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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 하루는 햇빛 사이로 하루는 구름 사이로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1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고윤이 에세이를 펴냈다. 10대 시절부터 낙서하듯 끄적여 놨던 오랜 메모들을 열어 그 시절 ‘어린 사람’에서 ‘여린 어른’의 공감 가득한 52가지 이야기다. 이번 책에서 저자 고윤은 주저앉은 누군가의 하루를 깊이 위로했고, 솔직해지는 게 무섭고 겁나는 모두의 마음에 집중했다.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는 메시지 중심으로 집필했으며, 독자의 웃음을 위해 과감히 자신을 셀프디스(?)하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딴지 거는 아들이 되었고, 표면적으로 아직 하나가 되지 못한(?) 남편의 모습으로, 성공한 선배의 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앳된 후배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버스에서 울어버린 회사원이자, 떡볶이로 돈의 중요성을 배운 솔직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각각의 이야기에는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과 인간관계의 피로, 정말 못난 나를 매일 만나는 현실적인 괴로움 등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평범한, 인간적인, 실용주의적인 에세이가 될 수 있었다. 저마다의 견디는 하루가 있다는 것, 눌러 담은 마음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지점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배워가며, 방바닥에 드러누워 '파업'도 외치며 걷는 긴 여행이 아마도 어른의 삶 아닐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놓아주고, 잡아채며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 속 깊게 튼실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요? 저는 여전히 여러 감정이 흔드는 대로 휘청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더는 그 흔들림이 두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런 과정은 끝까지 계속될 인생의 일부고 점점 간도가 옅어지게 될 걸 믿기 때문입니다. p7
도전은 멋있고 간지 나는 단어다. 하지만 뭐든 도전하면 다 좋은 걸까. 실패해도 도전했으니까 더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이런 저런 철학이나 정보에 세뇌당해서, 나에게 맞지도 않는 일에 ‘도전!’이라고 외치고는 자신을 몰아넣고, 궁지에 빠질 일을 너무 구별 없이 실행해 온 건 아닐까. p32
피곤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중간에서 적당히 할 수 있는 거짓말을 짜내려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현타가 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다른 일에 투자해도 모자를 시간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내 오랜 습성이 나도 모르게 또 나를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p39
인간의 기본 감정까지 무시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등지고 서 있는 사람 같다. 세상에서 잘나고 잘 살려고 돈 버는 거면서 세상 등지고 서 있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전진!’을 외친들, 그 외침을 듣고 함께 나갈 사람은 없다. 결국은 소외돼 가고 있는 줄도 모를 뿐. 다만 시간이 더 지나야 알게 될 일일 뿐이다. p88
하지만 감정은 가릴수록 내면 깊은 곳에서 다양한 씨앗으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 씨앗이 좀 심하면 분노나 적대감으로 자라날 테고, 조금 덜 하면 방어적, 습관적 짜증, 예민함 정도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싸움의 근본 뿌리를 사라지게 할 방법이 없는 걸까. 나도 정확한 해답은 모른다. 다만 나는 나만의 방법 하나를 찾아 놓았다. 그 방법은 '숨'이다. 고급스러운 단어로는 '호흡'이다. 갈등이 불쑥 치밀어 오르는 순간, 그 찰나의 1초에 호흡을 초집중해 본다. 그 몇초가 제어하지 못한 말을 막아주고 조금 더 진짜 나와 가까운 말로 내뱉게 해주고 있다. p126~127
산하나 넘으면 또 다음 산이 나온다.지금 넘은 산이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넘고 보니 다음 산은 더 가관이다. 어쩌면 인생이 평생 이런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를 믿으면서, 나를 도울 사람이 있다고 믿고 함께 가야겠다. 아무도 나한테 손 내밀어 주지 않는다면 누군가 비집고 들어올 틈부터 만들고 '나는 할 수 있어!'의 방어 기제 좀 낮춰보고 다시 얘기하자. p206~207
봄을 타는지 무기력하고 숨이 찬지 좀 되었다.
검색해보니 타목시펜의 부작용의 하나이기도 한 것 같은데
체중감량으로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맥박이 평균을 넘기고 높게 측정되어 약복용을 중지 하지 못하고 있다.
숨이 차니 빠르게 걷기도 힘들고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다.
다음 검진때는 뭔가 해결책이 나오길...
김씨와의 중매를 선 회사동료였던 언니가 한국에 오셨는데
점심 약속이 있어 만나러 나가던 길에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서 약속장소까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상약 먹고 좀 쉬었더니 지금은 호흡이 제대로 돌아왔지만
옛직장동료들과 어렵게 잡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칠않다. ㅠ.ㅠ
퇴근하는 김씨를 기다리며 '주저앉은 누군가의 하루를 깊이 위로하는'
고윤 작가의 신작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를 읽고 있다.
산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더니
아이가 대학만 가면
그다음에 취직만 하면
또 결혼만 시키면
부모의 일이 끝날 줄만 알았는데
인생은 그런게 아니더라고...
새생명을 기다리는 큰아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고,
짝사랑하듯 꼬맹이에게 매일밤 걸려올 전화를 기다린다.
예전에 비하면 김씨와의 싸움은 거의 없지만
마음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언제든 싸울준비완료하고 긴장감속에 하루를 보낸다.
나만 봐달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도 있지만
측은지심은 또 별개로 가끔 아니 자주 그의 행동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 볼 수 있는 글을 쓸 수도 있고 분신 같은 나만의 글쓰기를 할 수도 있다.
다만 감정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작은 용기 한 줌으로 상처를 꺼내는 글쓰기의 과정에서 상처는 조금씩 단단함을 부순다. p217
작가의 말처럼 그래도 이곳에 나의 생각을,
또 나의 푸념을 꺼내 놓을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없이 응원해주는 나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 본 독서인증은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