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베네치아 - 꿈꾸면 신나는 그곳...
뒤르크 쉬머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을 동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 대한 환상 역시 커져만 갔다. 나에게 이탈리아란 어떤 의미의 나라일까? 막연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아름다운 정경은 어느 순간 거품처럼 아스라이 사라질 듯 묘연한 풍경이다.

이탈리아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르네상스의 3개 거장, 모든 예술의 원천, 스파게티와 피자, 나는 한번도 만져 본적 없는 명품 핸드백과 구두,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기….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탈리아를 떠올려 본다면, 하나 같이 모델처럼 잘 생긴 아주리 군단과 길고도 웅장한 로마의 역사쯤 될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관광의 명소들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베네치아, 시칠리아…….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는 꿈속의 이탈리아. 장화처럼 신기하게 생긴 이베리아 반도.

무엇이 이토록 나를 전율시키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의 염원이기에 자연스럽게 중독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봤을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간혹 여행정보나 사진 등으로 접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도시들 중 한 곳이다. 베네치아를 생각할 때는 늘 세피아 톤으로 빛 바라진 항구의 정경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역사와 밀접 된 베네치아라는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기에 오늘도 그 곳엔 수많은 관광객들의 로망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이다.

본서의 작가 ‘뤼르크 쉬머’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의 편집인으로 일했고, 1999년부터 베네치아 통신원으로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독일인이다.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이 바라본 베네치아에 대한 일상과 전통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기에, 이방인의 시선으로 함께 느끼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생각 된다. 현지인이 서술하기에 다소 민감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밝은 모습으로 가려야 할 낭만의 베네치아를 외지인이 기록했기에 좀 더 사실적인 현장 보고서가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연한 세피아 톤의 빛바랜 베네치아는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처럼 영원히 조용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곳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사람이 자리한 풍경은 늘 그렇듯 소란도 있고, 문제 거리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 없이 조용해야 할 베네치아이지만, 베네치아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바라볼 땐 골칫거리이고, 그들의 낙원을 시끄럽게 만드는 장본인일 뿐인 것이다. 물론 베네치아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관광사업으로 수입을 올리기는 하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주민들에게 그들의 베네치아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어차피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 확연히 차이 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왠지 모든 것이 멈춰져서 고독할 것만 같은 묘한 마력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우리와 같은 ‘하루’가 존재했다. 곤돌라 사공들은 열심히 노를 저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노을을 등진 노천카페의 주인들은 오늘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향긋한 카푸치노 한 잔과 달콤한 케Ÿ揚?판매하고 있다. 무라노 섬의 유리세공업자들, 엄청나게 비싼 가격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주방장들도 열심히 오늘을 살아간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비둘기들까지 어지럽게 모이를 먹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작은 일화들과 베네치아 일상의 풍경들, 사람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이 본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광가이드 책자의 컬러풀한 사진과 짤막한 정보에서는 결코 찾아낼 수 없을, 베네치아의 소중한 한 귀퉁이인 셈이다. 비잔틴과 르네상스가 아직도 공존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유일한 도시 베네치아의 낙원 같은 풍경 뒤에, 오염이 안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베네치아라는 거대한 이미지까지 오염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역사와 직결된 베네치아, 바로 그 곳에 서양 역사의 시작이 있었다. 베네치아에서 15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십자군 전쟁 참전 군인들을 성지로 실어다주고 터키와 전쟁을 치렀을 갈레선들을 건조했었고, 노동 분업과 컨베이어벨트 작업과 함께 조선소의 해양공화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해상무역의 중심지로서 많은 전쟁이 시작되고 종결된 장소이기도 하다. 해저 고고학의 보물들의 요람으로 아직도 베네치아에는 아름다운 선박과 곤돌라가 바다 위를 화려하게 노닐고 있다. ‘자코모 카사노바’가 이 아름다운 역사의 도시에서 그의 천재적인 재량을 물려받았을 것이고, ‘리하르트 바그너’ 또한 모든 상처가 아문다고 했던 베네치아에서 죽기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한 요양을 했을 것이다. 일찍이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괴테’가 바라본 베네치아 역시 그들처럼 영원한 꿈속의 안식처였던 셈이다.

언제나 환상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베네치아를 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냥 아름다운 도시로 각인되어 있겠지만, 책을 통해서나마 바다냄새와 더불어 사람냄새까지 흠뻑 마셔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 발로 베네치아를 밟아보리라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책 중간 중간 흑백의 사진으로 볼 수 있었던 베네치아의 작은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넣으면서 한 가지 느꼈던 사실은, 그 풍경 안에 나 역시 간절하게 담겨보고 싶다는 점이다. 파노텔라 제독처럼 베네치아에서는 꿈을 꾸어도 좋으니까. 아니, 꿈을 꾸어야만 하니까.


[인상깊은구절]
고독은 혼자라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 M.스테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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