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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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가? 당신이 망설임 없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림이 당신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미술관이나 화집에서,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스미어 늘 곁에 두고 싶은 그림들. 이유도 없이 웃음이 번지고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을 우리는 ‘인생 그림’이라 부른다. 내 마음속 인생 그림 갤러리에 다녀오고 나면 초라하고 위축되었던 어제의 마음도 다시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은 50만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에세이스트 정여울이 곁에 두고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싶은 소중한 인생 그림 50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본격 미술 에세이다. 그가 털어놓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에, 독자들은 용감한 그림 산책자가 되어 화가의 화풍이나 미술사적 의미 같은 배경 지식이 없이도 그림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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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당신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나는 그 사람에 게 말을 걸고 싶다. 그 사람의 아주 자잘한 습관조차도 알고 싶다. 그 사람조차 잊어버린 아주 사소한 추억들까지, 밤새도록 조잘거 리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림에게도 그렇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림을 차분하게 해석하는 글이 아니라 그림과 강렬하게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책에서 내 가 다루는 그림들은 미술사적인 중요도보다는 ‘내 심장을 꿰뚫은 그림들’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것들이다. 날카로운 화살처럼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그림들, 그 그림들이 내게 들 려준 메시지를 나만의 언어로 번역하여 들려주고 싶다. p13

“나는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내가 꿈꾸던 것만큼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그 그림들을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텼다. 내 마음의 치유 공간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고 있어 비로소 내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기에.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치유 공간을 지을 수 있다. 고흐의 별빛이라는 씨앗, 모네의 수련이라는 씨앗, 클림트의 키스라는 씨앗이 내 마음속에 둥지를 튼 한, 나는 결코 어디서든 외롭지 않을 것이다.” p20

이상하게도 자꾸만 잘못 기억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형태는 기억하는데 제목을 자꾸 제멋대로 왜곡하여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호퍼의 그림을 자꾸만 ‘호텔 방’이 아니라 ‘버림받은 여인’으로 기억했다. 정말 그녀는 버림받은 것일까. 누가 이토록 삭막한 방 한구석에 이토록 외로운 사람을 내버려두고 갔을까. 그 녀는 누구를 간절히 원했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고통받는 것일까.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절망이 시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우리 가슴속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표정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녀의 막막한 고립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마침내 버림받았다는 깨달음, 어쩌면 살아 있는 한 계속 이렇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우리는 ‘호텔 방’이라 는 무미건조한 제목을 뛰어넘어 그보다 더 처절한 어떤 감수성을 실어 나른다. p83

붉게 빛나는 머리카락, 온갖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는 열망으로 불타오르는 듯한 눈빛, 간절히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표정이 이 그림을 고흐의 또 하나의 자화상처럼 보이게 만 든다. 당장 저 가망 없는 대오에서 저 가엾은 젊은이의 손을 꼭 붙잡아 끌어내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고통받는 저 모든 사람들도 같이 해방시켜줘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무엇이 저토록 갑갑한 공간을 만 든 것일까. 고통받고 또 버림받고 또 소외되고 영원히 고립된 낙인찍힌 존재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고흐 자신이라는 고통스러운 인식이 내 마음을 옥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흐가 자신의 비극적인 종말을 예감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프다. p247~248

"초라하고 위축되었던 어제의 마음도

나만의 인생 갤러리에서 서다시 찬란히 빛날 것만 같다!"

'당신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가?!..'

나라면 뭐라고 대답할까를 고민하며 구입한 정여울 작가의 신작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읽고 있다.

우선 현대미술은 아직 친해지지 못해 잘 모르겠고

반 고흐나 뭉크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뒷모습의 그림들도 좋아 하고

블루가 들어간 그림들은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2021. 09. 28 / 툴루즈 로트렉 / The Toilette모작 /프리즈마유성색연필

뒷모습까지 신경쓰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심신이 지쳤을 때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의식할 수 없을 때,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욕실> 속 그녀는 무방비 상태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 쉬고 있는 모습인지도,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적인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뒷모습은 처연하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툴루즈 로트렉은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모르는 상태의 여성을 많이 그렸다. p61


2020. 11. 26 / 클로드 모네 / 생 라자르역 모작 / 문교 오일파스텔

모네는 자연의 빛은 그야말로 파도를 타는 원드서퍼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받아들였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해그는 때로는 빛의 뜨거움, 변덕스러움, 때로는 빛의 결핍까지도 속속들이 견뎌야했을 것이다. 모네는 생라자르 역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한 공간을 매일 관찰하며 변화하는 인상을 꾸준히 관찰했다. 모네는 화가의 '관찰력'이야말로 '상상력' 못지 않은 재산임을 아니 관찰력이야말로 상상력의 핵심임을 증언하는 화가다. p141~142

작가가 책에서 소개한 작품중에는 나도 너무 좋아서 모작까지 했던 그림들이 담겨있었다.

