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의 바이블이라 일컫는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들은 하나 같이 세련된 감각의 결정판이라고 불릴 만 하다. 나열하기도 벅찬 많은 영화들의 원작 만화를 탄생시킨 ‘프랭크 밀러’의 ‘한 컷’은 이미 영화의 완성도를 능가하고 있다. 시적인 언어에서 느껴지는 묘하게 서정적인 전율과, 간결한 함축성이 더욱 돋보이는 신작「300」또한 마찬가지다.

  「300」은 초대형 와이드 화면을 보는 듯 착각이 들만큼, 책의 사이즈가 가로로 넓게 펼쳐져 있다. 튼튼한 양장이 소장의 기쁨을 더해주고, 화려한 색감의 일러스트 또한 상당히 고급스럽다. 단조로운 흑백의 작품에서 음울하면서도 퇴색미가 풍기는 ‘린 발리’의 색채가 더해져서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만족감이 탁월하다.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그림체의 매력은 오랫동안 미국인의 상징으로 자리를 지켜왔던 ‘프랭크 밀러’의 역량을 느끼게 해준다.


  페이지 숫자로 따진다면 상당히 얇다고 할 수 있는 88p 분량의 만화책이지만, 넓은 가로의 큰 사이즈와 비례해 본다면 여느 만화책과는 차별성을 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분량에 상관없이 장대한 스케일이나 완성도 면을 따지자면,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감동의 깊이도 남달랐고, 세련된 만화의 화려한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니, 새삼 ‘프랭크 밀러’의 다른 작품들까지 섭렵하고픈 욕심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간략한 줄거리는 기원전 480년의 페르시아와, 스파르타인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300」은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 ‘테르모필라이 전투’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탄생되었고, 소수정예 스파르타 군대는 수백만에 이르는 페르시아의 군대와 맞붙어 힘겹지만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룬다는 내용이다. 동원된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은 300명의 스파르타 인까지 희생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사람은 언제나 강자 보다는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 인지산정이므로, 실제 상황이 어찌 되었든 보잘것없는 숫자를 거느린 ‘스파르타’를 지지하게 된다. 만화적인 측면으로서나, 영화적인 측면으로서나,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에도 만점일 것이다. 기강 있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스타일리쉬 한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의 멋진 대결이 볼만하다. 어디까지나 허구성이 짙은 역사물이긴 하나, 고대 그리스의 끝없는 매력을 깊숙하게 탐구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작품 같다. 또다시 탄생될 2007년 ‘프랭크 밀러’ 제작의 「300」 영화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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