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부부의 주말여행 버킷리스트 - 꼭 가봐야 할 두근두근 인생 여행지 70
조유리 저자, 김재우 사진 / 길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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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외할머니 댁에 머무를 적에 올랐었던 뒷산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들, 눈에 보이지 않던 실 거미줄, 푸드득 날아가던 새, 그리고 뭔가 있을 것만 같아 보이던 그 미지의 세계에서 가슴 두근거렸던 저자, 조유리 님은 영원한 짝꿍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인생 버킷 리스트에 꼭꼭 숨겨 두었다가 여기 풀어낸다. 사진을 잘 담는 짝꿍 덕분에 가는 곳 마다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증거물로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충청 이남 지방으로는 거의 꿰고 있는 독자로서는, 물론 제주도와 신안은 제외하고, 그 위쪽 부분이 소개되어 나온 페이지에서는 눈을 한참이나 두며 마음 속에 콕 집어 놓게 된다. 눈길 끄는 동네,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가 꼭 방문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더불어 어울리지 못하는 이 코로나 시대에 이 책 한 권으로 여행이라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보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꼭 가 봐야 할 두근두근 인생 여행지" 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 지역별로 참 잘 담아내었다. "로맨틱, 힐링, 에너제틱, 컬쳐, 시크릿 투어", 라는 소제목으로 나누어서 각 지역을 소개하고 있는 터라 각 부문별 여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고민할 것도 없이 고를 수 있게도 한다. 경주를 갈까 담양을 갈까, 서울 여행을 해 볼까, 마음 속 방황을 일단 이런 구획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으니 선택의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 이런 구획을 따라 조금씩 따라해 보기만 하여도 전국 내노라 하는 지역 여행은 대부분 이루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닌 듯 하게 이 저자 부부의 여행은 다채롭다.


다행인지 어쩐지, 코로나 훨씬 이전에 바람 따라 다녀 보았던 덕분에 경주, 담양, 하동, 목포 등 남부 지역은 많이 다녀보아서 자연스럽게 그 때와 비교하며 책을 보다 보니 이 부부가 방문한 그 시기와는 좀 많이 달라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담양은 어딜가나 특산품으로 대나무 제품이 무성하였는데 그 판매소가 국수 전문점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한다. 게다가 아름다운 길이던 관방제림을 낮에 가 본 적 있는데 밤에 더욱 아름답다 하니 오호, 야간 투어할 기회를 기다려본다. 자주 가던 경주 안압지는 명칭도 월지로 바뀌었다 하니 같은 장소이지만 이름으로 인해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사진도 눈길을 끌어서 특히 해식 동굴 앞에서 찍은 실루엣 점프 사진은 배경과 어우러져 활발한 에너지가 듬뿍 느껴졌고, 이 부부의 시그니처 포즈인 어깨 탑 사진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남편분의 근육과 사랑의 결정체가 보여 준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길상사 꽃무릇 이야기 부터 슬로 시티 방문기와 시골 장터의 모습들, 해변, 미술관, 수원 화성까지 조용한 공간과 문화, 역사적인 지역까지 골고루 탐방한 모습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으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게도 해 준다. 가까이 살고 있어도 이기대 스카이 워크나 영도 절영도 해안은 발자국을 이렇다하게 남기지 못했다. 사진으로 보니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생샷 포인트", "추천맛집", "함께 하면 좋은 여행지" 까지 동선을 고려한 즐길 거리들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으니 읽어 보면서 여행의 느낌 한껏 느끼기에 좋다. 퍼플섬에 가기 전에 꼭 보라색 의상이나 소품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고 기억해 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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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살아있다 -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인의 모든 것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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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님이 다녔었던 학교, 주변의 지인들, 그와 어울려 다녔었던 친구들, 하숙집, 그리고 그 골목들, 그는 이미 없지만 그의 흔적을 따라 발자취를 따라 시인을 다시 불러내었다. 유구한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살다간, 이름모를 범부 중 하나가 아닌, 언제까지고 살아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써 내려간 조선 청년 윤동주 시인은 오래 전 불운하고 불행했던 시대 속에서 새로운 아침을 갈망하다 스러져 간 젊은 청년이었다. 그가 남긴 시 구절 하나하나를 찾아 그가 살고 지나쳤을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 사람들의 글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아침" 에 그를 불러 깨웠다.



