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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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놀로지를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복잡성과 다양성의 측면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테크놀로지라는 용어는 20세기 초반부터 일반화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과거에는 단지 공업기술과 실용 기술을 논하기 위한 용어가, 2차 산업혁명 이후로 급속도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단지 기계 문명의 시대가 도래 되었던 과거의 신세계가 현대에 이르러 공학, 문학, 예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모든 시스템의 총괄적인 세계를 가리킨다. 상당히 난해하게 보이지만 축소해서 생각해보면 결국 기계 문명이 장악한 미래의 설계도 까지 총망라 된 하나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2차 산업 혁명은 전기, 내연 기관에 따른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고,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발명이라는 창작은 결국 물질 만능이 판을 치는 시장 체계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정보 통신, 나노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3차 산업혁명은 기계 없이는 단 한 순간도 견뎌내지 못하지만, 그를 통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인간의 새로운 이상 세계를 실현시켰다. 황무지에서 밭을 일구고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만들고, 컴퓨터로 조작되는 어지러운 테크놀로지의 완성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연의 질서에 위배되는 수많은 모순도 간과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지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질서에 따른 황폐해져가는 자연은 어떤 놀라운 발명으로도 다시는 보상 받을 수 없다.

  신의 영역에 침범한 죄를 물어야 할까? 파우스트 박사처럼 자연을 지배하는 교만을 저지르면서까지 부득의하게 쟁취 하려고 했던 모든 만용에 대하여 테크놀로지를 이상화하여 절대적으로 신봉한 수많은 지식인들의 생각을 물론 긍정적은 측면으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변화하는 체계에 대하여 굳이 반대 입장을 표방하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점점 더 세분화 되고, 고도로 발전해 나가는 테크놀로지 시대라는 비약적인 움직임의 긍정적인 힘을 믿어보고 싶다. SF 소설에서 나타나는 사이보그와 인간들뿐인 황량한 미래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으나, 에버글레이즈 습지 복원 프로젝트처럼 망가진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 또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토머스 휴즈’는 ‘테크놀로지’라는 복잡하고도 광범위한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많은 역사가,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의 통찰력을 빌려 이 책을 서술하였다. 기존에 밝혀진 자료들과 더불어 테크놀로지의 역사와 창조의 노력들을 작가 나름의 관념대로 재해석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기술 문명을 정의 내리고 있다. 신개척지에서 살던 19세기 미국의 특징을 일대 변화시켰고, 이제는 전 세계가 화합하여 시스템과 통제, 정보통신의 확산, 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규정되는 새로운 문명으로 이어졌다.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발명품이 탄생되어 신세계를 개척하게 될 런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창조에의 욕망이 지속되는 한, 굳이 기대감을 감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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