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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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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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일과가 끝난 후 집에 있던 업라이트 피아노를 몇시간이고 연주하곤 했다. 그는 피아노를 사랑했다. 한동안 자동차 범퍼에 '피아노'라고만 적힌 스티커를 붙여 놓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음악인의 양대 산맥인 바흐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다소 불안정할지언정 수줍어하지 않고 연주했다. 그리고 연주하는 내내 음악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찬양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은 분명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p27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더욱이 미술관 문을 열기까지 30분 정도 남겨두고 근무 자리에 도착하는 날이면 말을 걸어 나를 속세로 끌어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 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메트의 옛 거장 전시관이 마을이라면 주민은 거의 9천 명에 달한다(몇 년이 흐른 후 전시실 하나하나를 섭렵하면서 모두 세어본 결과 정확히는 8496명이었다. 전시관을 크게 확장한 다음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숫자가 되었지만 여기에는 배경에 나오는 아기 천사, 투우장의 관객, 개미 크기의 곤돌라 사공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그런 것들까지 모두 셀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그건 나에게 얼마나 시간이 많았는지를 실감하지 못해서다). 주민들은 596점의 그림 속에 살고 있는데 우연히도 거의 그 숫자에 맞먹는 햇수 이전에 붓으로 창조된 사람들이다. p37

한 두시간쯤 흘렀을까. 튼튼한 바위 기반처럼 느껴지는 미술관을 떠나 그 너머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펼쳐진 소위 현실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부모님과 누이 미아는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돌아갔다. 나는 암트랙 기차를 타고 새로운 고향 뉴욕으로 향했다. 내 나이 스믈 다석이었다. 모든 의미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미드타운 의 분주한 행인들 틈에 섞였다.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따. 필라델피나 미술관에서는 침묵속에 빙빙 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p67~69

그즈음 틈틈이 이집트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마느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p87

방문객들이 미술관을 관람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람 구경도 할수록 는다. 이러한 ‘기예’에 통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매일 보는 수천 명의 사람 중에서 전형적인 인물들을 골라내는 법을 터득했다. 첫 번째는 ‘관광객’ 유형이다. 대개 사는 지역 고등학교의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무조건 가장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예술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보는 눈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거장 전시관의 솜씨들을 관람하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뭐, 액자를 본 것만으로도!” 그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작품에 접목할때면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그들은 예술계의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매트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놀라워하면서 실망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채 미술관을 나선다. p140~141

내 비위를 맞추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두 학생은 내가 하는 말이 옳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두상 주위를 돌며 노트에 이것저것 필기를 한다. 그러고 나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 고 인사하고는 또 다른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에피콰니를 만나기 위해 떠난다. 멀어져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기운이 난다.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저 아이들이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그러기 위한 좋은 출발을 한 것 같다. p296

10년전, 배치된 구역에서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부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p325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사랑하는 형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힘을 얻는 모습이 담겨져 있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있다.

책으로만 만나보던 그림을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에서 압도되어 바라보던 감동의 순간을 잘 알고 있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은데

지난해 생각지도 못한 유방암 수술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라

가족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고

믿고 의지하던 형이 본인의 결혼식날 세상을 떠나고

느꼈을 그 허망함 상실감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메트로폴리탄 개장시간에 입장해 끝날 때까지

그곳에 있어 보고 싶어졌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경비원

원래 내꿈은 귀여운 할머니였는데

책을 읽다보니 미술관 경비원이 되어 보고 싶어졌다.

꿈꾸는 건 괜찮겠지?!... ^^;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부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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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순삭 한국사 - 보기만 해도 잡힌다! 한눈에 들어오는 가장 짧은 한국사 여행
이정균 지음 / 포르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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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며 학습할 만한 요소는 있는지, 주차장은 있는지, 입장료는 얼마인지, 교통이 편리한지 등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5분 순삭 한국사》의 저자는 전국 팔도의 유적지에 직접 다녀온 후, 아이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로 다녀올 만한 35개의 대표적인 유적지를 뽑아냈다.