"5부로 구성하였다. 월간시의 고정칼럼에 실린 윤동주 관련 취재물, 추모하는 유족, 친구, 선후배들의 추모기, 윤동주 생애 관련 해외자료, 취재물, 윤동주를 주제로 한 평전, 평문, 강연등을 녹취하여 정리한" - 일러두기에서 발췌



엮어서 편집한 책이다. 그래서 독자들 저마다의 이미지로 다시 시인을 생각해 보고 그려 볼 수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시대에 젊은 청춘이었던 시인의 가슴이 제대로 뛰고 표현할 수 없게 되어 있었던 그 환경적 조건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하다. 침략국의 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시인, 제대로 공부할 수 없게 되었던 사회적인 요인들,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체포된 사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무엇보다, 그가 생존해 있었을 때 함께 했었던 친우들과 스승이 그의 작품을 보관하거나 출판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해방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윤동주 시인이 시인으로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모습도 알 수가 있다. 백석 시인을 흠모하여 그의 시를 직접 필사하고 지니고 다녔던 윤동주 시인은 릴케, 키에르케코르, 등 너무나 책에 빠져 지내던 소년이었고 그가 살던 동네를 떠나 일본에 유학하고 다녔던 학교까지도, 그 이후 뒤에 따라온 후손들이 그를 찾고 시를 다시 재조명하고, 그러면서 애국지사적인 면과 옥중 생활에 대한 증언, 이런 것들이 조각조각 독자들에게 새롭게 윤동주 시인을 바라보게 한다. 사실 <서시>라는 이름으로 배웠고 알고 지내왔던 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원 제목 또한 서시가 아님을 다시 말한다. 시인으로서만 윤동주님의 일생을, 짧았던 삶을 볼 것이 아닌, 그가 살아왔던 나라없던 시절의 그 환경을 되돌아 보며 그의 시를 읽어보게 한다.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바라보게 된 윤동주 시인의 삶, 어린시절, 형으로서의, 벗으로서의, 고향에서의, 후쿠오카에서의 이야기들은 그의 전기문적인 소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시인의 삶을 더 또렷이,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일본인 자체가 잘못 해석하고 번역한 부분도 일본인 본인이 스스로 살피고 찾아낸 모습 또한 독자로서는 좀 낯설고 친숙하지 않은 모습이긴 하지만 그들 스스로 밝혀 내고 찾아 보려고 한 애쓴 흔적도 읽어 볼 수가 있었다. 108호 감옥에 수용되어 있던 윤동주 시인을 가까이 바라본 이가 있어 시인의 마지막에 가까웠던 모습과 판결문 등을 통해 시인으로서만이 아닌 애국 지사로서의 윤동주님도 조명하고 있다. 새롭게 밝혀 낸 이야기들을 짧은 내용이 아닌 각종 조사와 칼럼을 통해 읽어가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판단하기에, 독자들의 시각을 더 넓고 깊게 해 주는 역할도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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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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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언제든 가질 수 있었던 의문이었고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애를 써 왔던 사람이라면 <인간의 길>을 읽어가면서 여러가지 면으로 더욱 생각을 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면에서 소제목들이 주는 매력은 상당히 크다 할 수 있다. 늘 가져 왔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사례와 방식을 보여주는 내용은 사마 천의 사기에서 정리한 것이다.

저자 김영수님은 명실공히 사마천 연구가로서 <사기>완역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 오고 있다. 사기에서 보여주는 사람을 향한 내용들을 모아서 인생관과 세계관, 삶과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도 함께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상통하며 죽음의 질에도 방식에도 삶을 바라보게 한다는 내용들이 무척이나 닿아온다.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구성한 내용들이 참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모든 궁극적인 삶의 길을 찾아가는 행보를 사기에 나와 있는 사례들을 들어서 설명하는 구성이 재미도 있고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게 되어있다.

내가 선택하여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생각하여 나아가는 삶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지, "곡학아세, 과염선치, 견인질직" 같은 성어가 나오게 된 이야기와 출처를 밝힌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동방삭의 인간관계 였다. "피세조정지간" -67쪽~69쪽, 이라고 한자어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구중 궁궐에 있을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생활 방식을 소개한다.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보여주지만 사람들 관계속에 구축되어 있는 그 삶을 소개하고 있어서 인상깊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이 또한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읽어가면서 나의 생활도 한 번쯤 뒤돌아 보게 하는 주제도 많았다.

"큰일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88쪽, 는 "바닷물이 짠지 아닌지는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닷물을 모조리 퍼먹을 기세로 달려들곤 한다.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마시려 하는 것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인간성이 어떻고 앞으로 어떠할 지 뻔히 보이는데, 한사코 실상을 부정하려 한다."

