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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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너시스 2058」은 불의의 전염병으로 몰락해 버린 인류의 마지막 종착지인 어느 섬을 무대로, 2058년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우리의 과거와 닮아 있다. 플라톤(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름을 본떴다.)이 세운 새로운 공화국은 철저한 신분제와 강압적인 질서에 따른 억압된 사회다. 이성을 철저히 제어한 채, 관료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같은 인간상을 보여주는데, 철저히 배타당하는 대상은 이성의 관념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감상적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이다. 인간은 감성과 연민과 사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음’을 만들어 내는데, 이미 기하학적으로 스스로 발달의 탈피를 보여주는 기계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단계를 넘어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여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낼 수 있는가, 하는 진중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요구한다.

  뉴질랜드 소설은 처음 접하는데, 요란한 광고를 배제하고, 순수 SF문학으로 본다면 일단 나의 기대감은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방식의 신선한 소재였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지는 소설의 방향도 신선했고,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숨겨 놓고 진실에 근접해 가는 과정도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켜주었던 것 같다. 철학자들이 가장 높은 신분의 위치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2058년에, 여학생 ‘아낙시맨더’는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을 보게 되는데, 처음부터 깜짝 놀랄만한 철학적인 향연으로 위트가 넘치는 대화들이 오고간다.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기계, 누구의 말이 과연 진실일지는 마지막까지 읽어봐야 결론이 나므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긴 한데,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책 띠지에 무지막지하게 큰 글자로 책의 마지막을 홍보하는 건 그다지 달갑지가 않다. 마지막의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더라면, 분명 이 책을 더욱 더 인상적으로 읽었을 것이다.      
 
  SF소설에 등장하는 미래는 대부분 암울하지만, 그 속에는 늘 희망이 웅크리고 있다. 아낙스가 매료되어 반해버린 역사 속 주인공 ‘아담’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 메말라버린 인간의 감성에 대해서, 인간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짓는다. 안드로이드 오랑우탄 ‘아트’와의 대담에서 아무리 발달한 안드로이드라도, 결코 인간과 동등해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는 철저한 양면성을 가졌지만, 그 이유는 결코 헛되지 않고, 모든 삶에 의미는 부여되어 있다고. 그래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연약한 여인의 눈동자에 매료되어 상사에게 복종을 거부하기도 하며,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 모든 느낌과 감정을 생산해 내는 인간에게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래밍이 된 안드로이드라 할지라도, 흑과 백을 명백하게 가려낼 수 있다.   

  “너는 인간의 수명이 짧다고 비웃었지만, 바로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삶에 생명을 불어주는 거야. 나는 사유에 대해 생각하는 사상가지. 내가 호기심이고 이성이고 사랑이고 증오인거야. 나는 무관심이기도 하고, 한 아버지의 아들이고, 그 아버지는 또 누군가의 아들이지. 나는 우리 어머니가 웃는 이유이고, 또 그 분이 우는 이유기도 해. …(중략)” -132p

  이 책은 인간의 오만함을 무참히 비웃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근엄한 생태학적 활동에 대해서 멋지게 포장하여 찬양하기도 한다. 매우 짧은 분량의 페이지가 뜻대로 빠른 속도로 넘어가지 않는 이유는, 한 문장 한 문장이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사변의 논리를 대신하고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인간의 뿌리와 휴먼로봇의 뿌리가 어디였든, 저 높은 곳에서 그들을 만든 창조자가 누구였든 간에, 온 몸의 세포가 자라나 피와 뼈를 이루고, 사상의 체계에서 과감하게 역동적이게 행동하는 우리 인간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학과 과학, 그리고 도덕과 윤리, 배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진「제너시스 2058」을 읽으면서, 마치 퀴즈처럼 참여해서 마지막까지 놀라움과 신선함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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