막상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유적지에 가도 해 줄 이야기가 없어 답답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모들을 위해 한국사 공부의 기초가 되는 대표 유적지와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역사 사건들을 담았다. 사전 지식 없이 유적지 탐방하는 것보다, 가기 전에 5분만 투자해 유적지에 얽힌 역사를 파악한다면 더욱 풍부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아이들에게 역사 가이드에 버금갈 정도로 유익한 정보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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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는 도로는 태종로라 불린다. 태종로는 전주성의 남쪽 성벽이 있던 곳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전주성의 흔적은 전주 한옥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한 풍남문이 유일하다. 풍남문은 당시 전주성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산으로, 이곳 전주성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보관된 어용전이 있었다. 1410년 3대 태종은 전주와 서울, 평양 등 여러 도시에 태조의 어진을 모시는 어용전을 세웠고, 4대 세종은 전주에 있는 어용전의 이름을 ‘경기전’이라고 바꾸었다. p39

안동 하회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우리나라 열번째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하회마을은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으로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니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저녁노을이 지는 가을, 떨어지는 단풍잎과 함께 마을 골목을 거닐다 보면 편안하고 조용한 마을의 청취를 느낄 수 있다. p86


신사임당의 가문인 평산 신씨는 강원도에서 소위 가장 잘나가는 가문이었다. 집안의 어르신들이 대부분 고위 관료 출신이었는데, 신사임당의 가택에서 일하던 노비들만 약 100명에 달할 정도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글을 쓰고 시를 지었다. 특히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는데, 약 100년 뒤의 사람인 우암 송시열과 19대 숙종이 크게 감탄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오늘날 신사임당의 이미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가 됐으나 조선 시대에는 뛰어난 예술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이었다. p151

창덕궁은 경복궁처럼 중앙을 정확하게 나누어 똑바로 짓지 않았고, 건물 배치에 대한 기준조차 잡지 않았다. 주거 및 편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우 실용적인 건물만 배치했다. 궁궐 출입문인 진선문과 인정문 사이 앞마당은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우선시했다. 그래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기존의 직사각형 방식이 아닌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다. p236~237


삼성혈은 제주시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연혼포.혼인지.신방굴은 제주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신화 속 내용대로 동쪽 먼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연혼포의 경우 탁 트인 바다가 시선을 사로 잡으며, 바다를 멍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경치 때문에 물멍(물을 보면서 멍하게 있기)하기 좋은 BEST5 안에는 들어가는 곳이다. 연혼포에서 약 5분 정도 이동하면 삼신이 혼례를 올린 곳인 혼인지가 있다. 그리고 같은 공원 안에 신방굴을 보고 삼성혈과 혼동하곤 하는데, 삼성혈은 전혀 다른 곳임을 명심하자. 삼성혈은 봄이 되면 벚꽃이 만개하는 곳이지만, 이곳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믈다.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가 붙어 있어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러 보는 게 좋다. p262~263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에는 옥황상제의 딸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다. 설문대할망은 평소 하늘나라 생활에 큰 싫증을 느꼈고, 언제든지 기회만 된다면 하늘나라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하늘의 신들이 인간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누구든지 육지로 내려가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p278

제주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에 설문대할망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오백장군의 어머니가 설문대할망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한라산 3대 성소인 물장오리에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는 한라산 동쪽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워에도 잘 조성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이 표선 해수욕장은 설문대할망의 넑을 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장마철 잦은 침수피해 때문에 설문대할망이 바다를 메워 포구를 만들어 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때문에 표선 해수욕장 옆에 있는 당케포구를 당케할망의 전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돋이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니 방문해 보자. p282~283


아이들 어렸을때 김씨의 직장을 따라 군산에서 10여년을 보냈었다.

처음엔 아는이 하나 없는 낯선 타지에서 꼬맹이를 출산하고

잔병치레하는 두 아이를 엎고 안아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호순님, 호돌님과 선이를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고

책에서도 소개된 군산에서 가까운 익산 미륵사지, 전주한옥마을, 공주 무령왕릉 등

서울에선 접근이 어려웠을 유적지를 다닐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다시 상경했을 땐 이미 아이들이 성장해 학교에 학원까지 바빴고

김씨도 다시 일을 시작한 나도 정신없이 일했던 시기라

그때만큼은 여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은 물론 가까운 경기도 일대 유적지라도 함께 다녀보는건데.... ㅠ.ㅠ

안동하회마을 방문시 분명 들었겠지만

이미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하회탈 가운데서

유일하게 턱이 없는 이매탈에 대한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지역 설화도 재미있고 순창고추장 등

음식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로왔다.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찾기 쉬운 곳으로 정했다는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이 책은

이번 가을에 노랗게 수놓은 듯 황홀한 단풍든 풍경을

원없이 볼 수 있었던 영릉을 다시 방문후

이천쌀밥을 먹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마 가장 먼저 가볼곳은

다시 제주의 삼성혈과 표선해수욕장이 아닐까 싶다.