대단히 뼈 때리는 표현이기도 하였다. 실생활에서 버젓이 눈으로 보여지는 부분이었기도 하고 회사나 단체의 인사 처리 문제에 있어서 불합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 되어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실제 돌아가는 현상과 오버랩이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던 문장이기도 하였다. "미세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 89쪽, 를 보면서 책에서 언급하는 직관의 힘을 믿고 따르려 하는 독자로서는 도저히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음에 이 글이 무척이나 실감났었다.

그리고, "말은 마음의 소리, 글은 마음의 그림" 139,140쪽, 표현은 참 고개 끄덕이게 했다. 말과 글이 의사 표현을 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참 조심스럽기도 하다.

마지막 장에서 처럼,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여기에서도 좋은 사례가 많이 나온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는 한신의 책사, 괴통의 이야기이다. 진시황 사후 항우와 유방의 세력이 맞서고 있을 당시 천하를 삼분하라는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한신, 이로 인해 죽음을 앞둔 괴통이 원통하다며 한 말이 그 자신을 구하게 했다. 204쪽과 205쪽에 걸쳐 나오는 표현이 목숨까지 건지게 할 정도의 구절들이다.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던 괴통이라는 사람은 주군을 잘 만났더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지 않았을까도 싶다.



전체적으로 생각의 방향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 제법 많다. 제대로 하고 있었던가, 다시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인가, 등 독자마다 생활 속 이슈들을 꺼내 들고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도 꽤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구성되어 있는 만큼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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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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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신화" 라고 불리우는 만큼 이해도도, 알고 있던 내용도 거의 없이 오로지, <길가메시>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온전히 탐구해 보리라, 시작을 하게 되었다. 오래된 이야기 만큼 불확실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인데 점토판에 기록된 설형 문자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출토하고 번역해 내고, 다시 그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작업이 쉬울 리는 없는 것이다. 출토해 낼 때 마다 이야기들은 더욱 추가가 되고 이어지지 않던 이야기가 다시 이어져 가는 그 작업들이 완성이 되는 그 날까지 길가메시 신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기는 하다.

 

길가메시 서사시를 영어로 번역해 낸 저자는 앤드류 조지라는 바빌로니아 전공 교수이다. 설형문자로 씌여진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 저자를 알 수 없지만 출토된 점토판의 이야기들을 번역해 낸 이 교수는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를 가르치며 연구 중에 있다. 신화인 만큼, 우리의 단군신화의 웅녀와 환웅만큼이나 정녕 사람들의 이야기였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듯한 느낌도 물씬 풍긴다. 그래서 이해도가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는 반신반인의 피를 이어 받고 태어난 길가메시가 우루크의 왕이고 그 주변 인물들과 신들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신과 인간의, 삶과 죽음을, 전투와 모험을, 그러다가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정체를 파헤치고 불멸을 얻으려고 찾고자 하는 길가메시의 행적이 고스란히 나열되어 있다.



 

1부에서 4부로 나누어서 그 뒤편에는 해설과 연표를 게재하고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로 표현된 내용들을 분류하여 실어놓았고, 파편적으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수메르어 판 내용까지 추가로 실어 둔 점에서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오리지널 텍스트" 라고 할 만 하다. 시적 표현으로 이루어진 전편이 의미하는 바를 해설에 추가로 자세히 설명해 둔 부분이 독자로서는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가 그렇듯 읊어 놓은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면 읽기에도 아주 좋지 않은 조건이 될 지도 모른다. 독자를 위한 배려 중 하나로, 이 책을 읽기 위한 방식도 눈여겨 봐 두고 읽기에 돌입해야 한다. 대괄호와 이텔릭체, 대괄호 속의 이텔릭체, 말줄임표, 그리고 특별한 기호를 사용하여 실제 점토판에서 나온 그대로의 해석과 읽기 쉽게 하기 위한 설명 부분의 차이라는 것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 두었다. 어쩌면 그 당시의 길가메시의 삶에 이렇게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독서라면 인생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조금 더 넓혀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야기는 마치 영화 속에서 보던 장면들 처럼 인간이긴 하되 야생에서 야수들 처럼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이 연상될 정도이다.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와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엔키두, 그 주위의 신들과 신전의 수호자, 삼나무 숲의 수호자, 이런 등장인물은 삶을 함께 해 가는 인간들이며 이들에게 펼쳐진 삶의 내용들과 모험은 거칠기가 그지없는 삶의 모습이다. 특히 길가메시가 예비 신부의 초야권을 당연한 듯 가진다는 것이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고 신화적인 내용에서 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구나, 싶었다. 엔키두와 함께 했던 모험, 그리고 그 엔키두가 죽게 되었을 때의, 죽은 후 며칠이 지난 후에 있었던 현상, 길가메시의 표현으로, 코로 구더기가 나오더라, 하면서, 죽음의 정체를 알기 위해 떠났던 여행까지, 그럼에도 죽음을 결코 피할 수 없었던 그의 모험적 삶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시황의 불로초 구하기 같았다. 엔키두의 죽음 앞에서 자신도 결국 죽게 되고 말 것이라는 인생의 깨달음, 삶과 죽음의 갈림길, 죽음의 실체를 알기 위해 떠났던 방랑, 어디를 향해 나아갔을까...를 생각하며 읽어가면서,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신화적 뼈대를 가지고 시적 표현으로 구사해 낸 내용들이 읽기에 쉽지는 않구나, 였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서 한 토막 적어본다. 신이 인간을 창조해 낼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신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노동을 피하기 위해 인간을 한 움큼의 흙으로 생산해 내었고 그들이 져야 했을 짐을 인간이 대신 지도록 했다. 게다가 그들에게 재물과 제사를 바치게 했다. 인간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자 그 소음에 못 이겼던 신은 인간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역병, 가뭄, 기근을 생겨나게 했다하니,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인간이 져야 할 굴레였던 것인가, 코로나 역병에 시달리는 현재에도 어쩔 수 없이 줄어가는 인구를 보면서 인간의 무력함을 이런 시점에 대입해 보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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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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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로마법 수업>의 저자 한동일님이 <믿는 인간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책으로 종교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말하고 있다.

