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 사랑한 천재들 -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1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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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훌륭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차원을 넘어서, 깊은 감동에 숨조차 쉬기 힘들어진다. 멋진 그림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단 한 점뿐인 명화를 소유하게 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오늘도 경매장을 경마장처럼 드나들며, ‘그, 혹은 그녀’가 남긴 ‘한 점의 그림’을 얻기 위해 열정과 함께 재력을 불태우고 있다. 멋진 건축이 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 역시, 죽어있던 공간 속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예술 속에 담긴 아름다움에 동화되곤 한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무덤 속의 히포크라테스는 지금까지도 이 말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예술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삶은 짧을지언정, 그들이 남긴 예술은 지금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남겨져 있다. 불변의 진리라는 말은 예술을 두고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음악이나 미술, 혹은 건축이라는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문외한들조차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은 천재 혹은 광인, 때로는 시대를 앞서간 불운한 영혼의 소유자라고들 한다. 약간의 관심만 가진다면 ‘클림트, 모차르트, 베토벤, 프로이트, 로스, 바그너’ 라는 이름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친숙하게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불멸의 예술가들이 모두 오스트리아의 빈이라는 도시에 살았었다는 공통점에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빈은 모든 거리와 건물들이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이다. 환상거리를 중점으로 곳곳에는 이들 예술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들의 생활을 재연해 놓은 박물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발짝 내 딛는 거리마다 그들이 거닐던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빈에 살았던 모든 분야의 지식인들이 총 집합한 작지만 거대한 세계의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한번쯤 염원해 보았던 풍경이 있었다. 예전에 우연히 책을 읽다가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자주 갔었다는 카페 ‘드 플로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가서 그가 즐겨 마셨던 커피를 직접 마신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상상해 보며 흥분했었다. 그런데 ‘빈’은 모든 곳에는 클림트의 그림이 있고, 프로이트가 즐겨 찾던 카페가 있고, 모차르트가 교향곡을 작곡했던 집이 있다. 그리고 베토벤이 거닐던 공원과 로스와 바그너가 설계한 숨 막히게 아름다운 건축물까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내일이라도 당장 비행기 표 예매해서 날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눈물나게 부러웠다. 그러나 대리만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책을 읽으면서 눈으로나마 자제심을 배웠다. 이 책의 저자 ‘조성관’씨는 기자의 신분으로 빈을 마음껏 취재하면서 역사의 페이지를 걷고 또 걸었다. 간략하게 위인들의 연보나 일화 등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면서 유명한 관광지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보면서, 직접 가볼 수 없는 자는 위안을 삼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여섯 명의 예술가이자 천재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격동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시대를 맞이해 고통을 겪으면서 ‘시대’라는 거대한 벽과 충돌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들마저 질투할 만큼 타고난 천재성을 바탕으로 후세에 더욱 그들의 업적을 인정받았다는 점 또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필립 솔레르스’의 말대로, ‘시대는 그들을 감당할 자격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빈’이라는 예술의 도시의 정취를 흠뻑 만끽해 보았다. 이 책에 등장한 여섯 명의 천재들을 비롯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정착 이후 탄생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빈에서 태어났거나, 빈에 머물렀던 수많은 사람들. 지금은 역사의 페이지에 소중하게 기록되어 전설로 남겨진 사람들. 실레, 코코슈카,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 츠바이크, 슈니츨러, 비트겐슈타인, 로맹 롤랑….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아돌프 히틀러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적인 불꽃을 발산하면서 혼을 불태웠던 비엔나는, 오늘도 죽은 자들의 영혼이 자신의 업적을 뒤돌아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그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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