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2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인류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을지도 모르는, 우리 지구와 우주의 최초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벽은 어디에서 시작되며, 최초의 인류는 누구인지. 그리고 어두운 심연으로 가득한 이 우주와 수십억 개의 별들이 탄생된 역사는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하던 질문이 아니었던가? 매우 철학적이고 심오해서 어렵고 난해하기까지 한 이 문제를 작가 ‘마크 레비’는 흥미진진한 소설의 특성에 부합될 수 있도록 재미를 선사하며 독자를 이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스토리라인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유동적이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활약이 흡사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나타난다. ‘마크 레비’의 작품들 대부분이 영화화 되었다고 하니, 이 작품 역시 영화화 되는 것을 겨냥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특출하다. 

  주인공 ‘아드리안’은 천체물리학자이고, 그의 아름다운 파트너 ‘키이라’는 고고학자다. 두 주인공의 직업만으로도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슬쩍 감이 잡힌다. 키이라는 우리의 가장 조상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에티오피아의 오모계곡에서 화석발굴을 하다가 기상이변으로 도중하차를 할 수밖에 없었고, 아드리안은 새벽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의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이서 별을 관찰 할 수 있는 칠레의 아타카마고원에서 일을 하다가 고산병으로 그만 도중하차를 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연구비 마련을 위한 학술재단에서 논문을 발표하던 중 재회하게 되는데, 과거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이 남아있던 두 사람이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의문의 돌멩이 하나 덕분에 큰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비슷한 두 주인공 아드리안과 키이라가 낭만 가득한 사랑에 대한 흔적을 찾아갈 법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거대한 음모에 휩싸여 위험을 무릅쓴 채 검은 돌의 비밀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지금까지 종종 볼 수 있었던 ‘다빈치 코드’류의 소설과 매우 비슷하다. 모험과 스릴러가 로맨스와 결합되면서 흥미진진하게 독자를 이끄는 재미.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으면서 세계 각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상세한 설명이 긴장감 속에서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에 무언가 재미난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마크 레비’는 작품을 쓰기 전에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는 직접 찾아가 보고 사전조사를 완벽히 해 놓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작가가 그러하겠지만, 〈낮〉은 더욱 세밀하고 정교한 세계 각국 지역에 대한 설명이 있기에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다. 그런데 파리와 런던, 에티오피아, 칠레, 중국, 암스테르담, 그리스 히드라섬, 모스크바 등. 수 없이 많은 나라의 도시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정말 작가가 한 곳 한 곳 모두 가보았을까? 경비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엄청나게 할애 되었을 텐데, 살짝 의문으로 남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전해지는 이 도시들을 둘러보며 여행도 하고, 좋아하는 글도 쓰고. 또 그렇게 쓴 글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 보다 더 부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순간 서평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워낙 출판사 책 소개 글에 과대광고가 많이 포함되어 궁금증은 일었지만, 크나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스필버그의 영화 ‘인디아나존스’에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그와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 〈낮〉은 뜨거운 여름날 누군가의 모험에 동참해서 즐길 만큼 여유가 찾아온 날, 집안을 뒹굴며 읽어야 제 맛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가는 흔치 않은데, ‘마크 레비’의 소설은 그렇게 가볍지 않으면서 무겁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의 흥미와 감동을 선사해 준다. 그렇기에 부담 없이 누구나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과 영화는 일종의 대리만족인데, 늘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있다가 푹 빠져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을 만날 때 너무 행복하다. <낮>을 읽으며 나도 매력적인 여주인공 ‘키이라’가 되어, 잘생긴 ‘아드리안’과 함께 에티오피아에도 가보았고, 파리에도 가보았고, 런던과 중국을 탐험 했다. 천체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소설에 등장하는 다소 어려운 용어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이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한 작품을 읽고, 거기에 관련된 다른 책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은 욕심. 바로 이때가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그리고 <낮>을 읽고 벌써부터 공상에 빠졌다. 이 책도 작가의 다른 책들처럼 영화화 될 수 있을까? 영화화 된다면 주인공은 누가 좋을까? 남자주인공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샘 워싱턴’으로. (연륜있는 교수 ‘아드리안’역을 하기에 너무 젊을지도 모르겠다.) 여자주인공은 스칼렛 요한슨.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기에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 것 같다. 그래도 나온다면 나는 꼭 보러 갈 것이다. (알 수 없는 회심의 미소를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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