봄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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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맛 - 인문학이 살아있는 도시여행 큐레이션
정희섭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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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지루함을 새로운 장소에서 잊을 수 있고 여행지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지루한 일상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여행을 위해 시간을 어렵게 비운 뒤에 해야 하는 건 여행 계획이다. 여행지의 근사한 관광지를 가보기 위해 열심히 검색해보지만, ‘꼭 방문해야 하는’이라는 비슷한 제목들의 포스팅에는 비슷한 관광지만 가득 있다. 다른 이들이 가는 여행지를 생각없이 따라 방문하다 보면 나의 여행지는 다시 일상이 되어 여행지에서조차 권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올 수 있을까? 《도시의 맛》은 도시를 중심으로 공간, 역사, 영웅의 탄생, 위대한 자연 등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는 12개의 키워드를 선별해 69개 도시의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 인문학이다. 덴마크대사관과 글로벌기업에서 일하며 59개국 370여 개의 도시를 여행해 온 저자는 수많은 도시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경험을 인문학과 연결해 나라가 아닌 도시여행의 묘미와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낯선 도시가 지닌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질서와 무질서, 아름다움과 추함과 같은 양가적인 매력이 들끓는 도시에서 다양한 매력을 느낀 저자는 글 말미에서 이 도시에 왔으면 하는 이들을 떠올린다. 저자의 추천을 따라 열거되는 도시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다음에 떠나야 할 여행지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품들이 기존의 제품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을 통해 탄생되는 것처럼 새로운 시각을 통해 사물을 바라본다면 결국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일상에서의 공간, 여행에서 만나는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여행지가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은 찰나일 뿐, 결국 여행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따라 새로움의 정도가 달려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당신에게 도시 여행의 새로운 관점을 선물할 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물한다. 또한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도시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통해 특별하지 않은 도시는 특별해지고 특별한 도시는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의 활력이 더 이상 삶에 큰 힘을 주지 못할 때 《도시의 맛》은 그 권태로움을 물리쳐 줄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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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여행은 계획이 아닌 발전의 단계로 넘어간다. 발견의 사전적인 뜻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다.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여행이 되었다. 계획한 것을 계획한 대로 얻지 못하고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가는 것이 여행이다. 나의 도시 시이야기는 계획에서 벗어난 발견으로 탄생한 것들이다. p10

이 세상에서 가장 척박하고 누추해 보이는 예루살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을 더 비옥하고 고귀하게 돋보여주는 예루살렘, 모두가 부와 명예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발을 씻기러 이 땅에 오신 구세주의 모습에서 예루살렘의 복을 생각했다. 복이란 스스로 낮추는 자에게 먼저 오는 것이리라. p19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루앙프라방여행을 권한다. 기다림은 결코 늦게 가는 것이 아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루앙프라방은 천천히 말한다. 그리고 인생은 유한한데 왜 빨리 가려 하는지 이 도시는 우리에게 넌지시 묻는다. 빨리 간들 무엇 하리. p39

드레스덴은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다시 힘차게 일어섰다. 사람들은 드레스덴을 독일의 피렌체라 부른다. 하지만 이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드레스덴은 '독일의 매화'다. 매화 중에서도 설중매다. 전쟁의 비극을 극복한 드레스덴의 모습은 혹독한 겨울에도 꽃이 피는 설중매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p59

이 세상 모든 피아니스트의 우상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심장만이 옮겨져 있다. 심장은 파격적인 선율로 피아노를 연주했던 몸의 나머지 부분을 기다리고 있다. 심장의 주인공은 프레데리크 쇼팽.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르샤바의 수호신이며 폴란드인을 불타오르게 하는 정신적인 지주다. 처절하게 파괴되었던 바르샤바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홀로 만들어내는 마주르카의 선율 속에 있다.

