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여자들에게 있어서 ‘돈’이란 무엇일까? 돈을 적절한 방식으로 지배하며 살아야 하는데, 돈 앞에 눈이 멀어 돈에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우리네 모습일 것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돈이라는 유혹의 손길은 욕구를 넘어선 생식의 본능과도 같다. 특히 가부적인 역할에 존중되던 남성에게는 돈은 권력과 직결되는 능력의 상징이라면, 언제나 그 아래 군림하던 여성들에게 돈이라는 존재는 더 없이 매력적이면서도, 극도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회자되곤 하는, 감춰진 치부와도 같다.

여자들이 모이면 접시가 수십 장 깨어지는데, 그러한 수다의 파라다이스에서도 단연 돈 문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여자라는 자체가 남자와는 다른 피가 흐르고 있고, 그 뜨거운 피 속 흐르는 질투와 시기심의 표출,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친구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민감하면서 가장 위험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돈 문제’를 굉장히 솔직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본서의 저자 ‘리즈 펄’은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의 여성으로써, 화목한 가정에서 아무런 근심 없이 하루하루를 남편과 아이, 쇼핑이나 여가를 즐기며 살아가던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하루아침, 남편과의 결별로 인한 재정적인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그제 서야 현실을 직시한 그녀의 경제관념 재수립이 부득이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십 명에 이르는 여성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나 인터뷰를 통해 매우 사실적으로, 여성이 겪는 돈에 관한 고충들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파산의 두려움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내면의 불안요소라고 생각 된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의 문제는, 너무도 막연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 내가 거리에 나 앉아 입에 풀칠도 못할 지경에 이를지, 그 언젠가가 정확히 언젠가 될지, 막연한 두려움의 근원은 만사가 너무 태평하다는 데에 있었다.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으면서 돈을 모은다는 자체가 현재의 나에겐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절대 필요하지 않는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둔갑시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몇 년 후에는 나아지겠지, 라는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힌 나 자신을 발견했다. 본서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들의 문제점 역시,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대책 없이 쓰는 버릇, 살아가면서 결코 필요하지도 않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돈을 모아, 그 물건을 살 때의 만족감과 동시에 느껴지는 허탈감은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 걸까.

안정된 기반을 위해 결혼을 결심하는 여성들 또한 근본적인 문제는 다르지 않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혼의 위기에서, 자립할 수 있는 강인한 능력을 대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결혼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해결법은, 부자 되기 열풍과 로또의 열풍과도 같은 단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자립할 능력이 없는 것을 여성 특유의 연약함으로 미화시켜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단 한번의 인생 역전을 노리며, 언제 올지 모를 ‘그 분’을 기다리며, 미용과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미래에 철저한 준비는 자신도 모르게 은폐시켜 버리고 마는 여성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여성들 또한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 여자 남자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돈에 대한 일말의 욕심도 없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본서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현실적인 고통과 그러한 문제점의 지적, 어쩔 수 없이 돈에 끌려가게 되는 여성들의 심리를 명쾌하고 아주 솔직하게 그려낸 책이다. 또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경제적인 독립과 노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심어주고 있다. 여성으로서 사회에 나와 돈을 벌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높은 이상의 벽과 물질적인 욕망 사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점을 찾아 주는 자기개발서이다.

살아가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파산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을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너무나 불필요한 지출 목록에 투자를 많이 했던 나 자신을 반성 하면서, 돈의 위력과 막강한 힘에 지배되지 않도록 바르게 살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오늘도 쇼핑으로 허기를 채우며, 남편 혹은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는 불안정한 여성들에게 저자는 명쾌하게 한 마디 한다. 돈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이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세대를 막론하고, ‘여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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