이게 뭐라고 엄청 반갑고 좋다.

내가 이 그림을 처음 마주한 날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꾸역꾸역 색연필과 오일파스텔로 따라 그리며 좋았던 순간들이

다시 한 번 소환된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들에 소개된

우피치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

.

.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들...

소개된 작품의 색감이 2%로 부족했지만

춥고, 힘들고, 지친 겨울날

눈을 반짝이며 읽었던 책으로

외로워도 슬퍼도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내게도 마음을 움직인 작품들이 남긴 씨앗으로

나만의 둥지를 틀었으므로...

피카소는 자신이 벨라스케스처럼 위대한 거장이 되는 데는 몇년 걸리지 않았지만

'어린애처럼 그림 그리기에는 평생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지겹게 들었던 피카소의 오만한 고백처럼 들리지 모르지만,

이 고백의 방점은 '쉽게 천재가 되었다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그리기'에 평생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무언가를 숙련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어린이처럼 놀고, 어린이처럼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휠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내면아이를 되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운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을 통해 이렇게 잃어버린 내면아이의 목소리를 간절히 찾고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노동하고 경쟁하며 잃어버린 내면아이의 천진무구한 목소리,

그것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유쾌하고, 샤갈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며, 고흐의 그림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우리 안의 천진난만한 내면아이의 미소를 되찾아주는 여행의 시간 속에서 부디 인생의 희열,

내면의 희열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p36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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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
쑥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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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수많은 독자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쑥 작가의 이야기가 <무명의 감정들>로 탄생했다. 보통의 이야기 같지만,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건네는 저자의 이야기는 고개를 숙인 현대인들에게 많은 위로를 선사했다.

삶에서 우리는 자주 이름을 잃어버린다. 누군가의 엄마, 어느 회사의 직급 등으로 불리는 동안 이름이 삶에서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우울을 감내하며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사투를 이어가는 사람들. 괜찮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는 날이 늘어나고, 요동치는 마음을 잡지 못해 매일 밤 우울함에 잠식되는 많은 요즘. 쑥 작가는 동질감의 위로를 던지며 꿋꿋하게 살아내자는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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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밝히지 않는 감정을 구태여 들추는 것은 진정한 다정이 아니다. 어릴 적에는 들키고 싶은 일기장이 있었다. 누구든 알아줬으면 하는 가녀린 감정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아니다. 드러내는 것만 믿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나를 구성하고 싶은 것들이니까. 파고들지 않는 고요한 다정에는 나를 쉬게 하는 힘이 있다. 웃음이 아닌 다른 감정을 끝끝내 터놓게 만드는 기운이 있고. 오래된 진정성으로 살고 싶다. p53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산다. 빨래 건조대에 이불을 널어 만든 비밀기지 안에.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의 눈빛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반짝인다. 다만 곧잘 휘청거릴 뿐이다. 불안을 가득 안고 이불 속에서 더운 숨을 몰아쉬던 나의 아이. 찡그린 불안과 말릴 수 없는 충돌에 시큰한 밤을 견딘다. 내내 아이의 마음으로 나 하나를 가누며 산다. 타고난 예민한 기질 때문일까. 마음이 불안하고 저리다. 단단해졌다고 믿는 순간 무너지고, 괜찮다고 안심하는 순간 툭 꺼진다. 언제쯤, 언제쯤 구겨지지 않는 밤을 보낼 수 있을까. p103