쇼팽의 심장은 수천만 마력의 엔진이며 이 도시 전체를 이끄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p77

체코의 상징 프라하 성, 매 시각 인형들이 나와 종을 울리는 천문시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클레멘티눔,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의 보배들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기 이전인 1989년 바츨라프 하벨은 프라하의 봄을 좌절시킨 공산정권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되었다. 2011년 타계한 그는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로서 체코를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시켰다.

프라하를 어두웠던 과거 아닌, 영화의 제목이 아닌, 도시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라하는 동유럽 최고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도시다. 유럽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p263

두 개의 거울이 생겼다. 부다라는 겨울은 페스트를 비추고 페스트라는 거울은 부다를 비춘다. 부다의 아름다움을 페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페스트의 다채로움을 부다를 통해 확인하는 화합의 거울이 탄생된 것이다. 화합은 단순한 덧셈이 아니다. 화합이 만들어낸 모습은 부다페스트를 동유럽의 보석으로 빛나게 했다. 부다와 페스트는 세체니 다리를 통해 화합을 넘어 소통을 시작한 이후부터 '도나우강의 진주'라는 명예로운 애정을 부여받았다.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다페스트 여행을 권한다. 세체니 다리가 큰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이다. p327

도시속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가는

도시여행 인문학

'도시의 맛'을 읽고 있다.

59개국 370여 개의 도시를 여행해 온 저자의 경험을

인문학과 연결해 도시여행의 즐거움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에 푸욱 빠져 한 권을 다 읽고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전,

아빠의 책장에 꽂혀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으며

세계여행의 꿈을 키우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학업, 결혼, 육아를 하느라

생각보다 아주 늦게 해외여행을 시작한 나.

지금까지 14개국 30여개의 도시를 둘러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아직 휴양지보단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여행을 선호하는 편인데

가끔은 웅장한 자연의 경관에 할 말을 잃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이 책 '도시의 맛'은 다녀온 도시는 여행의 감동과 기억을 재소환하며

읽었고 버킷리스트에 있던 도시들은 예습하는 마음으로 정독하게 되었다.

인생은 유한한데 왜 빨리 가려 하냐며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루앙프라방

독일의 피렌체라는 드레스덴

쇼팽을 만나볼 수 있는 바르샤바

체코의 상징 프라하

동유럽의 보석이라는 부다페스트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순간이

베들레헴에서 가장 거룩한 성탄절을 맞는 저자를

부러워하는 것으로 마지막장을 덮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동유럽여행을 꿈꾸며 동생들과 다시 여행적금을 시작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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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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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유노북스에서 펴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철학 교양서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마흔’, ‘오십’, ‘서른’ 등 연령을 키워드로 한 인문 교양 도서들이 휩쓸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나이들며 겪는 환경과 감정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지혜를 책에서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철학과 함께 풀고 있다. 특히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일으킨 ‘쇼펜하우어 신드롬’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생각과 말이라면 시대와 상관없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 반가운 점은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40대와 50대가 개인의 독서를 넘어 SNS, 유튜브에 글귀와 자기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독서 경험이 20대와 30대, 60대와 70대의 다른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중심에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동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강용수는 쇼펜하우어의 지혜들을 가장 정확히 해석하고 가장 탁월하게 40대의 삶과 연결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 담아냈다.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40대 이야기와 주옥같은 말들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달려 있다. 없으면 없다고 불평불만하고 많으면 많다고 지겨워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p36


가지면 더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다 쓰지 못하거나 죽을 때까지 다 갖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이 끝없는 목마름과 같이 영원히 충족할 수 없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 p55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길 한 번 이상은 원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쇼펜하우어처럼 신세를 한탄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런 투정 때문에 삶은 가장 좋은 것이 된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그래서 이 세계를 “가능한 세계 중 최상의 세계”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다. p92


무게 중심이 바깥에 있는 사람은 출세, 승진, 명예, 부 등을 추구하며 각종 모임 등에 빠져서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무게 중심이 안에 있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예술, 시와 문학, 철학 등을 가까이 하게 된다. 마흔부터 어느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잔잔함을 스스로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아니라 ‘그들’로 생각하는 것이 익숙해질 것이다.” p126

