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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맛 - 인문학이 살아있는 도시여행 큐레이션
정희섭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4년 1월
평점 :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지루함을 새로운 장소에서 잊을 수 있고 여행지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지루한 일상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여행을 위해 시간을 어렵게 비운 뒤에 해야 하는 건 여행 계획이다. 여행지의 근사한 관광지를 가보기 위해 열심히 검색해보지만, ‘꼭 방문해야 하는’이라는 비슷한 제목들의 포스팅에는 비슷한 관광지만 가득 있다. 다른 이들이 가는 여행지를 생각없이 따라 방문하다 보면 나의 여행지는 다시 일상이 되어 여행지에서조차 권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올 수 있을까? 《도시의 맛》은 도시를 중심으로 공간, 역사, 영웅의 탄생, 위대한 자연 등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는 12개의 키워드를 선별해 69개 도시의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 인문학이다. 덴마크대사관과 글로벌기업에서 일하며 59개국 370여 개의 도시를 여행해 온 저자는 수많은 도시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경험을 인문학과 연결해 나라가 아닌 도시여행의 묘미와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낯선 도시가 지닌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질서와 무질서, 아름다움과 추함과 같은 양가적인 매력이 들끓는 도시에서 다양한 매력을 느낀 저자는 글 말미에서 이 도시에 왔으면 하는 이들을 떠올린다. 저자의 추천을 따라 열거되는 도시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다음에 떠나야 할 여행지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품들이 기존의 제품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을 통해 탄생되는 것처럼 새로운 시각을 통해 사물을 바라본다면 결국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일상에서의 공간, 여행에서 만나는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여행지가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은 찰나일 뿐, 결국 여행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따라 새로움의 정도가 달려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당신에게 도시 여행의 새로운 관점을 선물할 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물한다. 또한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도시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통해 특별하지 않은 도시는 특별해지고 특별한 도시는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의 활력이 더 이상 삶에 큰 힘을 주지 못할 때 《도시의 맛》은 그 권태로움을 물리쳐 줄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여행은 계획이 아닌 발전의 단계로 넘어간다. 발견의 사전적인 뜻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다.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여행이 되었다. 계획한 것을 계획한 대로 얻지 못하고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가는 것이 여행이다. 나의 도시 시이야기는 계획에서 벗어난 발견으로 탄생한 것들이다. p10
이 세상에서 가장 척박하고 누추해 보이는 예루살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을 더 비옥하고 고귀하게 돋보여주는 예루살렘, 모두가 부와 명예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발을 씻기러 이 땅에 오신 구세주의 모습에서 예루살렘의 복을 생각했다. 복이란 스스로 낮추는 자에게 먼저 오는 것이리라. p19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루앙프라방여행을 권한다. 기다림은 결코 늦게 가는 것이 아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루앙프라방은 천천히 말한다. 그리고 인생은 유한한데 왜 빨리 가려 하는지 이 도시는 우리에게 넌지시 묻는다. 빨리 간들 무엇 하리. p39
드레스덴은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다시 힘차게 일어섰다. 사람들은 드레스덴을 독일의 피렌체라 부른다. 하지만 이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드레스덴은 '독일의 매화'다. 매화 중에서도 설중매다. 전쟁의 비극을 극복한 드레스덴의 모습은 혹독한 겨울에도 꽃이 피는 설중매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p59
이 세상 모든 피아니스트의 우상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심장만이 옮겨져 있다. 심장은 파격적인 선율로 피아노를 연주했던 몸의 나머지 부분을 기다리고 있다. 심장의 주인공은 프레데리크 쇼팽.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르샤바의 수호신이며 폴란드인을 불타오르게 하는 정신적인 지주다. 처절하게 파괴되었던 바르샤바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홀로 만들어내는 마주르카의 선율 속에 있다.
쇼팽의 심장은 수천만 마력의 엔진이며 이 도시 전체를 이끄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p77
체코의 상징 프라하 성, 매 시각 인형들이 나와 종을 울리는 천문시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클레멘티눔,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의 보배들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기 이전인 1989년 바츨라프 하벨은 프라하의 봄을 좌절시킨 공산정권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되었다. 2011년 타계한 그는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로서 체코를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시켰다.
프라하를 어두웠던 과거 아닌, 영화의 제목이 아닌, 도시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라하는 동유럽 최고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도시다. 유럽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p263
두 개의 거울이 생겼다. 부다라는 겨울은 페스트를 비추고 페스트라는 거울은 부다를 비춘다. 부다의 아름다움을 페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페스트의 다채로움을 부다를 통해 확인하는 화합의 거울이 탄생된 것이다. 화합은 단순한 덧셈이 아니다. 화합이 만들어낸 모습은 부다페스트를 동유럽의 보석으로 빛나게 했다. 부다와 페스트는 세체니 다리를 통해 화합을 넘어 소통을 시작한 이후부터 '도나우강의 진주'라는 명예로운 애정을 부여받았다.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다페스트 여행을 권한다. 세체니 다리가 큰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이다. p327
도시속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가는
도시여행 인문학
'도시의 맛'을 읽고 있다.
59개국 370여 개의 도시를 여행해 온 저자의 경험을
인문학과 연결해 도시여행의 즐거움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에 푸욱 빠져 한 권을 다 읽고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전,
아빠의 책장에 꽂혀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으며
세계여행의 꿈을 키우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학업, 결혼, 육아를 하느라
생각보다 아주 늦게 해외여행을 시작한 나.
지금까지 14개국 30여개의 도시를 둘러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아직 휴양지보단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여행을 선호하는 편인데
가끔은 웅장한 자연의 경관에 할 말을 잃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이 책 '도시의 맛'은 다녀온 도시는 여행의 감동과 기억을 재소환하며
읽었고 버킷리스트에 있던 도시들은 예습하는 마음으로 정독하게 되었다.
인생은 유한한데 왜 빨리 가려 하냐며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루앙프라방
독일의 피렌체라는 드레스덴
쇼팽을 만나볼 수 있는 바르샤바
체코의 상징 프라하
동유럽의 보석이라는 부다페스트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순간이
베들레헴에서 가장 거룩한 성탄절을 맞는 저자를
부러워하는 것으로 마지막장을 덮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동유럽여행을 꿈꾸며 동생들과 다시 여행적금을 시작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