 이겨내고 81세까지 살았습니다. 병에서 어느정도 회복한 다음에 그린 1919년의 자화상을 보면 눈, 코, 입이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병마를 딛고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죠. 어렸을 때부터 질병과 죽음의 한가운데서 자라온 뭉크는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목도하면서 미술을 그 모든 슬픔을 치유하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그림에서 나타나는 그의 강렬한 도전정신과 예술혼은 질병 속에서도 뭉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p257~258 


 여러 방송을 통해 다정한 목소리(?)로 미술사를 쉽게 풀어주시던

양정무님의 미술에세이 벌거벗은 미술관이 출간 되었다.


어린시절 고모의 아뜨리에에서 만나던

줄리앙, 아그리파, 비너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는 몸짱이 대접받는 사회였다는 흥미로운 구간을 지나

고전미술이 신비화되는 과정을 읽고나니

저자의 이야기처럼 그동안 아름답다고 느끼던

완벽한 비율의 조각상들이

앞으로는 조금 달리 보일 듯도 하다.



초상화는 화가가 모델을 앞에 둔 채 오랜 기간 동안 그려야 하는데,

그동안 웃는 표정을 계속 유지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바로크 시대의 풍속화나 초상화를 보면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도리어 화가들을 자극시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환한 웃음이나 순간적 동작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아마도 이를 통해 자신의 그림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p119



알브레히트 뒤러 / 오스발트 크렐의 초상 / 1499년

프란스 할스 / 웃고 있는 기사 / 1624년


가장 흥미로왔던 섹션은 아무래도 '초상화속 인물은 왜 웃지 못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시대의 미술전에 다녀오지 못한 한을

이 책으로 풀었다. ^^;

가끔 만나게 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오스발트 크렐의 초상을 보면서

억지스럽게 쓴 인상에 오히려 코믹하게 느껴졌었는데

오스발트 크렐은 뉘른베르크 출신의 상인으로 심각한 표정을 통해

강하게 보이고 싶어했다고 한다.


웃는 모습에 초상화는 바로크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화가들은 이렇게 웃는 모습을 그리는게

자신의 그림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니?!.... @.@


에드바르 뭉크 / 병든 아이 / 1885~86년


질병과 광기와 죽음은 내 요람을 지키던 천사였고,

그때부터 나를 평생 따라다녔다.

몸은 아프고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지옥의 벌을 받는 느낌이었다. p253


태양이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붉어졌다.

암청색의 피오르와 도시 위로 구름이 피처럼 불타올랐다.

친구들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나만이 공포에 떨며 서 있었다.

그때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들었다. p256



 

에드바른 뭉크 / 스페인독감 직후의 자화상 / 1919년


미술과 팬데믹도 관심있게 읽은 섹션으로

뭉크전시회에서 '병든 아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이 생각났다.


뭉크의 작품이라고는 '절규' 밖에 알지 못했던 상황에

'병든 아이'를 직접 보고 도슨트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후로 뭉크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스페인독감이라는 무서운 병에서 어느정도 회복한 다음에 그린 

뭉크의 눈, 코, 입이 다 있는 자화상에선

병마를 딛고 일어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연이은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치유하는 도구로 사용한 미술...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담긴

고전미술과 미술관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회화에 비해 관심도 덜하고

영~ 친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리스조각상도

아주 쬐끔 좋아진 느낌도 들고... ^^;




미술을 통해 본 인간은 어떤 모습이냐고 제게 묻는다면 '인간은 늘 방황하지만 그것에 도전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자'라고 답할 것입니다. 미술의 역사는 바로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미술의 역사를 명작들로 이어진 위대한 역사라고 알고 있지만, 조금만 냉철하게 살펴보면 미술의 역사는 도리어 실패와 미완성으로 이루어진 고뇌와 좌절의 역사입니다.

예술가들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쩔수 없이 겪는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위대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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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개정 증보판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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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밋밋하고 사소해 보이는 평범한 삶에서, 죽을 것같이 외롭고 불안한 날들에서, 단단한 마음으로 건네는 다정한 위로의 장면들!

KBS <인간극장>, 다큐대상작 <우리가(歌)> 등 휴먼다큐 작가로, 에세이스트에서 글쓰기 안내자까지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수리의 시작이 되었던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가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본문의 표현과 문장을 세심하게 매만졌고, 책의 디자인, 본문 구성도 새로이 했다. 또한 수년 전 시작된 이야기의 답장 같은 글이 되어줄 새로운 세 편의 글을 추가 수록해 더욱 풍성해진 이 책은 감히 고수리 에세이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다.

