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 1867년,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 이야기
임이슬 지음, 이종필.김아영 각본 / 고즈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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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조선 후기, 대원군이 집권하기 이전 그가 아직도 저잣 거리에서 헤매고 쏘다니고 있을 무렵, 양반으로 태어나지 않는 것 만으로 박복한 팔자인 어린 계집아이 채선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어미의 손에 이끌려 기생집에 맡겨진다. 팔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인지, 어린아이의 마음 속에 자라나는 '소리'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신재효의 소리 학당인 동리정사에서 몰래 숨어서 소리를 익히게까지 한다.

 

판소리 집대성자로 역사 속에 이름이 내려오는 신재효, 이것 외에도 소리에 애정을 가진 소녀 채선과의 우여곡절과 소리 수업이 잘 버무려진 소설이 있음을 알게 되고 만났을 때 참 새롭다는 느낌이 들면서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들에게 숨어있는 성별의 차이, 신분의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고초,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던 시절에까지 그 눈을 둔다.  판소리 라는 소재로 엮어가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문체와 함께 어우러져 고전스럽기도 하다.

 

18. 판소리는 듣는 것이 아니다. 보는 것이다. 보면서, 듣고, 웃고, 울며, 즐기는 것이지.  인물치레란 얼굴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던 소리 공부를 몰래 하는 채선은 얼마나 행복한가? 힘들고 고난이 다가와도 하고 싶던, 이루고 싶은 꿈이기에 그녀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끝까지 밀고 나간다.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 해서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하고, 목청이 트이지 않아서 목을 트기 위해서 비 내리는 한밤중에 폭포 앞에서 용을 쓰기도 한다. 스승인 신재효가 대원군과의 내기에서 붙잡혀 가도 끝내 구해 내고야 마는 그녀. 앞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를 모조리 뛰어 넘는 채선의 그 기백과 용기는 가히 실패도 포기도 알지 못한다.

 

33. 그래봤자 중인 신세였으니... 재효는 그 많던 꿈과 충만했던 배포를 내려놓고 또 떠나 보내길 반복했다. 총기와 영특함은 무딘 칼자루에 불과했고, 기민하고 빠른 행동력은 제 그릇에 맞지 않았다. 깨진 사발로 시작하였으니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딱 그만큼이었다.

 

재효의 삶, 그가 소리를 찾기까지, 그의 신분이 주는 그의 낙담을 알 수 있는 글이다. 요즘 시대에도 재물이 신분과 같은지라 보이지 않고 사라진 듯해 보이는 신분은 다른 모습으로 불쑥 들이댄다. 하고자 했던 관리가 되기 조차도 중인이라는 그의 신분은 자격조차 되지 않았다. 기구한 채선 만큼이나 신재효의 운명도 이랬다. 요즘의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수저론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슬프다. 의지도 꿈도 차라리 없었다면 자격조차 없음에 눈길 돌릴 필요도 없었겠지만 뜻을 이미 품어버린 그는 세상에 마음 둘 곳 없다가 소리를 찾아낸다. 이 소리패 또한 양반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니 갈수록 어려워진 경영난에 재효의 단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결국 정예 멤버만 남는다. 그들의 목표는 낙성연, 그러나 또 다른 관문이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고 첩첩산중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재효와 채선, 스승과 제자가 교감하고 대원군이 그들 사이에 있다.

저자의 이야기 구도는 이렇듯 두 사람 사이를 어려움 속에 놓이게 하고 상황을 헤쳐가는 과정도 힘들고 질기기만 하다.

 

판소리를 매개로 한 인간의 사랑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지만 군데군데 맛깔스런 우리말이 진을 치고 있다. 가끔은 뜻모를 단어였기도 했고 어려운 단어였으나 아름답게 다가온 우리글 이었다.

 

:::  재효의 미소 뒤로 소리가 아름답게 사물거렸다.  

:::  용복과 칠성, 채선은 혈기가 방장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  얼굴과 등이 땀벌창을 이룬

::: 낙성연 기간까지 저들이 부르고 놀아야 할 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교육시키는 것도 종요로웠다.

:::  감정을 무지른

:::  근래들어 더욱 강밭고 서늘해진 스승

:::  아삼삼 환히 짓던 채선의 미소

:::  거쿨진 몸

:::  그 잔망스러운 양반이

 

 

복숭아 꽃과 자두꽃을 도리화 라고 한단다.  도리화, 그 글자에서도 향기가 불거져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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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2-2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았는데, 책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린제이 2015-12-31 19:14   좋아요 0 | URL
영상미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프레이야 2016-01-01 00:31   좋아요 0 | URL
영상미는 생각보다 못했어요. 수지의 연기도 못 미치는 면이 있어 아쉽구요. 좀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