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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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로 통쾌한 인문학의 재미를 선사했던 조이엘 작가가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다. 제주에 살고 있는 부부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제의 인스타툰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의 주인공 ‘기인 선생’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내와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가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랑’에 물음표를 던진다. 또한 자신의 경험에 탄탄하고 해박한 지식을 더해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사랑을 재정의한다.

우리는 깨어있는 한 사랑을 한다. 나 자신을, 부모를, 자녀를, 친구를, 반려동물을.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을 합친 분량과 두께로 연인을 사랑할 때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작가는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면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본질은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통찰을 선물하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자이자 사랑꾼인 작가가 인문학에서 건져 올린 64개의 문장과 그만의 사랑법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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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권태를 불러들이는 뒷문이고, 권태는 바이러스인듯 제가 속한 존재를 찢어가면서 덩치를 무한 증식시킨다. 그렇게 익숙함이 갈등이 되는 순간, 파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상대방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은 뒷걸음질 친다.

사랑하는 이의 참된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과 발견되어야만 하는 것들, 다시 발견되어야 할 것들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 상대방 속에, 상대방 주위에, 그리고 상대방 너머에 무한히 깔려있다는 믿음에 대한 상상력 말이다. p26~27

사랑은, 결혼은, 극단까지 나를 밀어붙이는 숭고한 작업이다. 자잘한 습관에서 자아 정체성까지 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할 때 아름답게 완성된다. 그래서 사랑과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내 여인은, 남들은 줘도 안 가질 빈털터리 기인에게서 그런 용기를 발견했나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와 수소가 만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물이 되듯이, 산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소로 나를 선택했다.

내 여인은 승부사였다. p56

"빨래가 뭐 힘들어 세탁기랑 건조기가 다 해주는데."

맞다. 하지만 더럽혀진 옷은 제발로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주머니 이곳저곳 들어있는 휴지조각도 제 발로 나오지 않는다.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뒤집어쓰는 것은 언감생심, 스스로 문 열고 나와줘도 땡큐다. 세탁이 끝난 후 건조기로 옮기거나 세탁기와 건조기 필터에 낀 찌꺼기를 비우는 일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 깔끔해진 옷들을 무릎 꿇고 앉아 각 잡고 갤 때 그 무릎도 제 무릎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도 비슷하게 했던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말 할 수 수없다. 속으로만 한다. p106

“대장부가 마땅히 천하를 청소해야지, 어찌 방 한 칸을 청소하겠는가.”

중국 한나라 선비 진중거가 한 말이다. 천하도 청소하고 돌아와선 방도 닦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돌리면 아내가 너무 좋아하지 않을까? 개념이 행동을 규정한다. 개념이 이상하면 이상하게 산다. p110

프란체스코 교황이 말했다.

“고통 자체는 미덕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미덕이 될 수 있다.”

거대한 고통을 홀로 맞고 있으면 그림자조차 씻겨나갈 때가 있다. 부부는, 서로의 고통에 뛰어들어 심장을 묶은 뒤 함께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한 가닥 고통에 행복이라는 다른 가닥을 꼬아 실을 자아내고, 그 실로 한 땀 한 땀 삶을 직조한다. 그렇게 고통을 다루어낼 때 우주는 두 사람 이야기로 충만해지고, 부조리와 모순을 살아냄으로 극복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신의 광채를 발견하게 된다. 오직,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p114

내 자존감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뛰어난 성취를 한다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고,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내 승낙없이는 누구도 열등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 자체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존엄을 믿어야 한다.

상대방의 자존감은 어떻게 높여줄 수 있을까?

상대방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그렇게 부부는 닮아간다. p169

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까?...

그 질문에 대답을 기대하며 읽게 된 책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아주 오랜전 군산에서 강의할 때 일이다.

쉬는 시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남학생 한명이 다가오더니

"샘, 외로워보이세요.

남편도 계시고,

자녀도 있으신데?..." 하더라.

내대답.

"니들이 결혼생활의 외로움을 알아?!..."

.

.

.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외롭다... ㅠ.ㅠ

"빨래가 뭐 힘들어 세탁기랑 건조기가 다 해주는데."

이 문장에 빵 터지며 옛생각에 또 만감이 교차한다.

몇년전 이렇게 내게 얘기하던 김씨가

입원을 앞둔 내게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게 왠일인가 싶었지만 결론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도 단 한번도 김씨는 빨래를 한 적이 없다는 것... ㅠ.ㅠ

그래도 조금은 그 사람이 변할 줄 알았다.

