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야 외 ㅣ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항재.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스또예프스끼의 초창기 단편 11편이 수록된 <백야>는 다소 매끄럽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가의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인 작품들도 대다수를 이룬다. 재미만 따라가다가는 흐름을 놓쳐 버려 다시 읽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장들이다보니,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나에겐 장편 보다는 단편이 더욱 어렵게 와 닿는다. 길이 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분량이다보니, 작중한 의미의 해석을 오히려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복합적인 내용들로 가득한 초창기 중, 단편들을 읽어 보면서 서서히 '도스또예프스끼적인' 무엇에 도달할 수는 있었지만, 확실히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읽는 것이 필수 일듯 싶다. 대략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핵심에 도달하기 위해선 말이다. 우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마지막에 수록된 <꼬마 영웅>이었다. 지극히 서정적이고 우아한 그 소설을 도스또예프스끼가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구상한 작품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 하지만, 삶을 다시 재편성해서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만큼, 기존의 사회 소설보다는 조금 더 색다른 시각의 소설을 지향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조율하지 못해 안타까움에 몸부림치던 몽상가 청년의 이야기인 <백야>도 좋아하지만, 소년이 겪어낸 순수한 연정의 흠모를 우아하게 표현한 <꼬마 영웅>이 더 애잔하게 가슴에 남는다.
11편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느낌이었다. <쁘로하르친씨>가 동경한 알 수 없는 세계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 하는 사이, 거액의 돈을 남기고 구두쇠로 살아야 했던 그의 대한 기묘한 대답이 들려온다. 분륜을 소재로 한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과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그리고 <꼬마 영웅>의 M부인까지. 분륜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당한데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웠다. <정직한 도둑>과 <여주인>을 보면 도스또예프스끼의 따뜻한 박애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주의와 사회주의 소설의 정점을 이룰 당시, 점점 자신만의 세계를 전달하고자 하는 여실한 노력이 보여서 다음 장편들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