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한평생 놀기만도 짧은 게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서럽게도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쁜 생활에 쪼들려 살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한창 뛰어놀아도 모자란 어린 아이들이 공부에 찌들려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니……. 수능을 준비하는 고3에게는 아예 인권조차 박탈당한 사람처럼 시계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이 세상에서 노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나도 그렇지만, 노는 거 참 좋아 한다. 그러나 열심히 일을 하며 무리 속에 섞여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도 인간으로 태어난 당연한 도리로 여겨진다. 일평생 놀고, 먹고 무위도식하는 우아한 백조나 백수를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인생을 너무 짓눌린 채 살아가기 보다는 놀이의 일환으로 하나하나 즐겨가다 보면 더욱 치솟는 아드레날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가볍게, 무겁지 않은 심플한 삶을 동경한다.

  <나폴레옹 놀이>의 뵈를레 씨는 모든 일을 놀이와 결부시켜 실행한다. 그에게서 놀이란, 게임이나 도박과도 일맥상통하는 동의어로 여기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모든 일들이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탕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공장에 가서 여인들의 무릎에 앉아 그녀들의 물컹한 가슴을 느꼈던 조숙한 어린 시절부터, 변호사의 길로 가게 된 성인이 될 때까지 그가 겪는 모든 일들은 한 판의 게임이다. 숨 쉬는 공기마저 그에게는 즐기기 위한 삶의 과정이고, 지루하고 숨 막히는 현실에게 등을 돌리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이들을 미묘하게 조정하며 자신의 승리를 향해 몸부림친다. 뵈를레는 지적으로 뛰어난 플레이어라기보다는 타고난 분석가 내지는 전략가로, 사이코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아Q 정전>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하인’의 신작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생각처럼 글이 술술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조금 난해한 감도 있었다. 전체가 독백이자 편지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생각이 너무 많은 주인공의 어지러운 구성에 참여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좀처럼 적응 할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차분하게 읽어가다 보면 스스로가 선택한 독특한 캐릭터에 흡수 되어 기대만큼 문학적 재미를 한껏 만끽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현대인이 몸살을 앓는 지루함의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단순한 형식미에서 벗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표출 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독문학이다. 모든 삶이 놀이에서 비롯된 자기합리화로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할 교묘한 살인까지 계획하는 지능범에게 농락당하면서도 피식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블랙유머의 참맛이 깃들어져 있기에 가능 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피로에 지친 나날의 연속이다. 피로회복제를 따로 챙기기 보다는 <나폴레옹 놀이>의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놀이를 계발하여 지속적으로 연구 몰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살인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무엇이 나에게로 하여금 삶의 참다운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의미의 발견을 위해 노력해 본다면, 실패한 인생도 나름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폴레옹 같은 ‘워너비’를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세계를 정복하며 꾸준히 ‘놀이’를 이어갔던 독재자의 허상은 위험하지만, 최소한 내가 닮고자 하는 이상향에 가장 근접한 인물을 정한 후, 인생이란 한 판 무대에서 승부를 낸다면 최후의 승리자는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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