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묘하게 진행되는 미스터리 추리 문학이라는 공동 화제를 타고 등장하는 우수한 일본 작가군 가운데서, 유독 ‘온다 리쿠’는 자신의 영역이 확고한 듯 보인다. 하나의 획일적인 흐름과 새로운 문장의 틈에서도 전혀 우왕좌왕 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노골적이지 않게, 은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노스탤지어, 즉 잊혀져 가는 소중했던 추억을 상기시키고, 그러한 아련함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특유의 감각이 남다르다.  
  
  「여섯 번째 사요코」 역시 작가의 한결 같이 매력적인 특징성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 된다. 1991년 데뷔작으로써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후보작까지 오른 작품이라고 하니, 문단의 시작이 대성공인 셈이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일본 문화 개방이 좀 더 빨리 이루어졌었다면, 영화「여고 괴담」이 나오기 전에 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영화 「여고 괴담 1」보다 한참 늦게 만났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두 작품의 주요 스토리나 극의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소설은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서로 각자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섯 번째 사요코」는 출간 된지가 15년도 넘은 올드작이라는 사실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학교 괴담…. 지금에야 흔하디흔한 소재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당시로썬 큰 이슈였을 것이 틀림없다. 학창시절 무시무시한 공포에 괴담이 돌고 있을 때, 꼭 그 ‘무서운 이야기’의 출처는 ‘일본의 어디 어디.’였다. ‘왜 항상 그 무서운 이야기들의 출처는 일본일까?’하는 궁금증이 밀려 든 적이 있었는데,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요코란 캐릭터와 흡사한 전설적인 호러 퀸들이 많이 있었던 걸까?

  학교라는 하나의 큰 상징을 떠 올려 보면 그 속에 파생되는 수많은 이미지가 있다. 커다란 교실에 모두 같은 책장 앞에,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모두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앉아 있는 학생들. 동경하는 친구, 선배, 후배가 있었을 것이고, 남몰래 속앓이하며 짝사랑하는 이성도 있기 마련이다. 시험, 공부, 방학, 여행, 축제, 강당……. 이 얼마나 익숙하고도 그리운 존재들인가. 그러한 가운데, 학교의 전설로 내려오는 섬뜩한 ‘괴담’ 또한 또렷이, 그리고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여섯 번째 사요코」는 이 모든, 열아홉이 지니고 있는 소재들의 ‘집합체’이다. 입시에 시달리는 고3의 학교. 그 살풍경한 모습과 서로를 믿고 따르는 친구라는 존재의 애틋함이 작품 구석구석 만연해 있다. 학교라는 커다란 공간이 주는 유대감에 얽힌 이런 이미지들을, 어쩌면 전 세계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 단계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혼란을 겪기도 하는 모든 평범한 학생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 언제부터인가 ‘사요코의 해’라는 괴담이 전해 내려오고 시작한다. 마침내 올해 맞은 ‘여섯 번째 사요코의 해’에 ‘사요코’라는 이름을 지닌, 모든 것을 다 갖춘 미모의 여학생이 전학을 온다. 미스터리 여학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묘하게 섬뜩한 일렬의 사건들. 이렇게 시작되는 사요코의 이야기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에 걸쳐 차근차근 1년 동안 진행된다. 오싹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설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억지로 뒷내용을 예측하기 보다는 그저 글에 서서히 매료되어 무작정 이끌려 가는….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미스터리한 사요코는 그 미모가 얼마나 뛰어날지 머릿속에 상상해 보았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이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는 내 인생을 통 틀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그녀가 너무 너무 예쁘다는 말이 식상할 만큼 자주 등장한다. 예쁜 소녀를 동경하는 또래의 학생들 마음까지 잘 표현한 듯한데, 온다 리쿠의 소설에는 유독 이러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뛰어난 미모의 소녀’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건 작가의 경험이 100% 투영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여섯번째 사요코」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소녀 취향의 괴담 소설이다. 획기적인 반전도, 또렷한 결론도 없어서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요지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리라 믿는다.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작품이라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간혹, 학교라는 그리움의 대상을 막연하게 추억해 보는 어른들이 읽어본다면 정말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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