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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화가의 분신이 되는 그림은 한 점, 한 점,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담고 있다. 한 점의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그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이미 알고 있던 그림도 다시 보게 된다. 대체로 100~400년 전에 탄생한 명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나 스캔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화가 본인의 정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경우도 허다하며, 부르주아 계층이나 귀족들의 은밀한 사생활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유명한 클림트의 경우도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화폭에 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매춘부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상류층의 여인과는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고, 매춘부들과는 육체적인 사랑을 탐했다는 클림트의 이분 법칙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녀들이 없었으면 클림트의 신비로운 누드화도 존재하기 힘들었으리라. 상처 받고 아파하고, 때로는 타락한 매춘부나 치명적인 끌림으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요부, 정숙한 부인, 청초한 소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만큼 명화 속에 많은 주제를 선사하며 등장한 주인공들도 없을 것이다. 남성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여체의 아름다운 매력을 그림을 통해서나마 보고 싶은 것은 성별을 떠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라 생각 된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은 아름다운 누드화 속에 담겨진 인간의 욕망을 쉽게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욕망(慾望)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의 대부분은 성(性)에 귀속되고, 어쩔 수 없는 본능을 자극한다. 터부시되는 관습처럼 성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지만, 본능에 의해 터져 나오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자극들은 이미 인간의 가장 내부 깊숙한 곳을 침투 되고 있다. 성서나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허구적인 에피소드에서부터 실제로 발생한 누군가의 스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생식을 해야만 하고, 관계 속에서 황홀경을 얻는 섹스라는 무한한 ‘욕망’을 얻어야만 한다. 그 속에서 사랑이 꽃피고, 가족이 이루어지고, 어여쁜 아이들이 탄생한다. 이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순서적으로 밟고 사는 우리네 삶이다.
명화들이 탄생한 시대도 다르고, 화가도 다르고, 그림 속에 숨겨진 사연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기쁨은 모두 동일한 무게이다. ‘몸’, ‘사랑’이라는 주제를 캔버스에 옮겼던 화가들과 그 그림을 보는 관객 모두 인간이기에 이유 모를 매혹의 욕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 누드화를 보며 문란 혹은 선정적으로 보이기는커녕, 숨겨놓았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에는 총 78점의 명화가 등장하는데, 익숙한 그림도 있었고, 처음 보는 낯선 그림도 있었다. 그림이 매우 작은 사이즈지만, 다양한 명화들과 그 속에 숨겨졌던 비화를 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