예전에는, 그러니까 책임질 것이 없을 때는 마음은 맨 위의 것, 물리적인 것들은 그 아래의 것으로 생각했다. 물리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즉 가난하더라도 사랑과 낭만은 끝내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부서지는 마음과 낭만을 앓으면서 알았다. 현실을 살아야 마음도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매정과 척박을 인정해야 낭만과 환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부서지지 않는 마음. 그것은 입에 들어오는 먹거리의 아래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일말의 노력을 한다. 부서지지 않으려고. 인정하고 견디는 마음이 생을 잃지 않게 한다. p141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웃으면 그 순간은 정말로 아무 일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 일이 없는 게 맞았다. 그걸 깨닫고 더 행복해졌다. 홀로 남겨질 때 나의 불행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예전만큼 무섭지 않았다. 다시 환한 곳으로, 환하고 보송한 곳으로도 돌아갈 것을 아니까. 이 어둠이 깊은 만큼 그 빛이 더 밝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을 아니까. 그러니 견뎠다. 그런 짐작으로도 단박에 쫓아낼 수 없는 슬픔이 있어도 견뎠다. 나는 꿋꿋이 행복해질 거야. 슬픔도 내 것이지만 행복도 진정한 나의 것이다. 내가 쟁취한 나의 것. 나의 행복. p230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나를 살아내는 일

무명의 감정들

연말이 다가오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 한해 아픈것외엔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잘보냈다는 만족감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들...

제주도여행에서 응급실을 찾았던 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와 집근처 대학병원에서 재진료를 받았고

방학이 시작되는 연말쯤으로 수술날짜를 잡아 두었었는데

다시 찾아온 복통으로 지난주 긴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ㅠ.ㅠ

지난주말엔

더현대 크리스마스 빌리지 예약에 성공했다는 꼬맹이가

함께 가자고 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친구와 다녀오라고 사양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술 받은 발목을 또 다쳐 깁스를 했다는 연락이 왔다. ㅠ.ㅠ

이미 성장했고

집떠나 결혼하고 독립한 아이들이지만

이럴땐 참 마음이 힘들다.

기도밖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안과 자책으로

잠들기 힘든 밤을 보냈다. ㅠ.ㅠ

'조금은 가벼워져도 돼.

기꺼이 사랑받아도 돼.

겁이나면 숨어도 돼.

가끔은 인생에 져도 돼.'

괜찮지않은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고

오늘은

두녀석 모두 많이 회복되었고

출근도 잘 했다는 소식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별일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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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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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혜로 삶을 탐구하는 50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와 그의 제자이자 많은 이의 마음 고민을 마주해온 상담 전문가 이서원, 두 지성이 만나 누구나 살면서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고민거리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이라는, 인생을 살며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여덟 가지 주제를 우선 정하고 각각의 주제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선별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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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꽃마다 다른 향기를 지니고 있듯 사람도 사람마다 다른 향기를 지닌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내 몸의 냄새를 몰랐던 것처럼 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나는 냄새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냄새나 향기는 몸에서만 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진 품격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있다. 빈집에 들어가면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집이 있고, 차가운 기운이 드는 집이 있다. 같은 빈집인데도 서로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주인의 기운과 향기가 공간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P34~35

나이가 들어 즐겁지 않은데도 자꾸만 즐거운 것을 찾고, 즐겁다고 생각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안쓰럽다. 그보다는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비결이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은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담담하고 편해진다. 그리고 묘하게 여유가 생기고 의욕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의욕은 작지만 소중한 의욕이다. 이 의욕이야말로 노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값진 의욕이다. 나는 즐겁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P48~49

내 그릇 크기만큼만 남을 담을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더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나의 그릇 크기가 더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내 그릇이 크지 않다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다. 그냥 이 정도의 그릇이라 인정하면 그만이다. 내 그릇이 작은 대야인데 큰 호수의 물을 담을 수는 없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그 사람의 결함, 그 사람의 그릇 크기, 그 사람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상대인 나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의 출발은 나의 성격, 문제, 그릇 크기여야 한다.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적당한 양을 담는 것이 인간관계의 원칙이다. P81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고통스럽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즐겁게 살려는 마음을 내야 한다. 이렇게 살아도 한생이고 저렇게 살아도 한생이라면 즐겁게 사는 것이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살면서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을 기쁨으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즐겁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P228

아흔을 앞둔 지금도 하루하루 사는게 재미있다는 정신과의사이자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선생님의 신작

'어디 인생이 원하는대로 흘러가던가요'를 읽고 있다.

수술후 어느덧 두 달하고도 절반의 시간을 보냈다.

