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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소믈리에 - 쇼킹발랄 에디터 미미리의 러브&와인 도전기
미미리 지음 / 한스앤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타고나지 않은 이상,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초호화 럭셔리는 되지 못 한다. 그 흔한 명품 한번 가져보지 못한 채 명품관 앞을 서성이기만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하지만 취향만큼은 럭셔리이고 싶기에 서양 꽃 미남 계보에 열광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줄줄이 꿰고, 적당한 한도 내에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비록 싸구려 와인이 취해 해롱댈지라도 소주가 아닌 와인이라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말이다. 여자들의 로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그녀들의 수다는 언제나 동일하고 취향 역시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유 빛 피부의 아폴로 신과의 태양빛 로맨스, 배경이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휴양지로 옮겨가 와인 한 잔을 기울이고 있으면 금상첨화.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상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자유의 법칙이니까.
<러브 소믈리에>는 나처럼 공상을 즐기는 엉뚱한 노처녀의 이야기다. 아직 내 나이가 20대 중반을 달리고 있기에 노처녀의 범주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지독스러울 만치 연애 복이 없는 것을 보면 절대 남 일 같지가 않기에 나도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눈물을 머금어 보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글쓴이가 잡지사 에디터이기에 여성들의 취향을 너무도 잘 아는 듯하다. 일에 치여 분주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어느덧 결혼 적령기를 놓쳐 버리게 되는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연애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고, 결혼 역시 더욱 더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여자의 나이는 남자의 나이와 점점 더 획기적인 반비례를 이룬다. 끔찍한 참상을 이겨내기 위해 적당한 취미 생활로 와인을 즐기면서 미미양의 통통 튀는 연애와 와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간단히 요약해 이 책의 장점은 잠들기 전 편안하게 읽기에 좋고, 내용이 매우 쉬우며, 유머러스하게 사랑과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남에 얽힌 짧은 에피소드와 와인에 대한 짧은 설명이 이어진다. 와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초보 여성 독자들에게 쉽게 어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 단점이라면 책이라는 특성에 부여되어야 할 깊이감이 상당부분 결여되어 있다는 점. 여성지의 짧은 기사를 읽는 듯 금방 훑어 내릴 수 있기에 특유의 가벼움과 다소의 유치찬란함이 반짝반짝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연예인 가십에 열광하고, 주변인의 뒷담화를 사랑하며, 화장실과 카페의 수다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이라면 가볍게 읽을 만 하다. 누군가의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로 범벅이 된 20~30대 여성들이라면 친구의 수다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