무려 다섯시간의 긴 수술을 받은

난 아직 회복중의 환우이니까 조금은...

독신주의자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이란 다짐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글들은

내겐 부러움이었고 환상이었으며 한편으론 반성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그렇게 부부는 닮아간다.

며칠전 만난 친구가 말했듯이 결국 내 옆에 남을 사람은 그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해 보자.

힘든 풍파가 밀려오면 더러 흔들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난 또 이렇게 이 순간을 견디어 내리라 다짐했던...


우리 인생도 이렇겠지.

풍파가 밀려오면 너무 버티지 말고 그냥 흔들리자.

땅에 단단히 박힌 하체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흔들리던 상체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세상 풍파 불어올 때 같이 있어주는 게 부부라면 견디기가 좀 수월하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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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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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이중섭 백년의 신화》, 《내가 사랑한 미술관》, 《윤형근》 등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했던 큐레이터 김인혜가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정리한 『살롱 드 경성』을 펴냈다. 2021년부터『조선일보』에 연재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동명의 칼럼을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구본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이성자, 장욱진, 권진규, 문신 등 주요 미술가 30여 명과 문인들의 우정과 사랑, 작품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혼란의 개화기와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분단이라는 가혹한 시대를 뚫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던 그들의 생애는 슬프도록 찬란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박수근은 1965년 5월 작고했는데, 같은 해 10월 유작전이 열렸다. 유작전이 열린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전시회에 갔다가 박수근의 작품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동을 받은 이가 있었다. 바로 소설가 박완서였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심정을 안고서, 박수근과의 인연을 소재로 한 소설『나목』을 썼다. 그리고 이 소설이 1970년『여성동아』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주부로 살아가던 박완서는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다. 나이 39세가 될 때까지 주부였던 사람이 이런 훌륭한 소설을 썼을 리 없다며, 잡지사에서 집으로 찾아가 진짜 박완서가 쓴 것인지 증명해 보이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p83~84

시골 출신의 한국인 화가가 이런 일에 일생을 걸겠다고 결심한 것은 분명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생 알아주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림으로는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다는 현실을 감내할 만큼, 유영국은 이 일이 가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김기순은 유영국의 그런 태도에 이끌렸다. 그림이 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사람이 하나뿐인 인생을 걸고 이토록 열심히 매진하는 일에는 가치를 둘 수 있다는 확신이다. “만약 그렇게 열심히 해서 만들어놓은 것이 바가지라 하더래두요, 그건 그냥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건 아니죠.” 김기순의 말이다. p147~149

변월룡이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한인 학교를 졸업하자, 그의 재능을 아낀 동네 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그를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로 유학을 보냈다. 예로부터 한인들은 어딜 가나 교육열을 불태웠고, 똑똑한 아이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를 키워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변월룡을 타슈켄트로의 강제이주에서 제외시켰다. 변월룡은 1937년 강제이주가 시작되기 딱 한 달 전에 유학을 떠났고, 그 덕분에 이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다. 물론 그의 다른 가족들은 모두 타슈켄트로 강제이주를 당했고, 변월룡 가족의 정신적 지주였던 매형은 지식이라는 이유로 이주되기 전 처형당했다. p231~232

혼돈의 시대, 어둠울 뚫고 빛을 발했던 예술가들을 재조명하다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장욱진 회고전'을 예매하며 읽고 가려고 부랴부랴 구입한 책인데

결국 회고전을 다녀와서야 다 읽은 책이다. ^^;

'순서가 바뀌면 어떠랴~'

인상적이었고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작품들을

작가의 시선에 따라 다시 보고 설명을 들으니 작품이 다시 보이는 마법...