채소와 과일 두접시 이상 먹기

가능한 내가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하고

꼴리는데로(?) 등이

수술후 내 결심이었는데

비교적 잘 지키고 있고

외부적으론 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듯 한 나날...

부산과 제주로 연달아 여행도 다녀왔고

오히려 전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지난주,

'다시 전신마취를 하고 재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은터라 걱정이 태산이다.

주위의 유방암수술 받은 지인들의 얘기도 그렇고

수없이 찾아본 수술후기에도 재수술에 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었는데

배액관 제거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사기로 수술부위의 물을 빼고 있는 상황으로

교수님도 예기치 못한 상화에 최후의 방법(?)을 제시하신게 아닌가 싶지만

만에 하나 다시 입원해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함에 매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진듯... ㅠ.ㅠ

아파보면, 고통이란 누가 위로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통은 상상으로 알 수 없으며 철저히 고통스러운 사람의 몫이다. 고통은 개인적이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이기에 고통스러운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때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하는 충동과 의지에서 스며 나오는 것이 지혜다.

지혜란 고통스러운 상황,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P218

난,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할까?

지금은 기도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다음주 외래가 있을 때까지

배액이 다 흡수되고 피부가 편편하게 제자리를 잡아주길...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늘 단순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한 것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단순해서 단순한 것이다.

바보가 단순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하나는 복잡하다가 단순해지는 것이다.

사색과 경험을 통해 달라 보이던 여러 현상이

실제로는 하나의 원리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단순해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잘하려고 하면 ‘힘을 빼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말 같지만,

복잡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단순한 깨달음이다.

삶은 매 순간이 예측 불가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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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 -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
랄프 스키 지음, 이예원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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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이자 인상파의 대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는 꽃, 정물, 정원, 풍경과 도시의 풍경으로 사후 화가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초상화가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작품 분야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이 책은 반 고흐가 초상화들을 그렸던 주요한 ‘목적지’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네덜란드, 프랑스의 파리, 아를, 프로방스의 생 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 쉬르 우와즈까지.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초상화, 그리고 자상화 그림 75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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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꽃, 정물, 정원, 풍경과 도시의 풍경으로 사후 화가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초상화가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작품분야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예술가로서 너무나 다양한 여러가지 것들에 에의해 감동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초상화의 예술에 헌신해왔고 이 점에서 스스로를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과 다르다고 여겼다. '내가 가장 열정을 작는 분야는, 내 직업군의 다른 모든 화가들과는 너무나, 너무나도 다르게도 바로 초상화, 현대적 초상화이다. '현대적 초상화'로 기존 회화 기법의 특징 없는 사실적 모사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며 순색과 충부한 표현력이 넘치는 붓질로 자신만의 생명을 갖고 동시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여러 초상화를 남겼다. p8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이자 내 블로그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를 떠올리면 해바라기, 밤의 테라스 카페 등 꽃이나 정물, 도시의 풍경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데 이 책에선

가끔 작품을 접할 기회는 있었으나 잘 알지 못했던

'감자 먹는 사람들' 을 비롯해서 신비로운 초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의 파리, 아를, 프로방스의 생 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 쉬르 우와즈까지.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초상화 등을 담았다.





흰 모자를 쓴 시골 여자의 얼굴

이 여성은 초상화를 위해 가장 좋은 모자를 쓰고 나왔으면서도 목사님의 아들을 위한 모델이 된다는 사실이 불편한 한것처럼 보인다. 빈센트가 모델료를 지불하기는 했지만, 많은 농부들은 여전히 모델이 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들 얼굴의 특징을 기록하는 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 지점에서는 가 보고 있는 것에 감동을 맛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볼 수 있어' p35




미술수업때 반 고흐 작품중에 처음 따라 그려본 초상화

흰 모자를 쓴 시골 여자의 얼굴...

긴 내용은 아니었지만 제목도 모델도 궁금했던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어 또 좋았던...





탕기영감의 초상

파리, 1887년 가을

탕기영감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미술재료값을 그림으로 대신 받아주곤 했다. 그는 빈선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해서 가게에서 그림을 전시해주길 요청하기도 했가. 빈센트와 탕기는 둘 다 일본의 목판화에 열광했고, 그래서 이 그림에서는 일본식 판화를 배경에 두어 기념이 되도록 했다.

