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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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마스다 미리·오가와 이토 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32년 차 ‘믿고 읽는 번역가’이자 ‘역자 후기의 장인’, 그리고 산문집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을 통해 ‘믿고 읽는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마스다 미리’ 권남희. 그가 신간 《스타벅스 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작가가 딸을 독립시키고 인생 처음으로 ‘진짜 독립’을 시작한 뒤 찾았던 스타벅스에서의 소중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준다. ‘완벽하게 육아가 끝난 날’의 홀가분함도 잠시, 작가에게는 홀로 남은 집안에서 빈둥지증후군’으로 인해 ‘일할 의욕도, 식욕도, 살아갈 의미도 잃고 폐인처럼 우울하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일해도 되나?’ 바짝 쫄며 들어간 스타벅스. 내향인 중에서도 ‘대문자 I’로 불리는 극 내향형인 작가에게 그곳은 고작 1년에 한두 번 테이크아웃해본 게 전부였던 곳이다. 깔끔한 공간과 적당한 소음, 조밀하게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에 앉아 글을 써보니, 집에서는 한 줄도 못 썼던 원고가 이상하게 술술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가는 곳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 정하가 편한 집 놔두고 ‘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하면 그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완벽하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의 사이렌오더 닉네임은 평범하다. 나무다. 며칠 전에는 사이렌오더로 주문 후 텀블러를 전달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나무 고객님이시죠?” 하고 카운터 안의 파트너가 먼저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그때 ‘아, 닉네임을 바꿀 때가 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둑은 항상 제 발이 저린 법. 그 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트리’로. 인생은 거기서 거기죠. P16~17

옆자리에 앉은 등산복 언니들의 얘기는 계속 오른쪽 귀를 파고들었다. 중년의 사람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다 똑같구나. 이들도 ‘누가 누가 더 아프나’ 배틀이다. 한 사람이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 받고 난 허리, 어깨와 허리받고 난 무릎, 이런 식. 더 많이 아프다고 메달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친구를 만나면 아픈 곳 자랑부터 하게 될까. 전혀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속으로는 이미 일행이다. P60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 한 마리 더 잡아먹는지 모르겠지만, 잠을 덜 잔 탓에 벌레를 먹고 나면 식곤증 탓에 다시 자느라 하루를 망친다. 출근 시간이라 지하철 역 앞 붐빌 테니 집에서 일 좀 하다 갈까. 다 싸둔 스벅 가방에서 노트북과 책을 꺼냈다. 음, 겨우 두세 페이지 번역했는데 잠이 쏟아진다. 소파에 잠깐 누웠는데 일어나 보니 한나절이 다 갔다. 스타벅스에 가도 자리 없을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지 마라, 새야. 살던 대로 살아. P70~71

매장에 슬슬 자리가 없어져간다 싶으면 정리하고 돌아온다. 소심한 내게는 스타벅스가 그나마 작업이 가능한 카페다. 스타벅스에는 카공족도 많지만, 테이크아웃 해가는 고객도 많더라. 그럼 쌤쌤이지 않나. 그리고 카공족은 언젠가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어 테이크아웃을 하러 올 것이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카공족 속에 끼어서 일하고 있을까.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나를 상상해보았다. 오, 멋있는데? P132~133

“일하시는데 시끄럽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아, 그 문제요. “(귀에 이어폰을 가리키며) 아닙니다. 이어폰 끼고 있어서 안 들렸어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어폰 껴서 안 들렸다고 하면서 그분이 나직하게 하는 말 다 듣고 대답한 아줌마. 옆에서 일하는 사람 시끄러울까봐 아저씨는 내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스벅에서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사과하시는 분은 처음 보아서 신선한 감동이었다. P189

“우울증이 심한 놈이어서 내가 연락을 피하는데 잘못 받았네.” 소외당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면 ‘그렇게 힘들면 나한테 말을 하지’라고 지인들은 SNS에서 애도하지만, 힘들 때 연락하면 저렇게 귀찮아하는 게 사람이다. 설 자리 없어진 아버지들 짠하게 생각하다가 싸하게 식었다. 나도 참 주제넘게 누굴 걱정하는지. 하여간 쓸데없이 남발하는 인류애가 문제다. P259

기쁨도 주고 아픔도 주고 보람도 주고 상처도 주는 것이 자식이지만, 부모도 자식한테 그런 존재 같다.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부모가 됐다고 갑자기 인격체 완벽해지는 건 아니어서 말이죠. p269

스타벅스 일기라...

제목부터 내 취향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부분의 책들의 번역가 이기도 한

권남희 작가의 책이라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프롤로그부터 공감 백배...

언제까지 함께 한다던 꼬맹이가 독립을 선언하고

새해를 하루 앞둔 추운 겨울날 이사를 나간 후

혼자 남은 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 빈둥지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저자도 딸을 독립시키고 비슷한 증상을 겪다가

스타벅스를 찾아 일을 시작하고 난 후

그날 마신 음료의 종류와 함께 적은 일기를

이번에 독자에게 선보이셨는데

꽤 많은 부분 나도 그곳에서 겪었던 일이라

책진도도 잘 나가고 자꾸 얼굴에 웃음이 베인다.

나역시 스타벅스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이들을 처음부터 이해했던 건 아니다.

아이들이 집이나 도서관 놔두고 스타벅스에서 공부한다고 했을 때

이 시끄러운 곳에서 무슨 공부를 하냐고 끝내 한마디 했던 기억...

그후,

방통대에 편입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내 강의가 없는 공강시간에 학원에서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아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던 습관이 자연스레 이어져

지금도 집에서 책을 읽기보단

책들고 태블릿 챙겨

가장 자주가는 곳이 스타벅스다.

별 추가적립을 위한 시즌음료 마시기

주위의 소음이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 창가 구석자리를 선점하는 등

나름 애쓰는 루틴들이 반갑고

한 번도 뵙지 못한

앞으로도 만날일 없는 저자와의 만남이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난다면 엄청 할 얘기가 많을 듯도 하다. ^^;

조용히 공부하는 자유와 함께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 자유도 물론 인정해야지...

예전보단 연령층이 많이 높아져

원치 않지만 그곳에 앉아

누군가의 보험설계를 엿보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오늘도 못참고 또 구입한 책 한권을 들고

열심히 모은 별쿠폰 사용하러 별다방에 갈 계획이다.

우울하게 뉴스를 보고 있는 것 보단

그 편이 훨씬 나을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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