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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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자신을 알라’ 한 문장을, 자신의 철학적 출발점으로 두었다는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면철학의 선구자였던 소크라테스를 이해하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겠지만, 보편적으로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스스로의 무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는 물론이거니와, ‘너’와 ‘우리’까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극단적인 한 마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발전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이들이 가난은 대물림 된다고 한다. 몇 해 전, 한 신문기사에서 읽은 가난에 따른 통계자료를 본 기억이 있는데, 빈익빈 부익부는 최근 10년 사이 놀라운 수치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부를 축적하는 상위 1%의 부자들에 비해, 사회 최대극빈층은 훨씬 높은 수치로 증가했다고 한다. 반드시 변화하는 체제이자, 변화 해야만 하는 체제인 민주주의가, 부자가 있으면 당연히 빈곤층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제시해 주는 듯 하다. 그리고 나라가 발전 할수록 부자들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더욱 살기 척박해야 한다는 무서움까지 엄포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이렇듯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절감하게 되는 부와 가난의 모순속에서 클레멘트 코스의 창시자 ‘얼 쇼리스’는 밀접하게 연관되는 부와 가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게 되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짚어냈다. 그것은 바로 ‘인문학’의 부재에 따른 계층간의 차이점을 간파한 것이다. 우연히 여자 교도소의 재소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녀의 말에 영감을 받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 ‘클레멘트 코스’의 수업을 열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문제 속에 가장 쉬운 정답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다. 쉬운 말로 해서, 인간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무엇을 아느냐가 관건인데, 빈곤층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교양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기에 자신을 분별 있는 시각으로 정확하게 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에게 ‘철학, 문학, 예술, 역사’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가장 어려운 문제 속에는 의외로 가장 단순하고 쉬운 정답이 숨어 있다. 배움의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더더욱 인문학의 부재야 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들이며, 현명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차단해버리는 수단인 셈이다.

  인문학은 세상과의 적절한 타협을 위해서, 올바른 지식의 습득과 바르게 생각하는 스스로의 능력 향상, 그리고 외부의 무력적인 힘에 대항하는 방법을 알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얼 쇼리스는 그러한 인문학 수업을 거리의 노숙자나 사회 최하위 계층의 빈곤한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치적인 활동과 빈곤으로부터의 탈출할 수 있도록 배움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지루해하고, 수업에도 자주 빠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수업에 참여 하면서, 무언가를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움의 재미를 알아간다. 5-8개월가량 되는 클레멘트 코스를 이수한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삶의 아무런 희망이 없던 사람들에게, 인문학이란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일생의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책에도 간간히 등장하는 클레멘트 수업의 교육 방침과 교과 과정을 살펴본 결과,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빈민들을 위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인 듯 보였다.

  인문학이 반드시 가난을 탈출해서 우리 모두를 록펠러처럼 부자가 된다는 보장을 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문학의 혜택을 누려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영위하고 있는 그러한 공적 삶에 입문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문화를 알아가는 만큼 생각할 수 있는 본인의 능력이 발전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추상적인 지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기심이 갖는 활력과 정신적 몰두,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욕망, 그리고 열정적이고도 균형 잡힌 방식으로 기꺼이 삶에 대한 질문 속에서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라고 ‘리츠 리엘’은 말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의 연속 속에서, 가장 합법적이며 당당하게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클레멘트 코스의 희망은, 현재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난’의 굴레를 떠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수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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