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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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로 내려오던 민담을 ‘그림 형제’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로 편찬했다. 동화의 줄거리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 떼가 들끓는 마을에서 피리를 불어 쥐들을 강물에 빠뜨려 모두 소탕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약속한 사례금을 주지 않는다. 화가 난 악공은 그 마을의 아이들을 피리로 홀려 모두 데리고 떠나버린다는 다소 엽기적인 잔혹 동화였다. 「6월 26일, 하멜른」은 이러한 동화의 뼈대에 피와 살이 덧붙여져 탄탄한 골격을 형성한 새로운 소설을 탄생되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소설이니만큼, 동화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현실적인 탄탄함을 발견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 그리고 어떤 인문들에 의해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가 전해지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졌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사소한 사건에 대한 내용을, 주도면밀하게 다시 공부 한 기분이 들었다.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작가의 꼼꼼함에 놀라게 된다. 1284년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단 5일 동안 발생하는 이야기를 400페이지 가량의 텍스트로 기록해두었으니, 사건들의 연결이 매우 섬세하고 꼼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작 동화의 분량이라고 해봤자 분명 지극히 짧은 분량일 텐데, 약간의 단서들로 이토록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긴 이야기가 탄생하다니…. 놀랍기도 하고, 새삼 두 작가의 재치 있는 상상력에 경외감이 들었다. 「6월 26일, 하멜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단연, 전설속의 민담과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소설 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무분별한 물질만능주의와 지나친 욕심으로 상처 받는 것은 언제나 못 가진 자들과 연약한 어린 아이들이라는 큰 교훈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케이스 매퀸’과 ‘애덤 매퀸’, 부자(父子)가(사진을 통해서 본 두 부자는 붕어빵에다가 매우 미남들이다.) 공동집필한 소설답게,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끈끈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소설의 내용역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합이라는 주요테마가 작용되어 있다. 주인공인 피리 부는 악사 ‘요하네스’와 길드의 배반자 ‘안셀름’, 그리고 영주의 아들 ‘슈트롬’ 역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배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진한 갈망 등이 잘 나타나 있는 듯 하다. 케이스와 애덤, 두 부자간의 정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 투영되어 있었다.

  아들의 눈에, 때로는 아버지가 무능하게 보이기도 하고, 과욕으로 인해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의 눈에 아들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사랑하는 아들이지만, 간혹 큰 사랑을 주지 못하기도 하고, 아들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형적인 부자간의 갈등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서 가장 진하게 느꼈던 부자애에 대한 부분들이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에 언제나 아이들만 큰 상처를 받고 마는 것이다.

  몇 개의 단서만으로 용의주도하게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작가의 탁월한 능력만큼은 인정해주어야 할 것 같다. 고전 동화와 판타지 소설, 혹은 추리 소설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책이다. 떠돌이 피리 부는 사나이가 무엇 때문에 쥐 떼가 들끓는 하멜른으로 와서, 수 만 마리의 쥐들을 소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모든 비밀을 알 수 있는 탄탄한 열쇠 꾸러미가 이 책에 숨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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