장욱진,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채

장욱진이 학창시절 <전국학생미전>에 출품하여 최고상을 받았다는 공기놀이


장욱진, <까치>, 1958, 캔버스에 유채

“숫돌에 몸을 가는 것 같은 소모”는 그의 삶뿐 아니라 작품에 철저하게 녹아 있다. 1958년에 그린〈까치〉라는 작품을 보자. 이중섭에게는 ‘황소’가 화가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었다면, 장욱진에게는 ‘까치’가 그러했다. 장욱진은 마을 주변을 낮게 날며 세상 사람을 관찰하는 이 작고 영리한 새를 좋아했다. 그림 속 까치는 그믐날 깜깜한 밤에 홀로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일견 조형적으로 단순하고 귀여운 작품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가는 화면 전체를 밤의 어둠으로 새까맣게 뒤덮은 다음, 매우 가느다란 도구로 수천수만 번의 손놀림을 통해 검은변 물감을 ‘긁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앙증맞은 까치 한 마리를 남기기 위해, 도대체 화가는 얼마나 여러 번 화면을 긁고 또 긁었을까. 모두가 잠든 새벽에 작업하길 좋아했던 그는 이 작은 화면을 긁느라 얼마나 많은 새벽을 홀로 지냈을까. 작가의 철저한 고독과 치열한 내면세계가 전해져 내게 이 그림은 도무지 귀엽지가 않고, 도리어 아프고 처절해 보인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뿐이다.” p288~289

이번 장욱진회고전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까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더 좋았던....

석파정미술관에서 작품을 처음 접하고

경기도 미술관 이건희컬렉션에서 다시 만나 비록 마그네틱으로나마 갖게된 유영국의 붉은 산

책에 실린 푸른 산도 갖고 싶다. ^^;


제주도미술관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라티오'에서 처음 마주한 변월룡의 작품들...

변월룡은 <닥터 지바고>의 저자인 러시아 문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최승희 등 북한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초상을 많이 남겼다고 하는데

말하지 않고 입안에 머물어도 그리움으로 눈물나게 하는 작품 '어머니' 앞에 오래 머물러있던 기억이 난다.

책에 실린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을 옹기와 함께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위의 작품과는 얼굴모습이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동안 그리 친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화가들에서 대해 좀 더 알게된 책으로 오지호 화가의 작품이 더 좋아졌다.

내취향이랄까?!... ^^;

곁에 두고 오래오래 함께할 생각이다.

집에 돌아가면

가을빛으로 물들었을 삼청동

현대미술관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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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세계적 지성이 들려주는 모험과 발견의 철학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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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서 영화관, 식당, 사무실 등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밖으로 나가야 할까? 손안의 작은 세상은 삶을 한없이 쾌적하게, 그리고 한없이 권태롭게 만든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신작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은 이상기후, 전쟁, 팬데믹 등으로 바깥세상은 어지럽고 내면에는 무기력이 팽배한 요즈음, 침잠하던 당신의 일상에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전작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를 이야기하며 장기간 인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철학, 역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유려한 사색을 펼쳐 보이는 그의 통찰력이 이번에는 ‘무기력의 시대’를 향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가벼운 광기요, 영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짜릿한 도취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진짜 삶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에 있다. 모험심, 에로스, 사생활, 일상, 실존, 탈주 등 15가지 단서를 따라가면서 생의 감각을 되찾으려 한다. 안팎을 넘나드는 ‘바람’이 당신에게 새로운 ‘바람’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입니다. 그런 유의 정신적 댄디즘은 시간과 세월의 흐름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끔 주도면밀하게 애를 씁니다. 그러한 삶은 때 이른 노년을 불러들여서 청년을 노인처럼 만듭니다. p7~8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입니다. 그런 유의 정신적 댄디즘은 시간과 세월의 흐름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끔 주도면밀하게 애를 씁니다. 그러한 삶은 때 이른 노년을 불러들여서 청년을 노인처럼 만듭니다. p61


죽음이후에도 삶이 있는가? 이 거창한 종교적 질문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품은 질문은 오히려 그 반대다. 죽음 이전에 진짜 삶이 있기는 한가?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고, 내어주고, 베풀고, 포용했는가? 인생은 이런저런 풍파를 피해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하는 지구력테스트가 아니라 좋은 관계, 감정,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생이 두꺼운 이불속으로 쏙 숨어버리기, 비디오게임과 드라마 시리즈 정주행, 충동적 소비에 불과하다면 거기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시간을 늦추고 싶어 하든 당기고 싶어 하든, 위험에 노출되기를 각오하든 보호받기를 원하든, 마음속의 엄청난 충격이든 다행스러운 감정이든, 살다보면 뭐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볌화의 여파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먼저 비슷비슷한 나날에서 깨어나 새로운 계시를 받아야 한다. 웅크리고만 있는 삶으로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 p80~81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입니다. 그런 유의 정신적 댄디즘은 시간과 세월의 흐름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끔 주도면밀하게 애를 씁니다. 그러한 삶은 때 이른 노년을 불러들여서 청년을 노인처럼 만듭니다. p117~118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기예보는 젊은 여성 기상 캐스터가 진행하는데, 얼굴 표정으로 좋은 소식 혹은 나쁜 소식을 나타낸다. 살짝 찌푸린 얼굴은 흐린 날씨 혹은 비 소식을 예고한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 따뜻하고 맑은 날이 온다. 추위와 폭우가 연일 이어질 때는 기상 캐스터가 나쁜 소식의 전령이 되어 괜히 미움을 산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기예보는 진지한 예측과 배려를 요구한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옷을 따뜻하게 껴입으라든가,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라든가. 이제 일기예보에서 옛날처럼 유쾌한 분위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기후는 전쟁이고, 기후에 신경 쓰지 않는 자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어떤 예보든 심각한 어조로 전달하지 않으면 무책임해 보인다. p183


