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견고한 양장으로 제본된 이 책은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들과 그의 초기작, 데생들을 살펴 볼 수 있어 매우 귀중한 작품집이다. 런던에서부터 파리와 프로방스로 이동하면서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지속하였던 빈센트는 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절친한 벗이었던 테오에게 670여 통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서신을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달랬다. 가난한 화가였던 고흐는 매번 편지로 물감과 금전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달변하게 된다. 이제는 고흐의 그림만큼이나 유명하진 테오에게 보내는 빈센트의 편지들이지만, 원본과 함께 편지에 묘사된 실제 그림까지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 여느 책과는 다른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고흐의 유명한 후기작품만 봐왔던 터라 초기의 습작 데생들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뒤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그림을 깨우쳐갔던 고흐답게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로 현재의 명화들이 탄생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 천부적인 화가로서의 재능이 부족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그림에 미쳤다는 표현 밖에는 쓸 수 없을 만큼 그에겐 그림이 전부였기에, 매일 매일을 오로지 그림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하면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물과 풍경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몰골 했던 사실을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좋아했던 고흐답게, 그의 편지는 또 하나의 문학이고 예술이다. 숭배에 가깝게 자연을 사랑했던 섬세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는 감히 붓을 들 수조차 없었고, 어떤 식으로 화폭에 담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막막해서 몹시 우울했었다는 그의 상념이 따뜻하게 가슴으로 전해짐을 느꼈다. 타는듯 한 태양과 샛노란 해바라기, 강렬한 색채의 대비, 올리브 나무, 아몬드 꽃, 밀밭, 농부, 의자, 침대, 구두. 고흐를 상징하는 이 모든 것이 그저 너무 슬프고, 또 아름답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연의 생명력이 존재하고 있다.

  튼튼한 이 책을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꺼내보게 될 것 같다. (비록 아령만큼 무거워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여느 미술관련 서적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종이재질과 고흐의 그림을 찍은 사진들이 실물처럼 아주 아주 정교하다. 색감도 다른 책들보다 가장 마음에 든다. 물론 직접 보는 것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직접 네덜란드는 뉴욕으로 달려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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