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카메라의 눈 - 영화와 현대 소설에 나타난 영상의식
앨런 스피겔 지음, 박유희.김종수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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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랑스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영화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이런 말을 했다.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을 보면 영화는 소설보다 50년은 뒤떨어진 것 같다.”

오늘날, 예술로서의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영화라지만, 영화 속 사물의 존재 방식이 소설보다 반세기 가량 뒤쳐져 있다니. 영화관계자들이 들으면 조금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명한 영화비평가가 저런 말을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소설이 영화로 재탄생 되는 과정만 지켜보더라도 소설의 위상은 영화를 충분히 압도한다.

지난 100년간의 문학의 흐름과 구상화 형식 안에서의 고도의 시각화와 실절적인 본체를 추구하는 리얼리즘의 발달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화의 구도와 맞물려 간혹 비교대상이 되곤 하지만, 아직도 문학 고유의 극대화된 시각화는 정교한 테크닉의 카메라의 시선과는 분명한 차별감이 있다.

사람의 오감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렬한 자극을 받게 되는 장기는 단연 눈이라고 생각 한다. 눈먼 자의 세상과 정상인의 세상은 그 어떤 장애의 벽보다 가장 높고 견고할 것이다. 오감 중 가장 민감한 눈을 통해 느끼게 되는 예술의 한 단락에 영화와 소설이 나란히 거론 된다는 사실은 이미 인류사에 떼어 놓을 수 없을 만큼 두 분야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사물을 이해하는 눈, 눈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인지하는 뇌, 인간이 추구하는 미학의 극치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본 서「소설과 카메라의 눈」에 나타난 현대 소설에 나타난 영화의 영상의식은 문학이론과 영화의 특별한 인식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한 층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서사방식은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에 현대문학의 영상미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눈은 현란한 카메라 기법에 따른 몽타주나 해부학적 지식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기에 소설의 지극히 아름다운 서사적 흐름이 친연성을 보이며 영화적으로 표현됨을 당연시 한다. 이미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소설에서는 지극히 세밀하고도 정교한 시각적인 흥분이 시작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두주자 프루스트, 조이스, 포크너의 형식적 실험과 거투르드 스테인과 젊은 시절 헤밍웨이의 문체적 혁신, 그리고 흔히 플로베르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는 소설의 엄청난 반향의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인 소설의 시각적인 외상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텍스트로 읽는 대신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화보다 수십 배는 더 큰 상상과 천대만상의 시선처리 방식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단지 기록하는 기계일 뿐인 카메라와 예술가의 혼이 결합되어 탄생한 펜 끝의 신화인 소설, 그 어느 쪽도 우수성과 완벽성을 논할 수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설은 결코 영화에 뒤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인물의 클로즈업부터 시작해, 망막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소설 속 배경을 표현하는 그 완벽함, 그리고 공간의 무한함과 냄새와 온기까지 펜 끝에 녹아 있는 소설에서도 역시 영화 못지않은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소설과 카메라의 눈」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책은 아니지만, 문학이나 영화 전공자가 아닌 본인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경건한 마음으로 저자의 말에 경청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운 문맥의 연결을 골똘히 생각해 보면서 가늠할 수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혼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한 일일이 거론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학인들과 그들의 분신 같은 작품들을 예시로 간간히 삽입 되어 있는 본문을 읽어보며 지난 100년간의 문학사를 재조명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구성화된 소설 안에서는 이미지의 중요성이나 이미지들 간의 엄밀한 상호관계를 파악하기에 앞서 이미지들을 보다 빨리 보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인 지연 때문에 우리는 이미지들을 한 번 보는 게 아니라 두 번 본다. 처음에는 바로 드러나는 별개의 이미지를 본다. 그 다음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정신적 반응을 정리하여 이미지들은 다시 보게 되는데, 이때에는 이미지들 간의 연속성과 응집성을 보게 된다. (중략) 작가가 우리에게 발견하도록 놓아둔 이미지들의 배치에서 구성화된 관념을 파악한다. 그 관념은 이미지들을 끌어 모아 - 이미지들에 의해 구성화되면서 - 예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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