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들, 불행하다.

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그 남자는 불행하다>의 그 불행한 남자 '마티'는 핀란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에 속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아내와의 사소한 마찰로 인해 아내 '헬레나'와 딸 '시니'는 집을 나가게 되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그러나 핀란드의 이혼법에 의거하면 6개월이라는 별거의 기간을 가져야만 공식적인 이혼이 가능하기에. 우선 그들은 6개월에 걸친 별거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마티'는 아내와 딸을 다시 되찾기 위해 '내 집 마련'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헬싱키 외곽의 주택 단지에서 괜찮은 집을 찾아내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근사한 주택을 마련하는 일이 아내 '헬레나'의 오랜 소망이었지만, '마티'는 주택에 관해서는 아는 것도 없었고, 미세한 관심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마티는 우선 가장 시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생활전선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포복절도하는 이 남자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기상천외하고, 엉뚱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마티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뭣을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집요하고, 또 집요하게 주택을 손 안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남자는 불행을 넘어서 불쌍하기까지 하다.

  언제부터 '내 집 마련'이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었을까? 과거에는 그저 가족들이 함께 비, 바람만 피하면 되는 아늑한 하우스이 의미가, 요즘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위해 반드시 복잡한 절차를 지닌 인생의 목표로 변질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어디에,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보다 '얼마짜리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더 궁금해 한다. 너도 나도 타인을 의식하려 겉먼만 잔뜩 든 허울 좋은 명품을 고집하고, 아파트조차 이름과 값을 매기며 사로의 돈자랑에 열을 올린다. 거품이 되어 치솟는 아파트 가격, 속고 속이는 게임을 벌이는 부동산 중개업자, 부패가 만연한 부동산 세계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남은 생의 절반을 주택 융자금을 갚으며 빚에 허우적거리는 삶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 마티처럼 불행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평범한 우리네 소시민의 삶을 적절한 유머를 섞어 즐겁게 쓴 사회 풍자 소설이다. 덕분에 핀란드라는 다소 낯선 나라의 독특한 정서를 알 수 있었지만, 각자 살아가는 방식은 세계 어디를 가나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는 사실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불행하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이 시대의 모든 가장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다. 하지만 익살스러운 재미가 넘치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니 더욱 더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역시 아직까지 '내 집'이 없기에 그런걸까. 내 집을 가지기 전까지는 이 불행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해방구를 찾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므로 점점 서글퍼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