안과 밖의 생산적 긴장은 문과 덧문이 살짝 열리면서 양측의 공기가 순환할 때 발생한다(서로 더 잘 연결되기 위해 국가와 국가를 분리하는 국경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우리를 마비시키는 불안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우아함으로 맞서야 한다.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역경과의 정면 대결이다. 폐쇄 혹은 개방의 독단주의 대신 다공성(多孔性)을, 절제와 용기 사이의 적절한 간격을 추구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창조적 충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맛은 언제나 다양한 영역의 충돌 속에 있다. p240

하루하루는 너무 바쁜데도,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

.

.

그건 당신의 일상에서

'진짜 경험'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로 포기, 루틴, 시간, 욕망, 기회, 한계, 죽음, 영원 등의 주제로

'무엇이 우리를 계속해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게 할까?'에 대해 알려준 소설가이자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신간이 나왔다.


여행을 위해 가방을 꾸리며 가장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가져갈 책이었는데

내가 애정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캐리어에 넣었다가

출발하는 날,

이 책 '우리의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으로 바뀌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행지에서 읽어 감동이 두배! ^^

지난 7월,

생각지도 못한 암진단을 받고 휘몰아치듯 각종 검사와 수술

그리고 퇴원후 지금까지 일상으로의 회복과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마음 한 켠으론 다시 태어난 드라마틱한 '제2의 인생'을 꿈꿨던 모양으로

근간엔 '주도적인 삶'이 아닌 여전히 주위의 환경에 휘둘리고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난생 처음,

낯선 도시에서 혼자 걷고 혼자 잠드는 일...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처없이 걷는 길에서 만나는 예상하지 못한 경이로운 풍경에

살아있음에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능성의 문을 되도록 많이 열어놓으세요.

앞으로 당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문을 하나씩 닫아갈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산다는 것, 수동적으로 숨만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산다는 것'은 가능성의 장을 끝까지 달려보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꺼이 밖으로 나가는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p8~9


닫아둔 문을 활짝 열고

기꺼이 밖으로 나왔기에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순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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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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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의 미술 에세이. 삶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쉼과 위로를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 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갈 힘을 주는 존재가 그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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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똑같은 런던 길을 걸어도 누군가는 그것을 소설로 또는 그림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로 여기고 지겨워한다.

예술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권태와 지루함을 공기처럼 먹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D 같은 존재다. 햇빛을 보지 못한 날엔 해를 담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진짜 길을 산책하게 되면 방에서 보았던 그림을 떠올린다. 풍경 속의 밖, 바깥 속의 풍경에 현재를 심는다. p114


호퍼, 조지아 오키프, 피에르 보나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를 만나고 나오면 시카고의 상징인 밀레니엄 공원과 지은지 100년이 넘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텔리젠시아 카페만 5개가 넘었다. 이 예술여행은 그 후 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남편이 다니던 대학교의 ESL 교실에 나가기 시작했고, 만나지 않고 살던 한국 사람들을 만났고,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주 시카고에 가게 되었다. 하나의 그림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미지의 것을 아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 빠질 정도로 큰 미시간 호수는 파도도 치기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호수가 바다도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라고 늘 집에 있으란 법은 없었다. p145~147

모두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격자무늬에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이가 되려면 더 많이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이 미끄러져 봐야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완벽히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간 추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단색화의 대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에서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정상화 작가처럼…. 문장을 뜯어내고 메우고, 들어내고 메우면서, 해도 해도 다시 나타나는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완벽하지 않은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p270

"오늘은

이 그림에서 쉬었다 가자"

그림 앞에서는 말이 필요없고,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온전히 젖어 있을 수 있으니까.

결국 이렇게 잘 보냈지만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위해

구입한 책

'나의 다정한 그림들'

추석연휴를 앞두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바빠서 얼굴 자주 볼 수 없는 백년손님 사위와 큰딸이 모처럼 집에 온다는데

말은 밖에서 먹자고 했지만 맘이 편하질 않았다.