[알라딘 제공]



아버지와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동안은 그와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들을 마주칠 때면 마음이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그맣게 바란다. 아플락 말락 마음이 아리지만, 아버지도 이 아저씨들처럼 어딘가에서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시간은 쉼도 없이 흐른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조용한 슬픔은 어쨌든 무뎌지긴 하는 것이다.
p45

 

사람이 한순간에 이토록 쓸쓸해질 수 있다니. 쓸쓸하고 외로운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곤히 잠든 도연은 아이 같기도 노인 같기도 했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앞으로 살아갈 불투명한 미래가 만져지는 것 같아 손끝이 저릿했다.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살아가겠지. 몇 번이고 텅 비어 낯설고 어둑해질 이 세상에서, 내가 외로울 땐 당신이 곁에. 당신이 외로울 땐 내가 곁에. 그렇게 우린 함께 살아가겠지. p57

 

살아도 살아도 세상은 모르는 것투성이, 툭 하면 상처받고 툭 하면 우는 우리가 어른이라니. 어쩌면 “너는 이제 어른”이라고 귀띔해주는 말들을 그냥 믿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니까 짊어져야 한다고. 어른이니까 희생해야 한다고. 어른이니까 살아가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거운 말들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고 묵묵히 나아갈 때,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p84


무표정으로 종종걸음을 걸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스쳐 가는 타인들에게 나는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경이로움도 함께.
아마도 우린 이렇게 우주를 만드는 걸까. 혼자라도 좋았다. 무수한 사람들 속에 포함된 하찮은 존재라도 좋았다. 나는 작고 작은 우주 알갱이가 되어 두둥실, 무중력으로 걷는 기분이 들었다.
p252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말을 끌어안는다. 절망과 아픔과 미움에 관해서 나는 아주 짙고 깊은 어둠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틈새의 삶, 이를테면 어두운 틈으로 새어든 한 줄기 빛과 같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이야기가 절망에서 끝나버리지 않도록, 잠시나마 손바닥에 머무는 조금의 온기 같은 이야기를, 울더라도 씩씩하게 쓰고 싶다. p256



블루톤의 표지와

어두운 밤, 

외롭고 무섭지만

왠지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될 것 같은 

제목 한줄에 끌린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휴먼다큐 작가 가 쓴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구구절절 마음이 요동친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 나와 닮은 인생 이야기가 아닌

분명 남의 이야기(?)인데도....



뭉클한 작은 기적.

결국은 마음이었다.

나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

그리고 겨우 깨진 머그잔 하나를 고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 회사의 마음.

저마다 다른 문양의 조각들이 이어져 아름다운 퀼트처럼,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아름다운 머그잔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

엄마의 두 손에 따뜻하게 안길 머그잔.

손잡이에 다른 문양이 붙어 있어도 예쁘기만 하다. p26



뭐라도 하나더 챙겨주고

예쁘고 좋은 거 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듬뿍 담은 혼수품을 장만하던날

엄마에게 선물한 폴란드 머그잔 딱 한개....

어느날

딸의 빈자리를 채우듯 애지중지 사용하던 머그잔이 깨지고

그릇을 만든 본사에 깨진 조각과 함께 

딸이 시집갈 때 준 특별한 선물이라 꼭 고쳐서 다시 쓰고 싶다는

손편지를 동봉해 보내게 된다.

몇주뒤 저자의 어머님은

깨진 손잡이가 고쳐진 머그잔과 함께

또한 회사의 마음이 담긴 손글씨 메모를 받았다고 한다.


요즘 내 아킬레스건은 딸이다.

여행이나 연수외엔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큰 딸의 결혼은

분명 축하하고 축복할 일임에도

문득문득 허전함을 느끼고

아주은 가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작은기적'이라는 제목의

비교적 초반부 한 꼭지를 읽던 난

간절한 엄마의 마음이 통했다는 안도와 함께

나도 모르게 훌쩍 어깨가 들썩였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마음도 조금은 알 듯하고

밉기만 하던 남편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 남자도 많이 늙었구나...

날 만나지 않고 시어머님이 가끔 얘기하시던

방앗간집 조카딸과 결혼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던

어느밤도 오버랩 됐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우리들의 삶...

