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 -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법칙 25
이케가야 유지 지음, 김준기 옮김 / 힉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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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발달하다 보니 이제 뇌과학 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게도 되었다.

모든 것에는 사용 설명서 라는 것이 있다. 물론 간혹 없는 것도 있을 수 있긴 하다만. 뇌 사용 설명서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도 한다. 왜냐면, 마음 다스리는 법에는 심리학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이유를 찾아 헤매일 때에는 철학도 도움이 되는 법인데, 몸이 대체적으로 무겁고

말을 잘 듣지 않을 때에, 물론 건강상 직접적인 원인이 없을 때에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하기 싫은 생각이 앞장서고 일을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든지, 하는 현상에 이유를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뇌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다.

평소에 무슨 일을 시작할 때의 어려움과 미적거림은 일단 한 번 투입되고 시작만 하게 되면 잘 진행되어 가게 되고 나중에는 속도도 빨라지게 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을 관성의 법칙에 빗대어 생각했었다.

그런데 뇌과학에서는 작업 흥분이라고 한단다. 흥분은 여기에서 뇌의 신경세포가 활성화한다는 의미라 하니 뇌가 활성화되기 전 까지는 하기가 싫어지고 미적거리게 되다가 활성화되는 순간부터 진행이 수월하게 되어지는 느낌이 바로 이것인가 한다.

여러가지 궁금해 하던 분야들을 소제목으로 하나 씩 두어 뇌의 작용과 관계성, 관련 실험 사항과 결과, 어떤 부위에 작용을 하여 현상들이 나타나는지 소개하고 있다. 기억력을 유지하는 법, 기억력에 관계하는 뇌부위,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만한 해마 같은 것, 어떤 호르몬이 나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함께 재미나게 읽어 가게 한다.

"의욕을 내고 싶다면 일단 몸부터 움직여라"

"노력하지 않고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스트레스로 지친 당신에게 필요한 알파파의 힘"

"직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

"적게 먹을수록 뇌는 똑똑해진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접해 보았을 수 있는 소재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니 뇌과학 이라는 주제에 더욱 다가간 듯 하다.

특히, 나이 들면 뇌가 젊은이들보다 덜 작동하고 기억력도 약하다는 그런 생각은 근거가 없음이 나타났다.

뇌는 사용자에 달라 어느 정도로 활약을 하고 발달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예시들 인 것 같다.

호기심과 집중력으로 원동력을 갖춘 사용자의 뇌는 나이가 어느 지점에 와 있다 하여도 기억의 정도와 활동, 관심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막는 방법에도 뇌가 빨리 적응하게 하여 그 강도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어서 상당히 신선했다. 가만히 두면 뇌는 더 이상 신경 세포를 늘려 나가지도 활성화 되지도 않으면서 점점 기억력도 떨어지고 의지와 행동력도 약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들어왔던 매너리즘, 그런 것들이 일상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 뇌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일상 생활 속에서 뇌과학과 접목하여 이해하려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음도 알게 한다. 끝마무리에서, "결국 뇌를 아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라는 말에 더욱 고개 끄덕거려 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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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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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좀 섬뜩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개별적인 소개를 하지 않더라도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읽을 때 마다 기승전결, 등장인물, 구성, 배열, 말투, 이런 것들이 참 절묘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연극 오디션에서 합격한 7명의 단원들, 그들을 펜션이라는 장소를 설정한 후에 한 자리에 모은다. 그리고 그 다음은?


게다가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을 완전히 배제한 조건과 환경을 만든 채 이야기의 전개, 사람들이 하나 씩 없어지거나 사라진다, 는 설정 자체가 오싹하게 만드는 내용이지 않는가. 펜션이라는 공간 밖으로는 절대 나가서도 안 되고 전화 연락이나 외부와의 연결은 전혀 없어야 한다. 무대 위에 올라갈 것을 기다리는 연극부 단원들로서는 합격을 하고 나서 여기에서 외부에 연락하거나 연출자가 지시한 사항을 어기면서 탈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 뿐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사람들이 하나 씩 사라진다. 밤을 틈 탄 검은 그림자, 외부인의 침입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람이 하나 씩 없어지는 사실 앞에 남은 단원들끼리의 토론은 그 다음 설정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현재 이 장면 하나가 바로 연극 그 자체인지, 실제 사람들이 죽은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읽는 독자에 따라 덤덤하게 진행되어 갈 수도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실마리에 더욱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면서 전개되어 간다. 어느 덧 100 페이지를 넘어가는 독해, 첫 째 날과 둘 째 날이 그렇게 단서없이 지나가 버리고 셋 째 날을 맞이한다. 아, 이 쯤에서 얼마나 뒤쪽의 이야기를 미리 넘겨 보게 싶게 만들던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싶은 마음은 한결 같더라.


