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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ㅣ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6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술 고유의 철학을 탐색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루브르에 가면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희열 비슷한 감정의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름 아닌 인류 역사의 집약체가 아닌가. 건축의 크기만큼이나 장엄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이 박물관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사실 자체가 만용으로 느껴진다. 비록 루브르가 다른 나라의 보물들을 약탈하기도 했고, 강압적으로 매입했다고 할지라도, 그로인해 작품 자체에 대한 가치가 하락된다거나 변질되는 것이 아니니 역사적인 관점은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루브르를 한번 느껴보도록 하자.
로마에서 시작된 르네상스가 전 유럽을 휩쓸고 지나갈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높은 콧대를 지닌 이탈리아인들의 예술품들을 보며 프랑스는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서로 서로 르네상스 문화 부흥을 일으켰다고 주장하지만, 은근한 로마의 위압감에 프랑스 국왕은 얼마나 위축되었을까? 여하튼 나폴레옹의 광적인 예술품 수집에 힘입어 루브르는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어느 덧 박물관의 수준이 이르게 되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현기증이 날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을 대거 소유하게 된 「루브르 박물관」.
궁전이 박물관으로 개축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면서 서서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위엄이 드러나게 되는데, 한 마디로 ‘오직 예술만을 위한 만인의’ 공간이 주는 무게감은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의 한계를 압도하고 있다. 변화를 시작하는 다양한 화풍의 변화 속에서도 일률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건함과 특유의 고전주의 우아함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이 그 공간 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 한권을 통해서 과연 루브르를 몇 %나 이해할 수 있을까? 원본을 최소한도로 축소시켜 종이에 담은 명화들을 보면서 물론 뼈에 사무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어디까지나 이 책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나마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만 낯선 몇몇 작품들을 소개 하고 있을 뿐이다. 안내 가이드로 보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를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이 멍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황홀경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혼이 쏘옥 빠져 나가는 듯한 이 무아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그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 속에 나를 맡기게 되는 일이다. 루브르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와 비슷한 감정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다.
오늘도 모나리자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그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겠지. 카라바조의 그림을 실제로 본다면 난 그대로 굳어 버리지 않을까. 루벤스의 그림, 그 다채로운 색상과 거친 캔버스의 질감. 누군가가 그린 누군가의 초상화 속의 섬세한 손짓들……. 만약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고 그림 속의 주인공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싶어 숨이 막힐 지경이 된다면 나도 언젠가 파리 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