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전 : 악몽일기
박승예 글.그림 / 책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꽤 오래전, 학창시절에 어느 선생님께서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억지로 잠에서 깨어 침대 맡에 놓아둔 종이에 꿈의 내용을 기록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꿈을 꾸고 난 후에 대부분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꿈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비몽사몽간에 종이에 꿈의 내용을 적다니. 나로썬 대단하고 신기하게 여겨질 뿐이다. 그런데 <괴물전 - 악몽일기>의 저자 ‘박승예’씨도 악몽을 꾼 후에 그 내용을 기록한다고 한다. 학창시절 선생님 같은 분이 또 계시다니……. 저자가 지난 몇 년간의 기록을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실어 책으로 출간했는데, 매우 참신하고 기발하다고 여겨진다. 누군가의 꿈의 내용을 훔쳐본다는 것은 묘하게 두근거리고,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비밀스럽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글인데, 꿈의 내용은 끔찍한 악몽도 있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나는 악몽은 물론이고 꿈을 꾸어본지가 오래되었다. 회사 일이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면 늘 피로에 지쳐 곯아떨어지기에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 편이다. 자다가 깨어나는 일도 드물고, 꿈을 꾸는 일은 더욱 더 드물다. 어떤 꿈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오래전 꿈은 현실과는 전혀 동 떨어진 내용이었는데, 친구에 관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대부분 현실과는 맞지 않아서 잠에서 깨어난 후엔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악몽에 얽힌 일화가 전혀 없다. <악몽일기> 속에 등장한 몇몇 장면들은 피가 난자하는 잔인한 살인에 관한 내용이나, 의문의 소녀, 움직이는 손만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어지럽고 희한한 내용들도 있었다. 어차피 꿈이기에 그냥 스쳐지나갈 잠시의 추억에 머물 테지만, 악몽을 꾸고 난 후에 가라앉아 좋지 않은 기분들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최근 개봉한 영화 <인셥센>을 관람했는데,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인간이 꿈을 지배하게 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식과 무의식간에는 어떠한 간극이 있는지, 또 얼마만큼의 깊은 연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악몽을 꾸는 건 불안정한 현재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인지 매우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꿈이 미래를 예지한다거나 꿈에 전적으로 의지 하는 건 미신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래도 오랜 옛날부터 꿈과 관계해 현실을 풀어가는 해몽이나 태몽 같은 경우는 의심은 가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꿈에 대해 더욱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꿈의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현실의 실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악몽일기 속에 등장한 글들을 통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는 꿈들의 조각이 현실과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 듯해서 조금은 섬뜩한 기분도 든다.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고 강렬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을 매우 좋아한다. 공포, 혼란, 분노가 지니는 무의식의 충돌을 가장 잘 표현한 화가라고 생각하는데, 베이컨의 그림과 비슷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매우 인상적인 그림들이었다. 기발한 그림들과 악몽들의 추억. 요즘처럼 끈적끈적 불쾌감을 남기는 한여름과 매우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