늘 그렇듯 김씨가 사위 영양보충 시킨다고 한우를 사왔고

난 갈비찜과 전을 부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모처럼 엄마밥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니

몸은 좀 힘들었지만 집에서 먹길 잘 한 걸로...





이 글에서는 뭉크의 절박한 '절규'가 아닌 그가 남긴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주일 치의 분노를 월요일 오전에 다 풀었더니 <양귀비를 든 여인>과 같은 그림이 눈에 띈다. 뭉크도 이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바닷가 풍경이나 정원 그림을 보면 뭉크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거친 아우트라인도 고통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생의 찬미를 위해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평생 사랑에 실패했던 뭉크인지라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연인일 것이다. 양귀비와 백합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서의 하루. 정원에서만큼은 그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44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이 그림 '양귀비를 든 여인'이다.

뭉크전에서 초창기 작품들이 '절규'를 통해 알고 있던 뭉크스타일의 그림이 아니어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느끼던 우울이나 불안을 느낄 수 없다.

아무래도 밝은 색채 때문인듯 한데 작가의 말처럼 '뭉크도 이런 작품이 있었네' 했었던...






슬렁슬렁 오늘의 그림을 고르다가, 첫 문장의 막막함처럼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빌헬름 함메르쇠이가 그런 실내 풍경 앞에 섰다. 그동안 함메르쇠이의 회색을 격하게 아낀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글에는 초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그린 수많은 집 안 풍경중 이젤이 놓인 그림에는 내가 글로 채워 놓고 싶은 '일상생활의 고요함'이 가득 들어 있다. 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내나 여자들의 뒷모습을 그렸던 그는, 이 그리멩선 자신의 동반자인 이젤을 왼편에 두었다. 자화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를 잘 표현하고 있는 그림이다. p250


꼬맹이를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아는듯 막내동생이 언니들을 초대해 주어서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동생들과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은 김씨와 미술관 나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 작품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흰 의자에 앉은 이다가 있는 실내 풍경'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뒷모습의 작품인데다가

혼자 거실에서 느끼는 평화로움과 안정이 감사한 마음이 들게하는...

저자의 전작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도 좋았는데 이번 신작도 참 좋네...

가까이에 두고

잘 보고 읽을 다정한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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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모네와 고흐의 인상주의부터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을 미술사에서는 모더니즘 회화라고 한다. 바로크와 르네상스 등 많은 아름다운 미술사조가 있지만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에서는 이 모더니즘 회화 시기에 집중한다. 이 시기는 근대의 역동적인 변화만큼이나 예술계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인 시민혁명을 필두로 미술사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추상미술,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예술가 14명의 작품과 인생을 통해 모더니즘 회화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인기 팟캐스트 '후려치는 미술사'에서 많은 구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입담을 자랑해온 진행자 박신영 저자가 미술관 도슨트처럼 모더니즘 미술사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우연이라기엔 어쩐지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미술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더니즘 회화의 역사와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모더니즘 회화는 그저 자유롭고 다양한 것이 전부일까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들꽃처럼 자유롭게 피어나던 모더니즘 회화는 어느 순간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그림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현상을 어려운 말로 ‘자기인식self-consciousness’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것은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림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p6~7

미술을 다루는 책의 시작을 시민혁명으로 여는 것이 의아할 수 있겠지만, 모더니즘 회화를 이해하려면 그 발생 원인인 시민혁명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미술작품은 항상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죠. 시민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찾은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예술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운 시민사뢰의 예술, 그것이바로 근대 회화, 모더니즘 회화입니다.

모더니즘 회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인상주의Impressionism입니다. 인상주의는 한마디로 ‘태양빛’을 그리는 그림입니다. 모더니즘 회화의 시작이 태양빛을 그리는 그림이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시민혁명의 배후에 태양이 있었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미술이 ‘태양을 그리는 그림’이니 말입니다. 물론 둘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은 없습니다. 그저 우연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소설의 복선처럼 아귀가 들어맞아 신기할 뿐입니다. p20~21

고흐는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 마치 신에게 부여받은 소명인 것처럼 모든 것을 제쳐두고 오로지 예술에만 매달렸습니다. 고흐의 이런 태도를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이라고 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가장 순수한 목적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후배 예술가들도 고흐의 순수한 태도가 존경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간 것을 보면 말입니다. p116

