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트북스 퇴사 후원회 1
브라이디 클라크 지음, 이수정 옮김 / 세계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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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여성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타고난 매력적인 미모의 여성, 일에서도 성공하고, 백마 타고 달려온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남자친구까지. 흔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언제나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을 열광시키고 환희에 젖어들게 만든다. 태초에 성별의 구분이 있기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자들의 로망은 오직 하나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멋진 부모와 친구, 그리고 근사한 남자친구를 가지는 것.

  「그랜트북스 퇴사 후원회」 역시 뉴욕에서 고군분투 살아가는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클레어 트루먼’은 책을 사랑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자신 역시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결국은 출판사 에디터로 일하게 되는 발랄한 20대 여성이다.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심에 대형 출판사인 그랜트북스에 스카우트 제의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일생일대 가장 치명적인 상사 ‘비비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비안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이코틱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상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미모의(어울리지 않게도) 출판사 거물이다.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그녀 밑에서 근무하는 에디터들은 늘 파김치가 되도록 일을 해야 하고, 욕을 먹어야만 했다. 어딜 가나 저란 사람 꼭 하나씩 있다며 피식 웃어버리기엔 비비안의 성격이 제법 살벌하다. 오죽하면 그랜트북스를 퇴사한 직원들이 스스로 모임까지 만들게 되었겠는가?
 
  전형적인 뉴욕 여성의 삶을 그린 발랄한 트렌드 소설이다.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면서, 우연히 찾아든 멋진 남자들과 묘한 삼각관계에 빠져드는 주인공. 그녀를 힘들게 하는 악의 근원(비비안)이 있는가 하면, 그녀의 모든 하소연을 수용해주는 베스트프렌드(베아) 역시 존재한다. 힘겨움에 쓰러질 듯해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해주는 운명의 상대까지. 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도대체 클레어는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이렇게 호방이 넝쿨째 마구마구 굴러 들어오는 걸까? 부러움에 지친 나머지 배가 아플 지경이다. 그리고 명품으로 몸을 휘감겨 주는 약혼자를 두고, 진정한 사랑은 왜 꼭 결혼식 날 깨닫게 되는 건지. 진부하기로 치면, 6주 전에 키스했던 그 남자를 못 잊어 결혼 당일 진정한 사랑에의 목마름을 깨닫게 되는 그녀가 최고일 것이다.

  책을 좋아하기에 출판사에 대한 상세한 뒷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사이코틱한 상사 비비안의 이야기밖에 없어서 다소 실망을 했다. (그나마 총 20회에 달하는 목차에 나온 명작들의 간결한 소개에 만족하는 수밖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얼추 비슷한 내용으로 보면 될 듯하다. 무수히 등장하는 명품 브랜드에 눈이 휙휙 돌아간다. 미국 사람들의 쿨한 사고방식 역시 여전히 나를 흥분하게 하지만, 아마도 그녀의 절반만큼의 행운도 나에겐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뻔한 사실에 쓰디쓴 좌절감을 맛보게 됨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나 역시 샤넬 드레스를 입혀주며 페라가모 구두를 신겨주고, 다사키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주는 남자를 환영하는 허영심만 가득 들어찬 여자는 아니지만, 루크 같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좌절 할 수밖에. ;; 그러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선택의 감각을 배우고 싶다. 그녀로부터.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할 내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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