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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당신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가? 당신이 망설임 없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림이 당신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미술관이나 화집에서,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스미어 늘 곁에 두고 싶은 그림들. 이유도 없이 웃음이 번지고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을 우리는 ‘인생 그림’이라 부른다. 내 마음속 인생 그림 갤러리에 다녀오고 나면 초라하고 위축되었던 어제의 마음도 다시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은 50만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에세이스트 정여울이 곁에 두고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싶은 소중한 인생 그림 50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본격 미술 에세이다. 그가 털어놓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에, 독자들은 용감한 그림 산책자가 되어 화가의 화풍이나 미술사적 의미 같은 배경 지식이 없이도 그림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당신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나는 그 사람에 게 말을 걸고 싶다. 그 사람의 아주 자잘한 습관조차도 알고 싶다. 그 사람조차 잊어버린 아주 사소한 추억들까지, 밤새도록 조잘거 리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림에게도 그렇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림을 차분하게 해석하는 글이 아니라 그림과 강렬하게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책에서 내 가 다루는 그림들은 미술사적인 중요도보다는 ‘내 심장을 꿰뚫은 그림들’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것들이다. 날카로운 화살처럼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그림들, 그 그림들이 내게 들 려준 메시지를 나만의 언어로 번역하여 들려주고 싶다. p13
“나는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내가 꿈꾸던 것만큼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그 그림들을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텼다. 내 마음의 치유 공간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고 있어 비로소 내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기에.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치유 공간을 지을 수 있다. 고흐의 별빛이라는 씨앗, 모네의 수련이라는 씨앗, 클림트의 키스라는 씨앗이 내 마음속에 둥지를 튼 한, 나는 결코 어디서든 외롭지 않을 것이다.” p20
이상하게도 자꾸만 잘못 기억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형태는 기억하는데 제목을 자꾸 제멋대로 왜곡하여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호퍼의 그림을 자꾸만 ‘호텔 방’이 아니라 ‘버림받은 여인’으로 기억했다. 정말 그녀는 버림받은 것일까. 누가 이토록 삭막한 방 한구석에 이토록 외로운 사람을 내버려두고 갔을까. 그 녀는 누구를 간절히 원했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고통받는 것일까.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절망이 시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우리 가슴속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표정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녀의 막막한 고립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마침내 버림받았다는 깨달음, 어쩌면 살아 있는 한 계속 이렇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우리는 ‘호텔 방’이라 는 무미건조한 제목을 뛰어넘어 그보다 더 처절한 어떤 감수성을 실어 나른다. p83
붉게 빛나는 머리카락, 온갖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는 열망으로 불타오르는 듯한 눈빛, 간절히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표정이 이 그림을 고흐의 또 하나의 자화상처럼 보이게 만 든다. 당장 저 가망 없는 대오에서 저 가엾은 젊은이의 손을 꼭 붙잡아 끌어내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고통받는 저 모든 사람들도 같이 해방시켜줘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무엇이 저토록 갑갑한 공간을 만 든 것일까. 고통받고 또 버림받고 또 소외되고 영원히 고립된 낙인찍힌 존재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고흐 자신이라는 고통스러운 인식이 내 마음을 옥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흐가 자신의 비극적인 종말을 예감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프다. p247~248
"초라하고 위축되었던 어제의 마음도
나만의 인생 갤러리에서 서다시 찬란히 빛날 것만 같다!"
'당신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가?!..'
나라면 뭐라고 대답할까를 고민하며 구입한 정여울 작가의 신작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읽고 있다.
우선 현대미술은 아직 친해지지 못해 잘 모르겠고
반 고흐나 뭉크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뒷모습의 그림들도 좋아 하고
블루가 들어간 그림들은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2021. 09. 28 / 툴루즈 로트렉 / The Toilette모작 /프리즈마유성색연필
뒷모습까지 신경쓰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심신이 지쳤을 때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의식할 수 없을 때,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욕실> 속 그녀는 무방비 상태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 쉬고 있는 모습인지도,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적인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뒷모습은 처연하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툴루즈 로트렉은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모르는 상태의 여성을 많이 그렸다. p61
2020. 11. 26 / 클로드 모네 / 생 라자르역 모작 / 문교 오일파스텔
모네는 자연의 빛은 그야말로 파도를 타는 원드서퍼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받아들였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해그는 때로는 빛의 뜨거움, 변덕스러움, 때로는 빛의 결핍까지도 속속들이 견뎌야했을 것이다. 모네는 생라자르 역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한 공간을 매일 관찰하며 변화하는 인상을 꾸준히 관찰했다. 모네는 화가의 '관찰력'이야말로 '상상력' 못지 않은 재산임을 아니 관찰력이야말로 상상력의 핵심임을 증언하는 화가다. p141~142
작가가 책에서 소개한 작품중에는 나도 너무 좋아서 모작까지 했던 그림들이 담겨있었다.
이게 뭐라고 엄청 반갑고 좋다.
내가 이 그림을 처음 마주한 날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꾸역꾸역 색연필과 오일파스텔로 따라 그리며 좋았던 순간들이
다시 한 번 소환된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들에 소개된
우피치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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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들...
소개된 작품의 색감이 2%로 부족했지만
춥고, 힘들고, 지친 겨울날
눈을 반짝이며 읽었던 책으로
외로워도 슬퍼도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내게도 마음을 움직인 작품들이 남긴 씨앗으로
나만의 둥지를 틀었으므로...
피카소는 자신이 벨라스케스처럼 위대한 거장이 되는 데는 몇년 걸리지 않았지만
'어린애처럼 그림 그리기에는 평생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지겹게 들었던 피카소의 오만한 고백처럼 들리지 모르지만,
이 고백의 방점은 '쉽게 천재가 되었다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그리기'에 평생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무언가를 숙련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어린이처럼 놀고, 어린이처럼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휠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내면아이를 되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운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을 통해 이렇게 잃어버린 내면아이의 목소리를 간절히 찾고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노동하고 경쟁하며 잃어버린 내면아이의 천진무구한 목소리,
그것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유쾌하고, 샤갈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며, 고흐의 그림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우리 안의 천진난만한 내면아이의 미소를 되찾아주는 여행의 시간 속에서 부디 인생의 희열,
내면의 희열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p366~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