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 지친 내 삶에 찾아온 특별한 행복
로저 하우스덴 지음, 윤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시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왜 시가 생각나는 것일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라고 위로하던 어느 위대한 시인의 다독거림이 있었기 때문일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인생의 등불이 되어 힘이 들 때 어깨를 다독여 주는 시 문학의 위대함을 새삼 절감해 본다.

  여느 자기 계발서 와는 달리「오아시스」는 ‘시’를 통해 내면의 자아와 대화를 시도한다. 힘들고 지칠 때, 문득 왜 사는가, 하는 질문을 독자들 스스로에게 던지며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총 10편의 시는 모두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귀한 작품들이다. 생소하기에 더욱 신선하고, 운치 있고, 희망을 버릴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가혹하게 당신을 바꾸려 드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여기가 내 자리라 말하며
  단호한 눈빛으로 뒤돌아볼 수 있는지.
 
  위의 시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자화상」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이토록 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세상이라는 중압감을 견디며 나란 존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경향이 만연한 듯하다. 우선은 내 자신을 알아야 하는데, 내 자신이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무엇을 열망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직시하지도 못한 채 그저 가볍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당신에게 이 세상은 오락거리일 뿐인가요?
  당신은 바다에 몸을 담근 채,
  공손히 양 옆으로 비켜서는 물들을 본 적 없죠.
  당신이 마치 잔디인 것처럼
  잔디와 함께 누운 적은 있나요?
  검은 도토리 너머 허공으로,
  날개를 펼치며 뛰어든 적은?

  위의 글은 ‘메리 올리버’의 「들어가요! 들어가라니까요!」의 문장들이다. 이 시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단조로운지, 얼마나 과신하며 하찮게 여기고 있는가를 조용하게 질타하고 있다. 바닷물과 잔디, 하다못해 도토리 하나까지 자연이란 이름의 위대함으로 세상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쩜 이렇게 단조로울까. 무엇을 찾고자 하는 열망도 없이 무엇을 이루겠다는 노력도 없이, 그저 가볍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내 스스로의 양심이 따끔거려올 정도다. 정말, 어쩌면 세상은 나에게 그저 가벼운 유희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고 소리치고 있는 또 다른 내가 다른 나의 자아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오아시스」를 읽으며 마치 명상을 하는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시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조금은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인간은 침묵 속에서 가장 솔직해지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꾸준한 성찰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부가 되었든, 건강이 되었든,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되었든, 언젠가는 ‘행복’이라는 이름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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