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수집가 1
자비네 티슬러 지음, 권혁준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아동 수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이 작품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을 가졌다. 범인은 여느 사이코들처럼 섬뜩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철저히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피 튀는 살육이 없기에 다소 얌전해 보이기까지 하다. 다만 외형적으로는 잘생기고 상냥한 평범한 이웃집 남자지만, 시커먼 내면은 썩을 대로 썩어버린 변태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굉장히 박식한 척 잘난 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냉혹한 표정으로 칼 같이 빳빳한 카라 깃을 세우는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의 이미지를 가졌다.

 주인공이자 범인인 ‘알프레도’라는 이 독일 남자는 동성애자이자 소아성애자이다. 귀엽고 예쁘장한 어린 미소년을 납치해 성폭행을 가한 후 살인을 하게 된다. 독일에서부터 이탈리아까지 총 6번에 걸쳐 살인을 계획하면서 단 한 차례의 단서도 남기지 않았지만, 결국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의하여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진실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난다는 줄거리다. 아름다운 토스카나, 그 황홀한 숲 속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

「아동 수집가」의 주요 테마는 바로 ‘트라우마’다. 어린 시절 유일하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형, 그리고 그 형의 죽음으로 철저히 파괴되어버린 자아는 결국 또 다른 소년에의 집착을 부르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자기도 모르고 있던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범인은 우발적 살인이 결국은 연쇄 살인을 이어가게 되었다. 세상 모든 소년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것처럼 똑같이 불행해야 한다는 강박 역시 살인의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타인이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세상으로부터 벽을 쌓고 지내지만, 정작 본인의 외로움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무게로 그를 짓눌렀다.

모든 사건의 연결이 부드럽고, 등장하는 캐릭터의 연출 또한 매우 꼼꼼하다. 한 명 한 명이 제각각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작가는 그들의 시점에서 완벽하게 상황을 그리고 있다. 현재에서 과거로, 또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전환되는 배경에서 느껴지던 원인 모를 아슬아슬함. 범인이 누군지 뻔히 알고 있기에 더 재미있다고나 할까? 살인 과정의 치밀함 보다는, 범인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이 펼쳐가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훨씬 더 깔끔하고 탄탄했다. 여름 밤, 조용한 계곡에 앉아 이 책을 읽어본다면 분명 팔뚝에 닿는 섬뜩한 소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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