내 치열했던 젊은 날과

여기저기 온몸에서 고장났다는 신호를 보내며

무기력해져 가는 현재의 일상도

다 괜찮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졌다. 그랬다. 살아가는 우리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이었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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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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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이너,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향해가는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이하 밀라논나)을 지칭하는 수식어를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어른’이다. 포용력을 갖춘 어른, 무해한 영감을 주는 어른, 성공보다 성장을 권유하는 어른, 우리가 닮고 싶은 그런 어른 말이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완고한 고집보다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평생 쌓인 경험과 지혜가 오롯이 스며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습득한 봉사와 검약의 생활 철학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조언을 전하고, 유튜브에서 못다 한 속 깊은 이야기도 풀어놓아 진짜 멋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밀며든다.’ ‘밀라논나에게 스며든다’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말이다. 왜 많은 사람이 이토록 밀라논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열광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어떻게 나다운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떻게 품위를 지킬 것인가’ ‘어떻게 이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 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내장지방보다 내공이 탄탄히 쌓인 어른이 되어가길 바라는 젊은이들, 인생의 후반전을 경쾌하게 보내고 싶은 중장년들,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괜찮은 내일을 소망하는 모든 이에게 밀라논나는 위안과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나이가 되니 곳곳에서 ‘사는 게 뭘까?’라고 묻는다. 사는 게 뭐 별것일까. 태어나졌으면 열심히 사는 거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살면 좋고.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인생의 고비마다 되풀이하던 말이 있다.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p8


간혹 내 말이 본의 아니게 달리 해석되는 걸 보면 가슴 한편이 쓰리다.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니까 그럴 때일수록 나를 칭찬해준다. 칼 같은 말에 무너지지 않도록 잠시 묵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미흡한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본다. p85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조촐하다’ 아담하고, 깨끗하고, 행동이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고, 얌전하다는 뜻이겠다. 조촐한 삶이 바로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황금 깔린 길이 아니라 자연의 냄새가 나는 길이 내가 추구하는 길이다. 복잡하고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단순하되 맵시 있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p175


자기 취향을 정확히 아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에서 각 개인은 개성을 구가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 단,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p217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이 다 다르듯이 우리 각자도 꽃피는 계절이 다르다. 추운 계절에 피는 매화나 백목련을 보고 더운 계절에 꽃을 피우라고 할 수 없다. 더운 계절에 피는 글라디올러스나 봉선화를 보고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우라고 할 수 없다. 이렇듯이 누구의 강요가 아닌 각자의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끌리는 상대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p248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밀라논나를 처음 만난건

한 자동차 광고에서였던 것 같다.

노천카페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가

젊은 여성에게 자켓을 나눔하는 장면이었는데

솔직히 차보다는 카리스마 느껴지던 밀라논나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2019년 부터 유튜브를 시작하셨다고 하는데

유튜브랑 별로 안친한 나로썬

멋진 실버모델(?)이신가보다 하던차에

대화의 희열에서

패션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방법과

“본인이 명품이 되세요, 주체적인 삶을 사세요”

라며 들려주는 밀라논나의 이야기에 푹빠져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를 예약구매했고 주말내내 이 책과 함께 보냈다.



‘어떻게 나다운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떻게 품위를 지킬 것인가’

‘어떻게 이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인가’




한국인 최초 밀라노 유학생

유명 패션디자이너

이탈리아정부 명예기사 수여자 등

밀라논나를 표현하는 많은 수식어가 있었지만

남은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요즈음인지라

'죽을때가지 변화하고 싶다'는

노후에도 여전히 멋진 밀라논나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내곁에서 위로와 용기를 줄 듯 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저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시작할까? 말까?

나 또한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숱한 고민을 했고

그때마다 되도록 단순하게 생각했다.

“재밌으면 해보면 되지!”

모든 어른과 아이가 자기 인생에 마땅히 용기를 내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시작해보라.

그것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짊어지면 된다. p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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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한 식탁 - 내일은 더 맛있게 차려줄게
토토 지음 / 청림Life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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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보살펴야 하는 건 아이만이 아니라는 걸.” 출산한 아내를 위해 밥을 차리며 생각한 ‘남편 됨’에 관하여. 국제구호개발NGO에서 아동권리활동가로 일하던 저자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다. 출산과 동시에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밥’ 때문이었다. 임신으로 10개월 동안 고생하고 어렵게 아이를 출산했는데, 육아마저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었던 까닭이다.

