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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다섯 명밖에 없는 무감사 마스터메이커. 노력으로 일궈낸 꿈의 신화. 감동으로 다가오는 바이올린 장인의 뜨거운 열정…. 이러한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분의 전기를 읽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다. 존경스럽다는 탄성밖에 나오지 않는, 나의 어쭙잖은 감탄사가 경건함에 파묻혀 조용히 사그라지고 있다.
시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격변의 40-50년대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난리 속에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하면서 모두들 어렵사리 살았던 시절이다. 전장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하루 벌이 입에 풀칠하던 그 시절, 일재 시대의 탄압 속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한국에 남겨두고 저자는 성공하고자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야윈 소년이 일본에 간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 제대로 된 직장조차 구하지 못하고 온갖 험한 일을 자청하며 목숨을 연명하는 길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단 한번의 기회를 통해 저자는 생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우연히 듣게 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해 바이올린 제작의 꿈을 키워가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약장수를 통해 처음 접했던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을 잊지 못하고 있던 중, 불연 듯 운명처럼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얽힌 일화에 대한 호기심이 세계적인 바이올린 메이커을 길을 걷게 만든 것이다. 어려운 시대 상화이었지만, 저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업을 이어나갔고, 틈틈이 이어갔던 공부가 결국 인생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조차 없이 다만 꿈을 좇던 그에게 고생 길은 따 놓은 당상인 셈이었다. ‘고생’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젊은 날이 먼 훗날의 보상이라도 되 듯 철저하게 그의 운명을 뒤흔들었다. 위태로운 한국 전쟁의 풍경들 속에서 생사를 위협하던 군인들의 횡포에 숨죽이며 살던 어린 여동생과 어머니의 안위까지 둔중한 무게감으로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집념과 노력을 들인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위인이 그러하듯 노력하는 자에게 운은 저절로 따르게 되어 있나 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명언을 남긴 에디슨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인류사를 빛내는 업적을 남기지 않았던가. 진창현님 역시 집념 하나로 마지막까지 열정의 끈을 한 번도 놓지 않고, 마침내 달디 단 결실의 열매를 맛보게 된 것 같다. 단지 우연이나 운이 아닌, 순도 100%의 땀방울이 이룩해 낸 성공의 열쇠….
선천적으로 타고난 음악가의 재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의 목표물을 지정해서 그곳으로 힘차게 뛰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 하다. 장애물이 보인다는 것은 목표물에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단순 보편적인 법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되는 법칙이기에. 일이 안 풀린다고 언제나 변덕스럽게 투정만 부리던 나의 모습이 투철 되어 불연 듯 알 수 없는 죄책감에 가슴이 찡하게 아려왔다.
매력적인 소리를 넘어선 황홀한 소리를 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던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격변의 시대를 거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의례 그렇듯이 고개를 젓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화들 속에서, 또 한번 새삼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나 역시 내가 만들어 갈 나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자 다짐해 본다. 명석한 두뇌는 아니지만, 뜨거운 열정을 지닌 가슴이 있기에 저마다의 인생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무언가를 갈망하며 열심히 꿈을 좇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본다면, 분명 인생의 등불은 항상 새롭게 빛나게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집념이 있는 사람은 실험을 계속한 끝에 나름대로의 보편성과 법칙을 발견해 낸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운이 좋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설사 운이 좋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노력, 집념, 호기심, 시행착오가 거듭 쌓여 토대를 이루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결과이며 거기에 선천적인 감성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까지 첨가되어야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결코 운만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는 아니다. -2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