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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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까뮈의 에세이를 읽어가자니, 숨이 막혔다. 그의 표현법이 어느 부분 즈음에서 숨을 쉬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문장의 구성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흘러가며 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곳에서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책의 두께, 해설까지 합쳐서 본다 해도 총 100 페이지를 겨우 넘기지만 그 내용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알차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시작으로 4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데 전 구성을 얇은 두께만으로 평가하기에는 그 내용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내용을 간략하게 평범한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식이다. 

젊은이가 고향 마을을 찾아갔고, 그 하늘과 바다와 자연을 지긋하게 바라본다, 땅은 폐허이건만 그 페허를 뚫고 나온 꽃들이 향을 내뿜는다. 향쑥, 향꽃무, 이런 꽃들이 대체 어떤 색깔이며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지 독자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외국 꽃이라서 그런가, 까뮈가 본 꽃은 처음 듣는 이름이고 혹시 볼 수 있다면 아, 이 꽃, 할 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속 가늠으로는 도저히 어떤 색깔로 어떤 향기를 소유하고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것들이 내 뿜는 향기 속에 빠져 바다에 뛰어 들고 수영을 즐긴다. 그러다 모래사장에 몸을 던지고 이 곳 저 곳 바라보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다시 되돌아 와 복숭아 한 입 한껏 베어 물고 행복과 자유를 만끽한다. 이 정도 선인데, 까뮈의 묘사법을 직접 읽어 본 독자라면 이런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장면과 행동과 모습들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인지, 짧기에 음미할 수 있을 정도이지 더 길게 썼다면 숨이나 제대로 쉬었을까 싶다.


제목이 주는 결혼의 모습, 생각하던 일상적인 결혼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사막>을 계속 읽어 보면 왜 제목을 이리 했을까 갸웃거리게 한다. 저자가 찾아가 느껴봤던 그 장소, 그 시간, 그리고 느낌들이 줄줄이 이어져 가는, 독자에게 주어지는, 아니 저자가 베풀어 주는 상상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치 그 곳의 작가가 기대었던 기둥과 시선 부딪혔던 돌 하나하나에 독자의 마음까지 가 닿게 만든다. 자연스레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햇빛, 태양, 그리고 신들이 떠나간 장소, 그런 표현이었다. 저자가 보았고 느꼈고, 그 장소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그 느낌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젊음과 죽음의 대비, 다들 떠나가 버린 그 빈 장소에서 음미해 보는 침묵과 고요, 이런 것들에 삶의 호화로움과 풍요로움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게도 한다. 아직은 젋었기에 결코 죽음을 떠올려 보지 못하겠지만 비석에 새겨진 먼저 떠난 이들의 모습은 저자에게, 인간에게 주어진 현재와 추구해야 할 진실, 쫓아야 할 행복의 참된 의미 같은 것을 서술케 하고 있다.


읽어가면서 참, 저자의 풍부하고 현란한 사고와 느낌이, 어지간해서 잘 먹을 수 없는 명품 음식을 먹고 있다는 느낌으로, 그 맛을 느낄 감각보다는 그가 방문하여 지켜 보았던 그 장소들, 알제, 그가 자라났던 그 곳의 바다, 해변이 눈 앞에 펼쳐 진 듯하여, 미처 그가 전하고자 한 느낌까지 온전히 한꺼번에 음미하기에는 내 안의 무언가가 턱 없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도 곁들여 해 보게 하였다.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어떤 진실은 그 정신이 죽는 장소에서 태어난다.",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제밀라, 그 곳에서 불어오는 황량하고 거센 바람까지 그 묘사력은 대단한 상상을 부추기고, 여기저기 로마의 옛 유적들이 어떻게 어떤 느낌으로 놓여 있을지도 가늠하게 한다.


<알제의 여름>에서는 수영을 때린다, 라고 한다던 그 표현에서 왠지 낯설지 않은 친숙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사막>에서는 한 미술 작품 앞에 서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저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며 함께 유영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림 한 점 앞에서 그토록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깊고도 넓은 범위로의 유영. 그 속에서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연인들까지 소환해 내어 연결지어 가는 이야기의 지속성, 이 모든 것이 독자의 의식을 한층 더 고양시켜 주지 않나, 그래서 명품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며 가쁜 숨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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