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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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표준 양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감정 존중 양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양육 주도권이 부모에게서 전문가에게로 ‘외주화’된 세태를 파헤치며 단호한 훈육 대신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가 남용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한 명의 단단한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양육의 본질과 원칙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수많은 영미권 석학과 인플루언서들의 극찬을 받은 이 책은 부모들의 뼈아픈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미국공영라디오(NPR)가 뽑은 ‘2024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바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성인이 된 우리는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우리는 부모님 세대와 달리 아이의 정서적 건강에 민감한 양육자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과 생각을 자주 묻고, 기분을 살피고, 집안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고, 가능하다면 아이의 괴로움과 고민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아이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부모가 되어야 했다. 과거 세대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만들어놓은 권위의 장벽을 허물고 아이를 팀원이자 멘티, 친구로 바라보는 부모가 되고자 했다. p21


바스키는 자신의 저서 '걱정에 압도된 사람들'에서 "건강염려증 환자는 자신의 정상적인 신체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해석하면서 그것이 질병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몸에 대한 일종의 불안증인 이런 과도한 집중은 신체적 등상을 강화하곤 한다. 바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유방암은 여성에게 몹시 두려운 병입니다. 어떤 여성이 유방검사를 지나치게 자주 받는 다고 칩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가슴을 만지면 아픈 느김이 듭니다. 그러면 '어떡해! 염증이 생긴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하죠. 사실은 그들의 행동이 문제를 더 악화시켜요."

그는 건강염려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행동 수정기법을 적용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자신의 통증에 집중하는 일을 중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116

교육자들은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제시하는 풍경은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심리적 약점이 있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회족력을 기르게 도와주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일번적으로 회복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길러지는'것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와 도전에 맞닥뜨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P174

잊힌 또는 숨겨진 어린 시절 경험이 파괴적인 "몸 안의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심리치료나 최면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함으로써 독소를 빼내야 한다는 말에 많은 미국인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반 데어 콜크는 "트라우마가 잊혔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한 때 약간 다른 옷을 입었다가 '억압된 기억'이라는 더 신중한 이름을 달고 유행했다. P187


우리세대 중 대다수가 꽤 괜찮은 성인이 됐다는 사실이 뜻밖의 행운처럼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직장을 착실히 다니고, 때론 남들이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형편없는 양육방식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이고 쓸 만한 성인이 됐다고 여겼다. 만일 더 부드럽고 정서적으로 더 섬세하게 챙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253

오늘날 부모들이 유머를 잊어버린 것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 육아서가 형편없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점은 한결같이 진지하기만 할 뿐 유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형편없는 책들은 우리가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무겁고 심각하게 만들어놓았다. 연습해야 할 육아 기법, 감시해야 할 상황, 알아채야 할 문제를 설명하고 이런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부적절한 행동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육아를 우울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세계로 만든다. p342

​·

지난 주말엔 친구의 딸 결혼식이 있었는데,

이번엔 집안에 상을 당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

집안의 대소사때 가끔 만난 사촌들도 있지만

오랫만에 만난 사촌언니는 내게서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다.

할머니가 싸고돌던(?)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이는

이제 엄마의 얼굴을 하고,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좀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는 김씨의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 오랜만에 별다방에 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깊이 파고 들지 못했던 그 문제,

모든 불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부모가

아이의 삶에,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부서지는 아이들'을 읽고 있다.


아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은

쿨하고 명쾌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수적인 발언을 하지만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엄마는 적어도 아니었던 듯 하다.

그랬던 내가, 공황을 겪고 암수술까지 한 뒤로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칠않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의 퇴사와 새 진로에도

걱정과 불안이 가득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차에 읽게된 이 책,

'부서지는 아이들'은 아이들 앞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찌 방향을 제시하고

내 걱정과 불안의 시작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절한 사람이 암에 더 잘 걸리고 예후가 더 나쁘다는 가보 마테의 말은 섬뜩하기는 해도 분명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강박적으로 중요시하는 사람은 유방암 검진 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암 증상을 방치할 가능성 역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마테는 다른 원인을 찾았다고 믿었다. 즉 자신을 억압하는 것 말이다.

사실 마테의 주장은 거기서 훨씬 나아간다.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트라우마만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나 그 이전 조상이 겪은 트라우마도 안고 있다. 마테는 "대부분의 경우 트라우마는 여러세대에 걸쳐 남는다. 그 전달 사슬은 부모에게서 자녀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무언가를 자손에게 물려준다.' p190~191

많은 부분에서 자아비판을 하곤 했지만

이 구절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준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많은 부분에서 자아비판을 하곤 했지만

이 구절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준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큰아이는 새직장에서 자신감과 함께 재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듯 하고,

꼬맹인 콜드 플레이 내한공연 관람이후로 자본주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며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수그러 든듯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향한 불필요한 다정함과 관심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 나를 잘 돌보고 잘 사는걸로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 덜 친절하고,

많이 참지 않는 내가 되어보길 또한...


** 이 책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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