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눈물처럼, 그리고...
이숙 지음 / 청출판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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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화보집이다. 그림 재료 중에서 사용하기 가장 까다롭다고 하는 컬러 잉크로 그려진 소박한 꽃 그림들과, 지금껏 작가가 살아왔던 삶의 무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스란히 알려주는 짧은 산문시들……. 「꽃잎처럼, 눈물처럼, 그리고……」제목처럼 꽃잎의 향이 살포시 코 속으로 전해지는 듯 했고, 눈물이 맺힐 듯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많이 아끼는 동생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면 이 화집을 주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저자 ‘이숙’씨는 매우 다양한 이력을 지니신 분이다. 자세한 프로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아버지가 영국인이시고, 본인은 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고, 첫사랑의 실패와 두 번의 결혼으로 인한 국적이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산다. 여성으로서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반평생 이상을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문화적 차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겪고, 혼자 상처 받고, 아름다운 꽃을 보며 그 아픔을 달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녀의 시를 읽으며 참 외로운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방법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서 당연히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화합하고, 혹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약하지만 강한 존재들.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느끼게 되는 철저한 고독 속에 고립되어 긴 한숨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올 때 읽는다면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이 많다.

잠들기 전,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읽는다면, 적어도 이 넓은 세상에 외롭고 힘든건 나 혼자 뿐이라는 서글픔은 날려버릴 수 있을 듯하다. 그녀의 말처럼 너무 힘들고 지칠 땐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를 내려다 봐야 한다. 나보다 더 절망에 사로잡혀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내일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지구가 마흔 아홉 번 바뀐대도 돌아오지 않을 그 사람이지만, 향기로운 꽃과 한 잔의 술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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