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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다케모도 고노스케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5년 1월
평점 :
<울지 않고 배겨 낼 수 있는가 를 시험 해 보라> 라고 일본 경제 신문이 추천한대로 난, 큰 감동의 맛을 보고야 말았다.
요즘 함께 읽고 있는 Me before you 에서는 크게 팡 터지며 웃었다가 또 울었다가 콧물 눈물 뒤범벅이 되었던 순간을
맞았었는데, 우동 한 그릇, 얇은 책 한 권을 너무 얕보았던 걸까?
글썽글썽한 눈물이 이 건조한 겨울 날씨 속에서 안구 건조를 다소나마 완화시켜 주도록 했던 효과까지 맛보았다.
우동 한 그릇 책 속에서는 인간의 마음, 따뜻한 배려가 어떤 사회적 영향으로 나타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바쁘고 삭막하기 그지 없는 이 현대의 인간 삶 속에서 또렷하게 비추이는 한 자락의 빛 같은 감동을 전해 주고 있는
이야기 두 편이 실려 있다. 우동 한 그릇과 마지막 손님이 바로 그것들 이다.
우동 한 그릇에는 말 그대로 보여 주듯이 북해정 이라는 우동 가게에 그 해 마지막 날 우동을 사 먹으러 오는
손님 세 명에 관한 이야기 이다. 어린 아들 둘의 손을 붙잡고 가게에 들어온 엄마는 사람 숫자로 보면 부족한,
우동 한 그릇만 주문 해도 될까요 로 시작하는데, 북해정의 주인 부부는 우동 일인분 이라며 주문을 넣고는 말도 없이
1.5 인분의 우동을 내어 놓는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마지막 손님으로, 또 그 다음 해에도...
어느 새 예약석 이라고 푯말을 놓은 좌석 배치까지 해 두기에 이르르지만 그 3명의 손님은 여러 해 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세월이 흐른 후에 훌륭하게 성장한 두 아들과 늙은 엄마가 함께 이 가게에 들른다.
어려웠던 그 시절에 우동 한 그릇의 친절하고 아름다운 배려 덕분에 훌륭하게 살아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 였는데
전형적인 일본 식당의 지나치리만큼의 친절이 눈으로 보이듯이 달겨드는 느낌이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친절 외에도
우동 일인 분 속에 반 덩이의 우동을 더 삶아 내어 놓는 그 배려의 행동에서 소리 없는 감동이 스며 나온다.
두 번 째 이야기에서도 춘추암 이라는 과자점에서의 점원과 손님에 대한 정성어린 배려, 인간적인 행동에 관해
아름답게 전달해 준다. 가게를 열어 놓는다는 것은 손님들을 불러 들인다는 뜻이고 어쨌거나 들러주는 손님들을
정성을 다해 맞이하는 것이 도리이다 라는 자세는, 상인이라면 마음속에 지니고 있으면 일에서 생기는 온갖 힘든
일 보다는 손님을 좀 더 배려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이론대로라면 그렇게 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일이 되겠지만 자로 잰 듯이 일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상대방을 위하는 배려가 인간이기에 생겨나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p58
그 마음을 잃으면 생각과 행동이 이상해져 가게가 단순히 돈과 물건의 교환소가 되어 버리죠. 그럼 자동 판매기로도
충분하지 사람은 필요 없어지지 않겠어요? 훌륭한 많은 분들과 만나고 그분들과 마음이 통하니 우리 일의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을 이익과 손해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서로 즐거워지는 일의 멋을 포기하는 거예요.
그렇다.
인간이기에 이해가 가능하고 배려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우동 가게와 과자점 처럼 이런 마음 자세로 꾸준하게 성실히 꾸려 왔기에 대를 잇고 오래도록 한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면면히 이어져 내려 오고 있는 것 아니던가 생각해 보게 했다.
사소하다, 하찮다 라고 생각이 되는 가게조차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 부터 아들로 손자로
전해져 내려오며 손맛을 이어가던 크지 않은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손님들의 입맛을 배려하며 새벽이고 밤이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위한 국물을 우려내며
해장국만 고집하던, 간판이라고는 오로지 '해장국' 일 뿐이었던 작고 허름한 가게, 꼭 손으로 공기 방울 넣고 온도를
일일이 맞춰서 빵을 밀어내던, 힘들어도 손으로만 제작하던 가게, 물론 자신들만의 품질을 고집하던 자세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결국은 자기네 가게를 찾아 주는 손님을 배려하는 데서 나오는 고결한 정신이 바로 그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이런 종류의 가게들은 정말 지켜 보는 것 만으로도, 그 자리에 오래 도록 지키고 있다는, 존재 하나 만으로도
감동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고, 아름다운 행동과 배려도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울컥 하는 감동을 맛 보고 싶은 분 들, 가슴 속에 돌멩이 하나 던져 넣듯 동그라미 파문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 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