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
닐 부어맨 지음, 최기철.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단체 소풍을 가는 날이면 저마다 새로운 옷들을 입고 있는데, 그 중에서 누군가는 아이들의 선망이 되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당당히 입고 있다. 그리고 초라한 나의 옷과는 대비되는 멋진 브랜드의 옷이나 가방을 메고 있는 단번에 많은 아이들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된다. 부모님을 졸라서 값비싼 의류나 가방, CD플레이어 등을 소장하는 것이 당시 최대의 기쁨이자 자랑거리였을 만큼 어린 세계에서 존재하는 브랜드의 물결과 보이지 않는 구분법은 실로 대단했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대단해 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브랜드의 유무를 넘어 이제는 명품의 시대가 도래됐다. 현재 나는 이십대 중반의 여성인데, 또래의 친구들을 사로잡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해외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이나 향수, 그리고 명품 잡화이다. 제품의 질이나 사용목적에 상관 없이 우선적으로 중시 되는 것이 바로 제품의 얼굴, '브랜드'이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가졌느냐의 판단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삶의 질은 판단하는 속물 근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좋은 시선으로 보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건간에 일단 중요한 것은 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지닌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일종의 이분법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일,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인지……. 비단 '닐 부어맨'의 경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의 저자 '닐 부어맨'은 학착시절 자신의 따돌림의 원인이 되었던 브랜드의 무지가 결국은 브랜드의 집착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디다스나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데 본인은 시장에서 파는 이름 없는 운동화를 신어야만 했고, 그로 인해 왕따가 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결국은 브랜드의 집착과 중독이라는 무서운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으니……. 이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법한 추억의 단편이다. 어린 시절 최대의 고통은 또래 집단이라는 그룹에서 낙오되는 것이다. 오로지 브랜드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는 고통은 다 큰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브랜드의 네임밸류에 따라 엄격히 판단되는 타인과 자신의 위치는 더하면 더했지, 거의 변함이 없다.

  왜 우리는 이토록 브랜드라는 고도의 상업 마케팅에 휘둘려야만 하는 것일까? 그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브랜드의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처럼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의 광고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인 소비 시장의 개척 되었으면 좋겠다. 닐 부어맨처럼 극단적인 브랜드 저항과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판단에 따라 더욱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는 충분히 가능하다. 몇 백만원짜리 구두나 핸드백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튼튼하고 좋은 소비재는 얼마든지 널려 있지만, 문제는 허영에 들 뜬 사람들이라면 그 어떤 대화의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브랜드 제품만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이성적인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게 신(God)에게 하는 것보다 더욱 충성의 맹세를 하니까.

  쇼핑이 주는 위안과 자기 만족감은 실로 대단하다. 소비지상주의 향락이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물일지라도 본인만 행복할 수 있다면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설득시키는 일은 불가능 하다. 그리고 소비의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살아가는 일생 동안, 우리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제품은 브랜드로 범벅이 되어 있다. 어느 공간에 있건, 어디를 가나 마찬지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옯바른 판단인지의 유무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의 종말은 결국 인류의 종말과 직결되는 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비에 대한 나의 편견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쇼핑을 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을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며 씁쓸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수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연예인들부터 달라지면 어떨까? 아무리 협찬이라지만 값비싼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고 본인도 명품이라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가식적인 그들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이질감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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