따라서 이 초상화는 동서양 이미지의 독창적인 융합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탕기는 사후에는 위대한 한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이 구입했다. p49




유진 보슈의 초상

아를, 1888년 9월

빈센트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였던 보슈가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전형적인 시인 초상화에 완벽히 어울리는 모델이라 생각했다. 이 초상화는 그가 모델을 직접 만나기 전에 초상화를 상상했던 드문 사례이다. p68

주아브영 소위 미예의 초상

아를, 1888년 9월 말

빈센트와 이 젊은 군인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서로 책을 교환하고 문학에 대해 토론했고 심지어 미예는 빈센트에게 드로잉 레슨을 받기도 했다. 빈센트는 미예의 잘생긴 외모와 태평스러운 연애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휘황찬란한 주아브뱅 군복을 입은 그의 초상화를 그릴 때, '연인'으로 묘사했다. p69

반 고흐의 어느 미디어 전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사진은 남아있어 궁금했던 작품들을 이번에 책에서 찾았다. (^^)V

러빙 빈센트속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에 더해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들을 만난 볼 수 있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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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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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따스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가 8년 만에 전하는 신작 시집. ‘위로 시인’이자 ‘치유 시인’으로서 아픈 이들에게 건네는, 반짝이는 진주처럼 맑게 닦인 백 편의 시가 담겼다. 1부와 2부는 투병 중에도 나날이 써낸 신작 시만으로 엮었다.

“저마다 무슨 일인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샌 존재들에게”(황인숙 시인, 추천의 글) 시인은 작은 햇빛 한줄기로 가닿고자 한다. 때로 생경하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결심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인의 맑고 고운 언어들이, 우리의 상처와 슬픔에도 “환한 꽃등”(「아픈 날의 일기 1」) 하나씩 밝혀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듯이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내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

고맙다고 고맙다고

목례를 하면

먼 곳에 있는 해님이

다정히 웃는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생명의 빛으로 초대하는

나의 햇빛 한줄기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이 준 넉넉한 양분으로

나는 나에게

이웃에게

둥근 사랑을

시작한다

– 햇빛 주사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

갑자기

나에겐

생각의 빗방울이 많아지고

어딘가에 깊이 숨어 있던

고운 언어들이

한꺼번에 빗줄기로 쏟아져 나와

나는 감당을 못 하겠네

기쁘다

행복하다

즐겁다

나는 그냥

하루 종일 웃으며

비를 맞고 싶을 뿐

눈매 고운 새 한 마리

초대하고 싶을 뿐

– 비 오는 날

기쁠 때

슬플 때

아플 때

그리고

삶이 버겁고

억울한 일 당했을 때

하느님도다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는 나에게

작은 하나님

구원의 천사임을

하느님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고 싶네

부르는 것 자체로

기도가 되는 엄마

먼저 다기 그 나라에

나도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저기 가서도

제일 먼저 불러볼 그 이름

엄마

이 세상에 나를 낳아주시고

저세상으로 떠나신 이후에도

계속나를

사랑으로 키우고 계신 엄마

나의 엄마

– 엄마

간 밤 꿈에

그림이 아름다운 열두 장의 카드를 사며

더 살까 말까 망설이다 눈을 뜨니

아쉬우면서도

행복한 느낌!

고맙다는 말

축하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시처럼 적으면서

살아온 날들

내 일생동안

누군가에게 날아간

사계절의 고운 카드를

그리워하며

다시 보고 싶은 카드 속의 문장들

어느 훗날 나는

존재 자체로 한 장의 카드가 되어

날아갈 준비를 하네

더 이상

가게에서 사지 않아도 될

가장 아름다운 카드 한 장으로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내일도

그냥 그냥 기뻤다고 고백하리라

한 장의 러브레터로 살다 갔다고

누군가 그렇게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 꿈 일기⎯카드를 사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었던 것 같다.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더 잘 될꺼라고 응원의 말을 듣고 싶던

시린 가을날

난 이 책을 구입했다.

햇살주사를 읽으며는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았고

비오는 날은 아껴가며 비소식이 있는 날 읽었다.

엄마는 내게 폭풍눈물을 흘리게 했고

꿈 일기를 읽으며는 나도 러브레터 같은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며

조금은 밝고 기쁠 내일을 꿈꾼다.

한번도 뵌 적 없지만

수녀님도 늘 건강하시길...

오래도록 우리곁에서 위로로 남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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