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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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가 ‘바보상자’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배경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뇌를 잠식하는 ‘중독성’에 기초하여, 무조건적인 폄하의 시선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뉴튼 미노우’의 말처럼, TV 방송은 선혈과 위협, 파괴와 폭력, 사디즘과 가학, 살인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극적인 요소의 잠식은 갈수록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모든 방송이 ‘그러하다’, 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대중문화의 추세가 폭력적인 경향이 우세하게 작용하고 있다. 폭력뿐만 아니라, 성을 상품화 한 선정적인 방송으로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자극 일색의 대중문화를 접할 때 마다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하양 평준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의 대중문화 깔고 앉기의 시선 속에서 ‘스티븐 존슨’은 역설적인 대중문화의 이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제 2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한 21세기의 복잡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과부하로, 이 모든 것을 즐기기에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실정이다. 우리의 삶에서 TV, 게임, 인터넷, 영화를 뺀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아마 지루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심각한 정서불안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휴대폰을 두고 외출했다면 십중팔구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휴대폰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바보상자의 역습 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은 갈수록 복잡하게 변화하는 대중문화 속에, ‘우디 앨런’의 영화를 차용한 ‘슬리퍼 커브’라는 이론으로 일반적인 ‘바보상자’의 인식에 대해서 반격하고 있다. ‘슬리퍼 커브’란, 복잡한 대중문화에 우리 두뇌가 길들여지면서 특정한 형태의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치밀할 만큼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학술서는 아니지만, 작가 나름대로 지금까지 접한 수많은 문화컨텐츠가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다섯 가지의 대중매체를 통해서, 인간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론이다.

  가장 먼저 ‘게임’의 반복학습을 통해 얻는 이득에 대해서 설명한다. 방학이 되면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청소년이나, 게임에 미쳐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다가 숨진 사람의 기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이토록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티븐 존슨’은 그 해답을 게임에서 나름의 보상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찾았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서 얻는 즉각적인 보상. 즉, 아이템, 레벨 상승 등,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별적인 보상 네트워크 속에서 그 어떤 매체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최상의 만족감’을 얻는다는 결론이다. 

게임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한다. 게임을 통한 지적효용은 모두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는 증거를 평가하고, 상황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고려한 후에야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우는 건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른 어떤 대중문화도 이런 식으로 우리 뇌의 의사결정 기관을 자극하지 않는다. -49p

  게임에 이어, 대표적인 TV 시트콤과 리얼리티 쇼,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 지는 한결 같은 ‘슬리퍼 커브’ 이론은 기가 막히게도 잘 맞아떨어진다. 20년 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치밀한 영화를 살펴본다면 이해가 빠르다. 복잡하다 못해 어렵게 만들기 위해 발악을 하는 요즘 영화의 플롯을 보다가, 20,30년 전 영화를 본다면 지루함을 참기 힘들다. 단순하게 이어지는 영화들을 보기에는, 지금 우리의 눈과 두뇌는 너무도 빠르게 이해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 영화에 사용된 고전적 테크닉의 답습이라고 할 만큼, 과거에는 어려워서 관심도 없던 영화나 드라마들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TV나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 속에서 배울 점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주인공이 나와 동격화 되는 과정에서 추리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물론 저속한 부분들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대중의 취향은 점점 고급화 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 TV, 영화, 인터넷’이 세계를 지배하는 동안, 인간의 사고력 또한 함께 발전한 것이다.

  중독의 차원을 넘어서,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대중문화를 올바르게 흡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인 듯 하다. 이왕이면 자신에게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적절하게 판단해서,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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