부부는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육아 성평등을 선택했고, 아내가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남편은 아내를 위한 식탁을 차렸다. 산후조리 음식의 정석인 소고기미역국부터 버섯들깨순두부, 대파육개장, 고등어구이, 시금치토마토프리타타, 맷돌호박수프, 양배추스테이크까지 산모를 위한 건강식으로 100일의 산욕기를 채웠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독박육아와 가부장제, 우리 사회가 산모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기혼 남성이 요리와 육아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아내를 위한 식탁》은 그렇게 탄생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기묘해서 한번 발길을 멈추면 다시 길을 내는 게 어려워진다.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언제든 열려 있는 식당조차 마음의 길이 끊기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게 너무 당혹스러워 때론 서글프기도 하지만 별 수 없다. 시절이 가버린 것이다. ‘제철’의 뜻은 알맞은 시절이다. 알맞은 시절에 태어난 과일과 채소, 생선은 그래서 약이 되나 보다. 아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니 올해는 끊긴 길을 새로이 내고 싶었다. 봄이 우수수 꽃을 떨어뜨리기 전에 나는 아내에게 도다리쑥국을 선물처럼 요리해주고 싶었다. p73~74


주변을 둘러봐도 남편이 아내의 몸조리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가 아니면 산모는 미역국 끓일 시간조차 나지 않는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산모가 기진맥진한 사이, 남편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마도 일을 하고 있을 거다. 밤새 아이를 안아주다가 아이 분유와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일을 하고 있을 거다. 회사에서 집에서 고생하는 아빠들을 책망할 마음은 없다. 다만 나는 궁금할 뿐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왜 아빠들은 일하고 있어야 할까. p135


문득 밤마다 그림을 그리던 맛탕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피곤해도 펜을 놓지 않고, 그만 쉬라고 해도 아내는 꼭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아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다. 아마도 아내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닐까. 애석하게도 나로부터. 6개월 육아휴직은 해도, 경력단절은 단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기혼 남성인 나로부터 아내는 자신의 경력을 지키고자 혼자 분투했던 것이다. 성평등 한 척하며 살았지만 나는 사회가 주는 혜택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굳이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에게까지 양보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겨우 깨달았다. p199~200

아이가 귀해졌다면서 세상은 아이들을 환대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세상은 마치 아이들이 저절로 크길 원하는 것 같다. 남편도 기업도 사회도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 아니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걸 분명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쯤 되면 거의 묵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자 혼자만 참고 조용하면 되니까. 그러면 육아하는 여자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하니까. 진심으로 묻고 싶어졌다. 왜 우리는 육아가 지옥이 될 때까지 내버려둔 걸까.p222


먼 훗날, 우리가 함께 지금을 돌아봤을 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드라마처럼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연락하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가 많겠지만 앞으론 더 어려운 순간들을 만나겠지만, 그때마다 부디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꽃냄새를 맡아보겠다며 마꼬는 일어서서 우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이의 걸음걸음마다 불안과 기적이 교대로 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빌려 산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삶이 점점 내 것이 돼가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복이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왔다. p252



아내를 위한 식탁


결혼하고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김씨가 나를 위해 식탁을 차려준 적이 있었을까?!.... @.@


그 긴 시간동안 내 기억속의 김씨의 요리는 딱 한 번

연안부두에서 손수 사온 꽃게로 만든 꽃게탕이었는데

하필 그때 외국에서 몇년만에 한국을 찾은 선배를 만나는 중으로

아빠를 대신해 된장이며 고추가루가 있는 위치를 묻던 큰 딸이

아무래도 엄마가 얼른 오는게 좋겠다며 가출(?)을 시도했고

어쩔수없이 일행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온 난,

초토화된 씽크대와 맹맹한 꽃게탕을 심폐소생해 저녁을 먹었던

아주 슬픈 어느날의 식탁이 생각났다. ㅠ.ㅠ


이 책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출산후 2주후면 멀쩡해지리라 믿었지만

청소는 그렇다치더라도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전혀 상상하지 못 한

초보 아빠의 아내를 위한 식탁에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 세 끼,

하루 세 번의 즐거움을 미역국으로만 채우고 싶진 않았던 저자는

인터넷과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산모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해 식단을 짜고

음식을 먹으며 즐겁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내의 권유로 SNS 올리기 시작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 이 책은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아내를 돌보는 30대 가장의

아내를 위한 식탁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꽤 여러꼭지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며 얘써 눈물을 삼켜야했는데

책을 읽는동안 내가 겪었던 객지에서의 꼬맹이 출산과

힘들었던 독박육아로 인한 산후우울의 시간이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잘 간직했다가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예비사위에게 건네면 너무 속보일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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