결혼하면 불행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불행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가 자연에 속는 일은 반복된다. 이혼을 한 후 혼자 사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다른 이성의 매력에 빠져 사랑을 하는 일이 흔하다. 세상에는 늘 멋지고 잘생긴 이성이 있기 때문에 만나기도 하지만 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혼을 하면 고생이 끝날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어디선가 또 다른 사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과 연애, 결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충분하다. p160~161


남을 따라서 ‘같음’을 추구하는 것은 낮은 단계의 욕망이다. ‘다름’을 추구하는 것은 높은 단계의 욕망이다.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방법은 나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다. 개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다. 우선 남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바, 나 자신만이 원하는 바,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타고난 재능과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마흔이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와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충분해 보인다. p214

알라딘 베스트셀러 코너를 서성거리다 구입한 책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진도 잘 안나가는 철학책...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때아닌 환갑맞이 방황중이라

삶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쇼펜하이머는 현시대 마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다섯가지를 알려 주었다.


첫째, 삶의 지혜

둘째, 행복을 자기 밖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법

셋째,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

넷째, 허영심을 버리고 자긍심을 가지는 방법

다섯째,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

먹고 마시는 것을 즐거워하고

산책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클래식을 즐겨 들으며

가끔 그림도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와 명상, 철학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쇼펜하우어의 삶...


없으면 없다고 불평불만하고 많으면 많다고 지겨워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지만 고통과 무료함 사이에서

지금의 내 삶은 통 맘에 들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욕망)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능력)을 분별하는 자기 인식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다. p71

마흔에도

쉰에도

환갑맞은 지금도

나의 최애곡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이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압박감에 더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자'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에 대한 괴리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정말

내게 적합하고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선택을 할 때인듯 싶다.

2024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현명하게 품격을 쌓고 교양있게 나이가 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서와 사색,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통찰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없이 인생을 경험한다고 저절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한다.

100년을 산다고 모두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어떤 이는 '무상'하다고 한탄하지만

어떤 이는 '소풍'처럼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도 있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그 삶의 전부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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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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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마스다 미리·오가와 이토 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32년 차 ‘믿고 읽는 번역가’이자 ‘역자 후기의 장인’, 그리고 산문집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을 통해 ‘믿고 읽는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마스다 미리’ 권남희. 그가 신간 《스타벅스 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작가가 딸을 독립시키고 인생 처음으로 ‘진짜 독립’을 시작한 뒤 찾았던 스타벅스에서의 소중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준다. ‘완벽하게 육아가 끝난 날’의 홀가분함도 잠시, 작가에게는 홀로 남은 집안에서 빈둥지증후군’으로 인해 ‘일할 의욕도, 식욕도, 살아갈 의미도 잃고 폐인처럼 우울하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일해도 되나?’ 바짝 쫄며 들어간 스타벅스. 내향인 중에서도 ‘대문자 I’로 불리는 극 내향형인 작가에게 그곳은 고작 1년에 한두 번 테이크아웃해본 게 전부였던 곳이다. 깔끔한 공간과 적당한 소음, 조밀하게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에 앉아 글을 써보니, 집에서는 한 줄도 못 썼던 원고가 이상하게 술술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가는 곳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 정하가 편한 집 놔두고 ‘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하면 그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완벽하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의 사이렌오더 닉네임은 평범하다. 나무다. 며칠 전에는 사이렌오더로 주문 후 텀블러를 전달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나무 고객님이시죠?” 하고 카운터 안의 파트너가 먼저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그때 ‘아, 닉네임을 바꿀 때가 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둑은 항상 제 발이 저린 법. 그 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트리’로. 인생은 거기서 거기죠. P16~17

옆자리에 앉은 등산복 언니들의 얘기는 계속 오른쪽 귀를 파고들었다. 중년의 사람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다 똑같구나. 이들도 ‘누가 누가 더 아프나’ 배틀이다. 한 사람이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 받고 난 허리, 어깨와 허리받고 난 무릎, 이런 식. 더 많이 아프다고 메달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친구를 만나면 아픈 곳 자랑부터 하게 될까. 전혀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속으로는 이미 일행이다. P60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 한 마리 더 잡아먹는지 모르겠지만, 잠을 덜 잔 탓에 벌레를 먹고 나면 식곤증 탓에 다시 자느라 하루를 망친다. 출근 시간이라 지하철 역 앞 붐빌 테니 집에서 일 좀 하다 갈까. 다 싸둔 스벅 가방에서 노트북과 책을 꺼냈다. 음, 겨우 두세 페이지 번역했는데 잠이 쏟아진다. 소파에 잠깐 누웠는데 일어나 보니 한나절이 다 갔다. 스타벅스에 가도 자리 없을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지 마라, 새야. 살던 대로 살아. P70~71

