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여자이기에,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삶의 편린조차 하나의 운명으로 수긍한 채 묵묵부답으로 살아가는 여자들이 있는 한편, 어느 정도의 획일적인 전통에 맞추어 살아가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삶의 방향에 조용히 항의하기도 하는 여자들. 평범한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중한 내면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억지로 오늘을 살아간다. 대한민국 평균을 넘어 세계 모든 여성들의 평균적인 삶일지도 모르겠다.


  나가시마 유의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짤막한 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주인공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 여성이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단상에서 조용한 행복을 염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너무도 평범한 스토리는 우리 생활의 일부로 인식될 만큼 친숙하다.


  첫 번째 스토리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특별히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새로운 직장에서 떨리는 면접을 보며 합격점을 얻어 출근하게 된 ‘무쓰미’의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며 직장 동료와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어느 새 그들이 자신의 영역으로 침범해오기 시작한다. 같은 직장에 일하는 착실하고 신선한 남자 동료를 혼자 짝사랑하기도 하며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고 외치는 어느 외국 가수의 노랫말에 절대 수긍하지는 않지만,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약한 여자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 강한 척 애써 외면했던 삶의 이중적인 배반 속에서 숨죽이며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흘려버리게 되는 상황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 상사의 횡포나, 남자 동료에게 품은 연민이나 짝사랑을 끝까지 숨겨야만 하는 답답한 상황들.


  두 번째 스토리 ‘센스 없음’은 평범한 주부 ‘야스코’의 이야기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녀의 일상은 한순간 뒤틀리게 된다. 휴대폰의 필요성을 무시하며 살아갔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을 마련하고, 변화의 중심에 서서 이미 변해버린 남편을 냉담하게 관조하고 있다. 남편이 빌린 에로 비디오테이프를 대여점에 반납하면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신경의 변화는 오직 여자들만이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간혹 느끼곤 한다. 화장실에 양변기에 앉아 세면대 물을 세게 틀어놓고 펑펑 울고 싶다고 느끼는 날들이 많았다.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자주하곤 한다. 더군다나 여자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인생의 비애는 같은 여자가 가장 잘 알아주는 법이다. 이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잔잔한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 「여자 정혜」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는데,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와 닮은 분위기가 참 좋았다. 잔잔한 파문이 일어나서 괜찮은 나의 취향이긴 하지만, 다른 분들이 읽어본다면 너무 심심하다는 혹평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남자 분들이 만약 이 책을 읽어 본다면 과연 몇 퍼센트나 공감을 할런지? 이해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심경 부분에서 냉담히 등을 돌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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