연극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들 7인, 가사하라 아쓰코, 모토무라 유리에, 아마미야 교스케, 다도코로 요시오, 나카니시 다카코, 혼다 유이치, 구가 가즈유키 그리고 나머지 하나,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하나, 아사쿠라 마사미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니까, 게다가 외국 이름이니까 이게 참 누가 누군지 처음에는 자꾸 되짚어 보게 되더라. 그리고 이야기 전개 상 실제 살인 사건인지 뭔가 엉성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끝에 짜잔, 연극이었습니다, 할 지 종잡을 수가 없던 것이 답답했다. 그런데 역시, 구성은 참 치밀하다. 미리 읽고 결과까지 다 알고 나니 마음이 안 좋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너무나 일어나기 쉬운, 감정 공격으로 인하여 벌어진 이 모든 이야기들이, 모두 끝장 내고 싶어지는 마음에 이르게 하는 동기, 그리고 과정을 보여 주면서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고 극복해 갈 수 있는지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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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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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단골 출연자는 경시청 수사 1과의 가가 형사, 그리고 그의 사촌 마쓰미야가 활약을 벌이는 이야기 이다. 다 읽을 때까지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하던 상상력도 잘 발휘되지 않을 정도로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이야기 이기도 했다. 뭔가를 하나 툭 던져 놓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기를 책의 반 이상 넘어가도 그 이야기의 해결이 잘 보이지 않아서 대체 무슨 이야기 일까, 궁금함을 많이 자아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대화체가 많이 쓰여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보며 표정 하나 하나까지 묘사하였기 때문에 마치 드라마 같다는 느낌도 들게 했다.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의 단란한 일상이 소개되고 아들과 딸이 아침 식탁에 모여 그 나이 또래가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평범했던 일상은 이 아이들이 외가에 간 사이에 모조리 깨어지고 만다. 생각지도 못했던 천재지변을 만난 것이다. 지진, 그 이후 이 부부의 일상은 평범했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 오질 못한다.

 

또다른 공간 속의 여인, 찻집을 운영하며 씩씩하게 잘 살아오던 야요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범인을 쫓던 경시청 수사과의 형사들이 주변을 탐색하는 동안 나타나는 사람들, 하나 씩 껍질을 벗겨가는 동안 독자로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게 모든 것이 베일에 덮여 있다. 가가 형사와 마쓰미야는 탐문 수사를 벌이며 범인을 쫓는데 이 와중에 드러나는 비밀들, 그것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게 둘러 싸여 있어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게 한다.

 

형사들이 만난 사람들은 피해자 야요이의 전남편, 그리고 동거녀를 비롯, 찻집에 자주 찾아 오던 손님들 중 야요이와 친하게 보였던 사람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앞서 나왔던, 지진으로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었던 가정의 유키노부였다.

 

그동안 유키노부의 가정은 본의아니게 많이 달라졌다. 한꺼번에 아이들이 없어졌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천신만고 끝에 여자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모나의 등장,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던 마쓰미야 형사의 부모이야기 등, 몇 가정이 따로 소개되며 어떻게 하나의 커다란 연결 고리를 이어가는지를 절묘하게 그려간다. 부모와 아이들로 이루어진 평범한 가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멸되어 가는지, 또 어떻게 연결이 되어 가는지도 잘 그려가고 있다. 제목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가족, 그리고 부모와 자식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하여도 소중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마냥 이어져 있다는 그 생각이 만들어 낸 제목, 희망의 끈, 가족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잔잔한 감동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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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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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니라 작가의 이름이 읽고 싶게 나를 이끈 책이다. 인간은 왜 도박을 하는 것일까, 혹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도 나오는 것인가, 궁금함도 있었고, 이 질문은 인간이 살면서 왜 기뻐하고 노여워하는가, 라고 질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기도. 도박이라는 것은 바로 돈을 걸고 땄다, 잃었다 하는 것이니 인간의 탐욕을 절대적으로 설명할 길이 있을 리가. 누구에게나 탐욕은 있고 그 탐욕의 크기만큼 도박을 시작하는 것과 시작하지 않는 것을 결정짓는 의지가 작동할 것이고, 노는 판의 크기도 정해질 수 있으리라.


은교라는 여인과 서이후 라는 남자, 같은 비행기를 타고 네팔을 향했다. 같은 비행기의 승객이었을 뿐인 두 사람은 우연의 일치가 겹치면서 어느 덧 은교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평범하지 않은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도박사의 세계, 일상 속에서만 살아오던 사람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들만의 법칙이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꼭대기에서 모든 할 수 있는 것들을 누려 본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어찌 손톱만치라도 이해 할 수 있을 것인가. 김진명 작가의 이 책을 통하여, 한 단락씩 짧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넘겨가다 보니 어느 덧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 밀게 되었다.


