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풍경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청소년도서는 모든 이들에게 통용되는 철저한 감정의 답습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연령층을 구분하여 선을 긋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행위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후에, 아동용이나 청소년을 주요 독자층으로 삼는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책들에 삶의 순리가 더욱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는 경우도 드물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거의 모든 동화가 아름답듯이 청소년 도서 역시 아름답고 솔직하다. 나이로 따지자면 겨우 10살 내외의 차이 따위의 비교는 단순한 수적 나열에 지나지 않음을 느낀다. 청소년 시절, 딱 그 맘 때쯤 느꼈던 인생의 고난을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그러나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감정의 답습은 여전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아름다운 그 때,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방황과 혼동 사이에서의 갈등. 처음으로 느끼는 이성과의 떨림. 사소하게 일어나는 주변인들과의 마찰이 「바다의 풍경」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고치에서 나오는 화려한 나비의 비상처럼, 무언가를 갈망하며 마침내 얻게 되는 소중한 청춘들의 모습 속에서 잊고 있었던 나의 자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성숙하지만 더욱 성숙하게 변모해 가는 주인공 ‘소키치’가,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게 그러져 있기에 더욱 동감했던 것 같다.


  ‘소키치’는 세토나이카이 작은 섬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의 학생이다. 그러나 학교 다니는 것은 인생의 낭비라고 느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등교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된다. 소키치가 궁금해 하는 일은 바로, 아버지와의 사별 이후, 줄 곧 아버지께서 생전에 하셨던 이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며 그 일의 비밀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며 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느끼는 소키치는 섬에 살고 있는 여느 학생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믿음직스럽고, 우직한 성격은 아버지를 꼭 빼닮아,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꼼꼼하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아버지의 비밀을 찾아서 마음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자취를 밟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원인불명의 미소가 언뜻 번져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의 풍경」은, 변화를 감지하며 꿈틀거리는 자아를 어느 청소년의 이야기이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산업화에 물들어 점점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퇴색한 바다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개발이라는 목적아래 파괴되어가는 지구상의 모든 바다들, 물질에 인간미까지 상실되어 가는 서글픈 우리네 현실과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는 책이다. 「바다의 풍경」을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금 냄새 물씬 풍기는 비취빛 바닷가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낡은 어망을 손보는 어부들의 움직임, 인심 후한 섬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 차가운 바닷바람으로도 지울 수 없는 사람의 온기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역동적이게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들은 터전을 잃어버리고, 소멸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20세기 모습과 너무도 닮아서 「바다의 풍경」을 읽는 내내, 마냥 투명하게 유지되었던 지난 바닷가의 풍경들이 무척 그립고도 아련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참 가슴이 아프다.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려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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