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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작품을 두고 ‘과격’하다는 표현은 피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소설의 분위기나 줄거리와도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상하게도 읽고 난 후 문득 떠올랐던 표현이었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맨 마지막 한 줄을 읽고는, ‘왜?’라는 질문이 내내 과격하게 내 머리통을 반격해왔다. 어쩐지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너무 작위성이 짙기도 하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복잡 미묘한 심정이랄까. 여하튼 기분이 개운치 않았던 것은 틀림이 없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마지막 한 컷의 반전을 읽기 위해 전 페이지를 할애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야릇한 기분은 뭘까.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읽어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읽은 후엔 참으로 갸우뚱 오묘 허무했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작가의 트릭이 넘쳐나는 작품들을 읽다 보면 심취하여 빠져들어 마지막엔 의례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독자를 완벽히 속아 넘기기 위해서 작가는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탄탄한 구조로 치밀한 연결을 시도해야 한다. <프리즌 트릭>은 좀 복잡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름의 등장인물들이 워낙에 많이 등장해서 헷갈렸던 부분도 있었고, 연결이 순탄치 못하여 의문을 남기는 부분들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읽고는 의문이 가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게 작가의 실수인지, 작품을 미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의 실수가 있었는지 미심쩍고 앞 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읽어주는 수고로움이 필요할 듯싶다.
<프리즌 트릭>은 교도소에서 벌어진 의문의 밀실 살인을 주제로, 교도소 관계자들, 경찰과 보험회사 직원, 기자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처음부터 엇갈린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실과 그들을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씩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사건은 점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짧은 분량임에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푹 빠져들어 가볍게 읽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작품이지만, 단숨에 달려온 페이지의 마지막이 아쉬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매우 재미있게 봤었는데, 약간 비슷한 내용이므로, <프리즌 브레이크>를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라면 <프리즌 트릭> 역시 괜찮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물밀듯이, 폭풍 쓰나미 되어 불어 닥친 일본 문학의 판도가 점점 장르소설로 확고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트렌드 강한 신작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러하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거장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들도 있을 텐데, 이번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엔도 다케후미’ 같은 실력 있는 신예들의 등장도 돋보인다. 그러나 너무 비슷한 분위기의 비슷한 전개에 대한 매너리즘에 싫증이 난 독자들을 위해서 조금 더 참신하고 혁신적인 주제가 등장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즌 트릭> 역시 괜찮게 읽기는 했지만, 가슴에 콱 들어와 박히는 거대한 임팩트는 없었으므로. 달리 이야기 하자면, 변덕스러운 내 자신이 일본 장르 소설에 점점 기대감을 잃어가고, 염증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