그들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도박을 통해 바라 본 인간 심리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심리 상태 조절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도박이라는 방편으로 삶의 우여곡절들을 어떻게 해결해 보면 좋을지 대입도 하게 되더라는 것, 이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적지 않은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으로 게임을 즐기고, 그 마지막 출구에 남아있는 것은 네팔의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산 앞에 서게 되는 것. 실제적인 피해자의 사례와 그 주변 사람들의 고통, 차갑고 냉정하게 그 속을 파고 들어가는 무리들, 공부하고 훈련하여 실제 카지노를 대상으로 탐색과 승부를 벌이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인물들 만은 아닐 것이다. 로또 연구를 하는 사람들도, 주식 공부를 파고 드는 사람들도, 확률과 운에만 성공률을 두지 않고 실제적인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래서 더 내용 속으로 몰입하게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의 바카라 게임에 관한 상황 묘사를 통해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감정 동요를 일으키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말로, 아내도 도망가고 딸도 남의 집에 맡겨진 가정, 산산히 부서진 삶을 어떻게 회복해 보려는 건지, 돈을 급작스레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강원랜드를 향할 때의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실제적이어서, 아니, 실제 그럴 것 같았다, 작가는 강원랜드행 기차도 함께 몇 번이고 타 보았을 것 같다, 라는 느낌도 들었다.


여늬 도박꾼들 처럼 돈을 잃게 하지 않는 법을 그렇게 자세하게 일러 주었건만,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어떻게 요리를 하고 흔드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오르페우스가 죽음의 동굴을 다 지날 때 까지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그 약속을 동굴 끝에 다다라서 뒤를 돌아 봄으로 하여 약속이 깨어지던 그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참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렇게 가정을 회복하고 싶어 했던 도박꾼의 말로, 어떤 순서로 돈을 잃고 어떤 결말을 초래하게 되는지도 자세히 그려있어서 그 사태들에 대한 이해에도 한몫 할 수 있었다. 프로 도박사들의 세계와 인간의 심리전, 그 심리를 통해 바라본 인생 살이의 여정,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처음엔 도박사들의 이야기가 어떤 전개를 불러올까, 나름 많이 궁금했었는데 이야기의 파도를 타고 넘어갈 때에 많은 생각을 함께 해 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카지노", 라는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한정지어 상상하지 않길, 읽어 보면 독자에 따라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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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정원 - 꽃의 화가, 잉글랜드의 고즈넉한 숲과 한적한 마을에 피어난 꽃을 그리다
캐서린 해밀턴 지음, 신성림 옮김 / 북피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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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꽃그림에 건물 스케치를 곁들였다. 건물과 함께 그린 꽃들이 항상 그 건물 안이나 주변에서 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림을 그린 순간에는 가까이 있었다. (중략) 그림들이 서로 보완하면서 영국 전체에 대해 조화로운 인상을 만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예술적 자유는.... " 서문 발췌



'예술적 자유', 너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 아닌가, 싶은 부러운 재주요, 풍요로운 삶에 필요한 감각인 것 같다. 저자는 꽃을 그리는 화가이다.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잉글랜드 이곳 저곳 캠핑카를 타고 머물며 꽃들과 주변 건물을 화폭에 옮겼다.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보는 삶이라 할지라도 무척이나 행복할 것만 같은 그런 시간들, 저자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독자로서는 그 행복감이 막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가장 우선, 이 책은 꽃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스케치를 즐기거나 연습하는 독자,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구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눈으로 전해져 오는 행복감과 안정감은 이들 독자에게 선물처럼 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영혼의 양식같은 수선화를 첫 주제로 실으며 400년도 더 전에 지었던 오두막, 150년 살았다는 등나무, 영국의 봄을 대표격으로 표현하는 잉글랜드 블루벨, 이 꽃들의 집합은 왠지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자세히 감상하고 싶어서 사진으로까지 찾아보았다.


꽃들을 스케치 한 것 이상으로 여행의 감상도 곁들여 느꼈다. 영국을 표현하는 단어들, 대성당, 대주교, 수도원, 영지 같은, 셰익스피어의 생가에는 골드 윙스가 아직도 피어있고 시인 워스워즈가 8년 동안 살았다는 코티지는 양귀비와 산딸기가 피어있었다. 족히 몇 백년씩은 된 공간들, 그 공간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폈다 졌다 반복하며 건재해 온 꽃들, 주로 야생화와 풀들도 둘러 싸고 있었다.


각 주 마다 특별한 풍습들을 보여주는 소개도 영국을 알게 하는 한 단편이었다. 행운의 요정 픽시, 대문의 문장에 잘 달려있다 하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풍요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짚 인형, 우물을 꾸미는 일요일, 이런 소품들과 행사는 영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해 온 전통 속에 녹아 있어서 영국인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머리속 이해만으로는 쉽지 않았다. 시간을 알려주는 웨이크 맨 이라는 것도 있었다 한다. 그런데 리치먼드에 이르자 왕립 식물원 옆 중국식 탑은 뭔가, 싶다. 모든 것에 조화를 줄 수는 없었나 보다.


이런 저런 지역을 둘러 보며 넓은 정원이나 지나가던 골목들을 연상하게 했던, 그리고 그 가운데에 피어있던 꽃들을 감상하는 시간은 적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느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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