매장에 슬슬 자리가 없어져간다 싶으면 정리하고 돌아온다. 소심한 내게는 스타벅스가 그나마 작업이 가능한 카페다. 스타벅스에는 카공족도 많지만, 테이크아웃 해가는 고객도 많더라. 그럼 쌤쌤이지 않나. 그리고 카공족은 언젠가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어 테이크아웃을 하러 올 것이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카공족 속에 끼어서 일하고 있을까.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나를 상상해보았다. 오, 멋있는데? P132~133

“일하시는데 시끄럽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아, 그 문제요. “(귀에 이어폰을 가리키며) 아닙니다. 이어폰 끼고 있어서 안 들렸어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어폰 껴서 안 들렸다고 하면서 그분이 나직하게 하는 말 다 듣고 대답한 아줌마. 옆에서 일하는 사람 시끄러울까봐 아저씨는 내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스벅에서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사과하시는 분은 처음 보아서 신선한 감동이었다. P189

“우울증이 심한 놈이어서 내가 연락을 피하는데 잘못 받았네.” 소외당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면 ‘그렇게 힘들면 나한테 말을 하지’라고 지인들은 SNS에서 애도하지만, 힘들 때 연락하면 저렇게 귀찮아하는 게 사람이다. 설 자리 없어진 아버지들 짠하게 생각하다가 싸하게 식었다. 나도 참 주제넘게 누굴 걱정하는지. 하여간 쓸데없이 남발하는 인류애가 문제다. P259

기쁨도 주고 아픔도 주고 보람도 주고 상처도 주는 것이 자식이지만, 부모도 자식한테 그런 존재 같다.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부모가 됐다고 갑자기 인격체 완벽해지는 건 아니어서 말이죠. p269

스타벅스 일기라...

제목부터 내 취향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부분의 책들의 번역가 이기도 한

권남희 작가의 책이라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프롤로그부터 공감 백배...

언제까지 함께 한다던 꼬맹이가 독립을 선언하고

새해를 하루 앞둔 추운 겨울날 이사를 나간 후

혼자 남은 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 빈둥지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저자도 딸을 독립시키고 비슷한 증상을 겪다가

스타벅스를 찾아 일을 시작하고 난 후

그날 마신 음료의 종류와 함께 적은 일기를

이번에 독자에게 선보이셨는데

꽤 많은 부분 나도 그곳에서 겪었던 일이라

책진도도 잘 나가고 자꾸 얼굴에 웃음이 베인다.

나역시 스타벅스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이들을 처음부터 이해했던 건 아니다.

아이들이 집이나 도서관 놔두고 스타벅스에서 공부한다고 했을 때

이 시끄러운 곳에서 무슨 공부를 하냐고 끝내 한마디 했던 기억...

그후,

방통대에 편입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내 강의가 없는 공강시간에 학원에서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아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던 습관이 자연스레 이어져

지금도 집에서 책을 읽기보단

책들고 태블릿 챙겨

가장 자주가는 곳이 스타벅스다.

별 추가적립을 위한 시즌음료 마시기

주위의 소음이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 창가 구석자리를 선점하는 등

나름 애쓰는 루틴들이 반갑고

한 번도 뵙지 못한

앞으로도 만날일 없는 저자와의 만남이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난다면 엄청 할 얘기가 많을 듯도 하다. ^^;

조용히 공부하는 자유와 함께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 자유도 물론 인정해야지...

예전보단 연령층이 많이 높아져

원치 않지만 그곳에 앉아

누군가의 보험설계를 엿보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오늘도 못참고 또 구입한 책 한권을 들고

열심히 모은 별쿠폰 사용하러 별다방에 갈 계획이다.

우울하게 뉴스를 보고 있는 것 보단

그 편이 훨씬 나을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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