정치나 종교 부문은 서로 의견 교환을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주제인지라 본격적인 설명과 심도 깊은 내용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맛배기, 혹은 도입부 정도로만 다루고 있어도 나 같은 독자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설명으로 다가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 국가, 바티칸 시티의 유래, 서양사는 종교사 임을, 그래서 서양사를 알고자 할 때에는 종교부분을 피할 수가 없다는, 신과 인간의 역할, 교황과 왕의 위치, 이런 이유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끼친 영향들, 이런 것들이 참 흥미로웠다. 특히 코로나19와 의사의 위치, 역할 등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의 성찰에 대한 문제는 독자에게 질문처럼, 과제처럼 던져 주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목차 중에서, "생각의 어른", "같음을 찾고 차이를 만든다.", "수도복이 수도승을 만들지 않는다.", "천국의 지옥의 차이는 존재의 태도에서 온다." 등 모두 19장으로 읽게 되어 있는데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저자의 예루살렘, 레바논,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경험과 그 에피소드에서 나온 철학등이 가벼운 듯 시작하여 결국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며 코로나 시대의 분노에 가까운 우울을 다스릴 수 있도록 어떻게 대처해 가야 할 지, 종교의 역할과 신께 다가가는 방식 등 다양하게 접근하여 궁극점을 향하여 달리는 묘사를 한다. 이런 접근법도 독자를 끌어 들이는 힘의 한 방편이라 생각이 되는데 끝에 남게 되는 과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이 더욱 유익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책의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남겨 보고자 한다.

"신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보채는 기도에서 벗어나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성찰의 기도가 필요하다."

"삶의 본질 앞에서 질문하는 사람"

"서양사는 교회사로서 종교 권력과 세속 권력간의 투쟁과 암투의 역사"

"인간이 기도하지 않는 세상이 될 때 그때야말로 인간 세상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예루살렘의 새벽을 깨우는 기도 소리를 멈출 수 없는 것 처럼 할 수 없는 일은 내려 놓아야 한다."



역시, 예루살렘과 레바논,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또한 종교조차도 풀지 못한, 종교의 다양함에도 결국 하나의 신을 향해 있음을,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신을 찾으며 해결하려 한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은은하고 조용하게 울리는 울림 같은 글과 문장들 이었다. 서로 말하기 까다로운 주제 중의 하나였던 종교의 역사와 발전을 읽어가면서 이것이 의학과 주술, 미신 등으로 흘러가며 다시 분화, 발전되어가는 이야기들, 마귀에 씌인 환자를 돌보는 신부 사제, 수도원의 식습관, 이런 것들이 작은 주제로 어우러져서 다시 오늘날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마법같은 글들이 독자들에게 파고들고도 남을 것 같다.



마음 속에 남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문장들도 꽤 많았다. 힘들고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하늘의 움직이지 않는 별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살아 내든지, 혹은 그 하나의 별 이라도 목표 지점으로 세워 둘 수 있는 삶을 살아 가든지, 인생길에 터벅터벅 걸어가다가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삶을 살아내자는 저자의 조용한 울림이 가득한 책이다. 위로와 삶의 철학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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