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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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작가로 유명한 ‘그림형제’는 ‘북유럽이야말로 고대 게르만 문화를 연구하려는 사람의 메카’라고 말하며, 북유럽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 설화, 가요 등의 연구에 몰두했다. 동화나 소설, 모든 근대 판타지의 효시에 이르는 신화는 이미 문화적인 차원을 넘어선 종교에 가까운 지배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화는 단지 교양으로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이미 전 세계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판타지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실적을 기록한 영화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 신화에서 기초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신화는 게임이나 소설, 대중이 흡수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 통용되는 화폐나 마찬가지다.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나 의류 브랜드의 이름이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을 딴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기독교 이전의 다양한 이교도적 문화 양상들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북유럽 신화」이다.

  이렇게 흔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신화.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북유럽 신화에 대한 지식은 너무도 전무해 큰 호기심이 발동했었다. 묘한 흥분과 함께 읽게 된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는「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대립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보물과 함께 모험을 쫓는 비슷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과 거인, 난쟁이, 인간 세계의 독특한 공간의 분할이 이루어져 있고, 제 각기 다양한 종족(種族)간에 끊이지 않는 전쟁이 그야말로 상상력에 근거한 판타지 그 자체이다.


  한 겹 비꼬아서 본다면 신화란 참 허무하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로 비추어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황당해서 얼이 빠질 것 같은 말도 안돼는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신화의 요소가 그러하듯 일일이 나열하자면 그 기원과 출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존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전 인류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오는 아리송한 민담이 바로 신화이므로, 일일이 따지기 보다는 물 흐르듯이 즐기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러니를 특성으로 삼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언어를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대자연의 실체를 경외심으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먼 옛날 게르만 사람들이 이 위대한 신들에게 품었던 높은 경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31p


  이처럼 신화를 바르게 바라보며 즐기는 방법은 위대한 신들에게 품었던 사람들의 경외감을 인식해보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하여 북유럽 신화는 다소 소박하기도 하고, 웅장한 감동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신들의 모습에서 해학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불의 신 ‘로키’의 장난기 넘치는 악동 같은 이미지는 여느 신화에서 보든 신들의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된다. 말썽꾸러기로 온갖 사고를 저지르고 다니는 ‘로키’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정이 듬뿍 가는 톡톡 튀는 독특한 캐릭터다.    


  북유럽 신화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전쟁의 신 ‘오딘’이나, 풍요와 봄의 여신 ‘프라야’처럼 본능에 충실하고, 성격이 지나치게 미화되지 않은 실체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북유럽 신화만의 매력인 듯 하다. 매우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수많은 인물들이 창출해내는 해프닝에는 고대 사람들도 충분히 느꼈을 법한 메시지들이 숨어있다. 신들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욕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보물을 탐내어 복수를 당하기도 하고, 허상을 쫓다가 파멸되기도 한다. 죽음이 존재하는 신을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는데, 북유럽 신화에서는 당연한 듯 신들 역시 장렬한 최후를 맞으며,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되었던 절대반지의 행로를 쫓으며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신화 여행이었다. 한창 영화가 유명세를 탈 무렵 ‘절대반지’가 14K 냐, 18K 냐,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골룸’이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패러디하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북유럽 신화에서도 골룸과 비슷한 난쟁이 대장장이들도 등장하고, 잘생긴 왕이나, 아름다운 요정, 그리고 신들이 이루어내는 파란만장한 삶까지 등장한다.


  시각으로 접하는 영화의 화려한 비주얼만 접하다가, 북유럽 신화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서 색다른 기분을 만끽했던 것 같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지럽기도 하고 다소 산만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절대 반지에 숨겨진 저주를 읽어가면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이야기까지 모두 읽고 나면, 북유럽에 위치하는 나라들이 새삼 친숙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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