추상화의 탄생은 모더니즘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입니다. 마티스와 피카소에 의해 고전 회화가 무너지고 모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대표할 완전히 새로운 미술 장르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추상화의 탄생은 한편으로 이런 의미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술은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모사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연은 완벽하기 때문에 이를 모사한 미술은 항상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추상화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이미지 입니다. 이제는 신의 도움없이 인간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를 두고 신성모독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가들은 이제 신의 창조물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창조 행위를 모사하기 시작했습니다. p252~253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전 세계의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수많은 식민지들을 거느리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은 히틀러에 의해 잿더미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새롭게 재편할 또 다른 거인이 등장했으니,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예술의 중심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 뉴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때 모네, 고흐, 피카소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배출했던 파리는 이제 예술사에서 뒷전으로 완전히 물러났습니다. 유럽은 그야말로 잿더미가 되었으니 파리는 더 이상 예술을 발전시킬 공간도 에너지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뉴욕은 여전히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p280

인류는 지금껏 여러 가지 형태로 신을 표현해 왔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에서 아담과 신이 손가락을 맞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신을 인간의 지성으로 한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신의 형태를 윤곽선으로 가두었기 때문이죠. 윤곽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지점에 있는 숭고의 아름다룸은 한계가 없는 무한성, 절대성에 있습니다.

색면추상 예술가들은 미술사에서 지금까지 숭고를 표현해온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근원적인 숭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형태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p302~303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한 세기 동안 이어져온 모더니즘 회화의 결말은 회화의 완성이 아니라 해방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허무한 한느낌도 들지만 모더니즘 회화의 아름다움은 결말보다 발전과정에 있습니다. 한세기가 지난 시점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더니즘 회화가 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을 향해 달려가던 예술가들의 마음은 진심으로 가득했습니다.

동쪽 끝으로 가면 해가 떠오르는 세상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예술가들도 그 끝에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모더니즘 회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입니다. 꿈을 쫓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p311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모더니즘 회화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기 시작한 건

2014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전부터 였던것 같다.

진행되는 도슨트를 듣고 다시 둘러보는 전시장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간...

한 권만 읽으면 명화 속 이야기가 보이는

최소한의 미술사 교양 수업

한 권만 읽으면 명화속 이야기가 보인다고?!...

그동안 그림보는걸 좋아하지만 아는게 없으니 그저 보는 것으로 그쳤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로 나올 미술사 책 리뷰제안에 기대를 안고 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한 책

고전의 끝, 새로운 시작을 알린 화가들...

하얀드레스를 푸른 하늘에 비친 모습으로 표현한

빛을 그리는 화가 클로드 모네와

마치 의도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지우고 따뜻함만 남겨놓은 듯한

봄처럼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리고

어두운 측면을 가감없이 그려낸

그동안 알고 있던 작품외에 '두명의 댄서'를 통해

벨 에포크의 어둠을 알게된 에드가 드가...

어제 미술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술사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네의 '올랭피아'를 화두에 올렸었는데 '인상주의를 개발한 사람들'에서 작품과 함께 기득권에 반기를 든 마네의 이야기를 읽으니 책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진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외젠 들라크루아, 1830

"화가는 자신 앞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것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소리 개인성을 중시하는 것

낭만주의에서 귀족적 취향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평민계급이 자유의 여신과 함께 귀족을 짓밟고 혁명을 완수하는 내용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대했던 '모나리자' 대신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작품은 바로

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었다.

그당시엔 들라크루아란 화가에 대해서도 이 작품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이 작품이 수많은 그림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14명의 화가들 중에서 가장 내시선을 끈건 뜻밖에도 마크 로스크였다.

유명화가의 전시는 어찌하던 관람하러 노력하는데 그동안 유일하게 제외됐던 화가가

바로 마크 로스코였다.

그 흔한 선 하나없이 색으로만 채워진 작품앞에 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탓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는데

'숭고의 미술'에 실린 마크 로스코편을 읽고 나니

형태를 완전히 제거하고 색으로만 숭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색면추상'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어렵지만 그의 작품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이는게 사실이다.

푸른빛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로썬

위의 '파랑 위 녹색'은 기회가 되면 꼭 직접 보고 싶은 작품...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미술사와 예술가에 대해

알게 된 시간으로 추상화와도 조금은 친해진 느낌...

아직 앙리 마티스 특별전 관람전인데

추석 지나면 꼬맹이 옆구리 찔러 다녀와야겠다.




** 이 책은 출판사 길벗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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