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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평점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카피라이터 정철의 15년 발상을 꾹꾹 눌러 담은 책"
이 소개 하나 만으로도 벌써 책을 들추고 싶게 한다. 저자의 15년 결정판을 이 한 권으로 접하게 되고 그 모든 발상과 영감어린 생각들을 하나 씩 맛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니까. 어떤 기발함이 자리하고 있을지, 어떤 표현들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이런 궁금함으로 시작한 읽기였다.
전체적으로 책 한 권은 1년 365일 달력으로 이뤄져 있다. 달력의 그 판을 이용했다기 보다 한 페이지씩 날짜가 보여지고 각 달 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으로 구분지어 놨다. 개인적으로도, 1년을 돌아 볼 때 이런 방식으로 정리를 하고 뒤돌아 본다면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방식같아 보였다. 게다가 저자는 나이의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감이 조금 씩 줄어들고 급기야는 아예 아무 흥미거리도 생겨나지 않는 무미건조함을 경고하듯이 일깨워준다. 보통 연세 드신 분들의 삶은 청춘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점점 익사이팅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뭔가 끄집어 올리기에는 너무 머리가 굳은 지라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사고를 저자의 책으로 조금씩 부추겨 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모든 일에,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요? 금세 죽지요."
"때론 최선을 다해 최선을 말릴 필요도 있지요."
"죽는 법"- "사는 동안은 썩지 않기 죽은 후에 실컷 썩기"
"뭐든 할 수 있는 신의 모습이 스무 살이 아닌 이유를 눈치채야지."
"쉼표에 인색하지 마라.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만이 마침표까지 찍을 수 있다."
이런 글들은 짧지만 상당한 임팩트를 주는 것 같다. 경고나 충고를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명언, 명구 처럼 느껴진다.
또다른 종류로써, 단어를 연결지어 머리를 훈련시키는 듯한, 리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처럼 우리는 얼른, 미나리/개나리/돗자리, 를 떠올리듯이
<배려>라는 제목 아래 놓여있는 단어들, 격려/염려/우려/독려/구려.
상당히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훈련을 자주 해 본다면 두뇌 운동삼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후에 생각하는 질문 하나를 매일 남겼다. 가벼운 혹은 생각을 오래 해 봐야 할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하나 씩 나오는데 어떤 땐 웃음으로, 어떤 땐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할 만큼 밀도가 높다. 한꺼번에 후루룩 읽을 수 없는, 그렇게 보면 하나 남는게 없는, 그저 단어들의 행렬처럼 느껴지게 할 지도 모르는, 그러나 그 속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이 35세 이상, 40세 이상, 그리고 100세 까지도 해당이 되어지는 그런 말 들, 재미있기도 하다가 웃프기도 한 그런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15년 동안 써 왔던 글들을 다시 보여 주고 싶어서, 멋지다 생각해서,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아서 다시 모아 둔 글이니 날짜마다 기발하고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메모하지 않은 생각은 발이 달린 생각, 도망갑니다."
"지금 그대 곁으로 이야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냥- 짧은 인생 살며 자잘한 이유 일일이 상대하지 않겠다는 너털 웃음 같은 말- 그냥은 이유가 아니라 여유입니다."
"샴푸는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보여줬고 린스는 샴푸의 일을 빼앗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
"흔한 바보, 남들이 돈 벌었다는 길을 뒤따라간다. 다 주워가고 없다."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건 영리한 일이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겠다는 건 바보짓이다."
읽어갈수록 새록새록 기발하다. 짧은 시간에 좋은 어휘, 기발한 영감을 번뜩 떠올리고 건져 올리고 싶다면 자주 손에 잡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